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올해 방송시장에서는 IPTV와 케이블TV간 인수합병(M&A) 소문이 계속해서 나왔지만 정작 본격적으로 추진된 것은 없었다. LG유플러스와 케이블TV 1위 CJ헬로 인수 추진은 1년내내 간만 보다가 끝났다. 중간 CJ헬로가 딜라이브 인수를 타진하기도 했지만 이 역시 시늉으로 끝났다. 하반기에는 KT가 KT스카이라이프를 통한 딜라이브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합산규제 재도입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데다 KT스카이라이프 노조의 반대 등으로 진척을 보이지 못했다.
IPTV의 성장, 케이블TV 부진은 올해도 계속됐다. 지난해 11월부터 IPTV 가입자 수가 케이블TV 가입자 수를 앞서면서 IPTV와 케이블TV 가입자 수 격차는 계속 확대됐다. 현재 격차는 약 110만 정도다. 올해로 10년을 맞은 IPTV는 연평균 38.2%라는 고성장세를 보였다. 모바일, 초고속인터넷이 부진한 가운데 IPTV는 통신사의 견조한 수익원으로 자리를 잡았다. 반면, 케이블TV는 출구전략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주요 MSO가 잠재적 매물이 된 상황에서 턴어라운드 가능성은 희박해지고 있다.
3년간 KT의 족쇄가 됐던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올해 6월 국회에서 제대로 된 논의 없이 일몰됐다. KT는 딜라이브 인수 추진 등 발빠르게 외연 확장 전략을 시도 중이다. 하지만 절차상 등의 문제로 합산규제 재도입 논의가 다시 시작됐다. 관련 법 발의가 잇따르는 가운데 내년 초에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찻잔속의 태풍 넷플릭스는 점점 소용돌이를 키우고 있다. 한국 시장의 저렴한 유료방송 요금, 전용 콘텐츠 부족 등으로 넷플릭스는 시장 안착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하지만 LG유플러스와 손을 잡으면서 단숨에 거대한 태풍으로 급부상했다. LG유플러스와 넷플릭스의 협력이 시너지로 이어질 경우 KT, SK텔레콤도 넷플릭스 손을 잡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넷플릭스 영향력 확대에 강하게 반대했지만 큰 공감대를 얻지는 못했다.
지상파 방송사들의 숙원이었던 중간광고 도입은 방송통신위원회의 결정으로 9부 능선을 넘었다. 방통위는 매체간 공정경쟁, 지상파 방송의 공적기능 및 콘텐츠 제작역량 강화 등을 위해 중간광고에 대한 차별적 규제해소가 필요하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미 주요 콘텐츠에 대해 1~2부식으로 쪼개기 편성을 하면서 사실상 중간광고를 시행하고 있는 지상파 방송사에 대한 여론은 좋지 않다. 야당과 신문협회 등이 강하게 반대하는 가운데 국민의 60%가 반대한다는 여론조사가 나오기도 했다.
지상파 UHD 방송이 시작됐지만 정작 지상파 방송사들의 투자는 미흡했다. 700MHz 주파수 할당시 대대적인 시설, 콘텐츠 투자를 약속한 지상파 방송사들이었다. 하지만 MBC와 SBS는 시설투자를 각각 64%와 50%만 지키는 등 방통위와 약속한 투자계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파수 때문에 무리한 계획을 세웠다는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방송 정책을 둘러싼 과기정통부와 방통위간 힘겨루기도 계속됐다. 방통위가 유료방송 정책의 이관을 꾸준히 요구했지만 과기정통부는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전체적인 정부조직개편 움직임이 없는 상황에서 원포인트 방식의 개편 가능성도 점쳐졌지만 아무런 움직임은 없었다. 정부조직개편은 해를 넘길 전망이지만 내년이면 문재인 정부 임기도 반환점을 돈다는 점에서 방송정책의 일원화 가능성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