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인터넷망 이용계약에 관한 방송통신위원회 가이드라인이 내년 1월27일부터 시행된다. 가이드라인은 망 이용계약의 원칙과 절차를 정하는 한편 사업자들의 불공정행위와 이용자 보호 의무를 규정한 초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특히, 구체적인 망 이용대가 산정 기준이 빠지면서 인터넷제공사업자(ISP·통신사)와 콘텐츠제공사업자(CP) 간 분쟁의 불씨를 남겼다. 구글·넷플릭스 등 글로벌 CP에겐 법적 강제력이 없다는 점도 계속 지적된다. 역차별을 우려하는 국내 사업자들의 불만이 여전하다.
26일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한상혁)는 ‘공정한 인터넷망 이용계약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2020년 1월27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작년 11월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최기영)와 함께 공동 연구반을 구성해 가이드라인 마련을 추진해온 방통위는 각계각층 의견수렴을 거쳐 이번 최종안을 확정했다.
망 이용계약 분쟁의 핵심은 통신사가 CP와 망 이용계약을 체결할 때 국내외 사업자들의 지위에 따른 협상력 차이로 차별적인 대가를 산정하게 된다는 점이다. 해외 CP 대다수가 내지 않는 망 사용료를 국내 CP들은 내야 하는 역차별 문제가 생긴다. 국내 대·중소 CP 간 차별도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방통위는 망 이용계약에 대한 시장의 자율적 기능을 최대한 존중하되, 계약 과정에서의 부당한 차별과 이용자 피해 방지에 초점을 맞춰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가이드라인에는 ▲계약 당사자 간 신의성실의 원칙을 준수하고, 유사한 내용의 계약과 비교해 차별적 조건을 부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계약상 원칙과 절차 ▲상대방에게 특정 계약 내용을 강요하거나, 제3자와의 계약 체결·거부를 강요하는 행위, 제3자와 담합 등을 규정하는 불공정행위 유형 ▲ISP와 CP의 이용자 보호 의무 등이 담겼다.
허욱 방통위 상임위원은 “이번 가이드라인은 사업자 간 사적 조치를 존중하면서도 유튜브나 넷플릭스처럼 콘텐츠 파워를 앞세워 국내 망을 사실상 공짜로 쓰는 해외 CP에게 시정을 촉구하는 정부 의지가 담겼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국내 업계 반응은 엇갈린다. 통신사업자들은 대체로 가이드라인 제정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망 이용 대가 산정 기준과 CP의 망 품질 유지 의무를 구체화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반면 CP는 가이드라인 제정 자체를 강하게 반대한다. 사업자 간 사적 계약에 정부가 개입해선 안 되며, 해외 CP에 대한 실효성도 낮다는 지적이다.
허 위원은 “CP들은 가이드라인으로 인해 통신사와 계약하면 무조건 비용을 내야 하는 데다 비용 규모도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면서 “이 점을 고려해 가이드라인 시행 과정에서 국내 CP 역차별이 되지 않도록 섬세하게 살펴야 하며, 해외사업자에 대한 집행력 한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가이드라인이 시장에서 원활히 안착할 수 있도록 홍보와 함께 사업자·시민단체 등과 지속적으로 소통할 방침을 밝혔다.
김창룡 위원은 “가이드라인 내용 중에서 ‘시행일을 기준으로 매 3년이 되는 시점마다 타당성을 검토해 개선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부분이 있다”면서 “초창기에는 보완할 점이 많을 텐데, 어떤 근거로 3년이라는 기한을 정했나”라고 질의했다. 방통위는 “가이드라인을 계속 보완하겠다는 취지로, 상황에 따라 1년이라도 필요한 부분을 개선해나갈 것”이란 입장이다.
최성호 방통위 이용자정책국장은 “이번 가이드라인이 인터넷망 이용계약에 있어서 공정한 질서를 확립하고 이용자를 보호하는 데 의미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해관계자별로 가이드라인에 대한 의견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며, 제기된 우려가 발생하지 않도록 앞으로 세심히 살피고 운영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