[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외 망 이용대가 갈등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재택근무 확산과 외출 자제로 국내 트래픽이 급증하면서 해외 콘텐츠제공사업자(CP)의 망 무임승차 논란이 가열되는 형국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네트워크 사용량이 늘면서 통신사들이 망 증설에 나섰다. SK브로드밴드는 지난달 한국과 일본을 잇는 망 용량을 2.7배 늘린 데 이어 이달에도 해외망 추가 증설을 계획하고 있다. KT도 지난달 같은 구간 용량을 확대했다.
잇따른 증설은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이용량이 급증하며 트래픽 부담이 커진 점이 한몫한다. 실제로 SK브로드밴드는 지난달 말 넷플릭스 고화질 감상 속도가 현저히 느려졌다는 이용자들의 불만이 빗발쳐 한차례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유럽에선 이미 OTT 트래픽 유발을 적극적으로 억제하고 있다. 넷플릭스·유튜브·아마존프라임·디즈니플러스는 당분간 유럽에서 영상스트리밍전송률(비트레이트)을 낮추는 실정이다. 전 세계 트래픽 15%를 차지하는 넷플릭스는 이 조치로 유럽 내 트래픽의 약 25%를 줄일 수 있다.
국내에서도 코로나19 확산으로 트래픽 급증 우려가 계속될 조짐이다. 문제는 국내 통신사들이 망 증설 부담을 고스란히 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국내에서 막대한 트래픽을 일으키는 해외 CP들이 망 이용 대가를 한 푼도 내지 않는 점을 강력히 지적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에 따르면 국내 통신사 LTE 네트워크에서 발생하는 하루 평균 데이터 트래픽 가운데 해외 CP가 유발하는 수치는 67.5%에 달한다. 하지만 이들은 국내 CP 대비 훨씬 적은 망 사용료를 내거나 아예 내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망 이용 대가는 원활한 서비스를 위한 망 품질 유지와 맞닿아 있다. 실제 SK브로드밴드가 매년 집행하는 9000억 안팎 설비투자액 가운데 대부분은 넷플릭스를 비롯한 해외 서비스 품질 확보를 위해 해외망과 우회망 증설에 쓰인다. 다른 통신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최근 넷플릭스가 유럽에서 화질 저하를 결정한 것은 그만큼 CP가 트래픽 유발에 책임질 의무가 있다는 얘기인데 이게 국내에서는 전혀 적용되지 않고 있다”며 “글로벌 CP가 최소한의 비용 분담도 하지 않으면 피해는 소비자에게 간다”고 언급했다.
해외 CP들은 국내 규제 영향권 밖이다 보니 망 사용료 협상에 소극적이다. SK브로드밴드는 이미 넷플릭스와의 망 이용대가 갈등 중재를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에 신청한 상황이다. 지난 1년간 9차례나 협상을 요청했으나 넷플릭스가 이를 거부했다는 내용이다.
정부 중재는 그러나 지지부진하다. 넷플릭스의 답변서 제출이 늦어지며 진척을 내지 못했다. 중재안을 내놓더라도 사실상 실효성은 적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준이 되는 방통위의 망 이용계약 가이드라인은 법적인 효력이 없어 해외 CP들이 이를 따라줄지 미지수다.
최근 구글의 일방적인 유튜브 화질 저하 방침을 보면 대답은 더욱 부정적이다. 구글은 지난달 19일 유럽에서 유튜브 화질 수준을 낮춘 데 이어 25일부터 한국에서도 스트리밍 품질을 낮췄다. 국내 트래픽 관리 현황을 고려하지 않고 유럽 조치를 일괄 적용한 것이다.
이는 사실상 방통위가 지난해 말 공개한 망 이용계약 가이드라인에 반하는 행위다. 가이드라인에서는 CP가 관련 인터넷 트래픽 경로변경 또는 트래픽 급증으로 콘텐츠 이용에 현저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경우 통신사에 이를 사전에 알리도록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방통위는 “유튜브 화질 저하 방침이 국내 이용자들에게 현저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보긴 어려워 특별히 문제 삼지는 않고 있다”면서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다는 것은 과한 해석이지만 망 품질과 관련해선 계속 예의주시하고 있다”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