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신현석기자] 올해 디스플레이 업계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전환’에 힘이 실렸다. 특히 BOE, CSOT, 티안마 등 중국 업체 성장이 LCD(액정표시장치) 업황을 고사(枯死) 수준으로 몰아가면서 OLED 전환은 숙명이 됐다. ‘탈LCD’가 본격화된 한 해였다.
이 가운데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OLED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D-중소형OLED, LGD-대형OLED 구도를 벗어나 사업을 다각화하는 모양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마이크로LED(발광다이오드), QLED(양자점발광다이오드)에 이어 QD-OLED(양자점유기발광다이오드)를 준비하며 대형 패널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잉크젯 프린팅 기술을 적용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LG디스플레이는 연말 애플에 아이폰용 OLED를 공급하며 의미 있는 첫발을 내디뎠다.
기존 장점 분야에서도 꾸준히 성장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애플 신제품 OLED를 모두 독점 공급했다. 아이폰 판매 부진에 따른 부침은 있었지만, 폴더블·와이옥타(Y-Octa) 등 독자적인 행보를 확장하며 중소형 OLED 분야 선두 지위를 이어나가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3분기 OLED TV 패널 사업 부문이 5년 만에 흑자를 달성했다. 2013년 20만대였던 판매량이 작년 170만대를 돌파하는 등 글로벌 판매가 계속 늘어났다.
중국 최대 패널업체 BOE도 OLED 전환을 추진하고 있으나 낮은 수율이 발목을 잡고 있다. 질 낮은 제품도 흡수하는 중국 시장 특성상 우리나라 기준과 다를 수 있으나, 국내 업계에서는 BOE의 OLED 수율이 10%를 밑도는 것으로 보고 있다. BOE는 LCD 패널 가격 하락, 정부 보조금 축소 등 영향으로 수익성이 계속 하락하고 있다. 그런데도 OLED 공장을 계속 늘려나갈 태세다. 첫 번째 플렉시블 OLED 공장 B7가 수율 확보 단계인 가운데, 두 번째인 B11에 장비를 반입하면서 최근 세 번째인 B12 착공에 들어갔다. 한편에선 애플 아이폰에 OLED를 공급할 가능성이 계속 제기됐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올해 ‘2019년 임원인사’를 단행해 젊은 차세대 리더를 발굴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김태수·백지호 전무를 부사장으로, 김동환·박종우·이광수·이주형·최원우 상무를 전무로 승진시키며 혁신을 주도할 젊고 역동적인 조직을 구현하겠다고 밝혔다. LG디스플레이는 OLED 사업 가속화에 적합한 인물을 승진시켰다. 업계 경험이 풍부한 한상범 부회장을 유임하고 김명규 전무, 오창호 전무, 양재훈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신구 조화를 이뤄 당면한 과제를 해결해나가겠다는 의지다.
◆ LCD 패널 가격 하락 지속…OLED 전환 가속 = 올해 초부터 LCD 패널 가격은 계속 하락했다. 3분기 들어 잠시 반등했으나 4분기 다시 하락세가 됐다. 3분기 반등을 두고 BOE가 납품 가격을 올렸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올 정도로 LCD 시장에서 중국 업체 영향력이 커졌다. ‘정부 보조금 지원’과 ‘질 낮은 제품도 흡수하는 내수시장’이 무기였다.
이에 중국 업체의 과잉 공급이 LCD 업계 공멸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LCD 가격 하락이 본격화되면서 LG디스플레이는 올해 1분기 6년 만에 영업적자로 전환했다. BOE는 LCD 업황 악화를 초래한 영향으로 올해 주가가 ‘반 토막’이 났다.
이에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OLED 전환에 더 집중했다. 3분기 삼성디스플레이 LCD 사업 부문은 적자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OLED 매출 비중이 높아 비교적 타격이 심하진 않았지만, LCD 사업부를 빨리 정리해야 한다는 주문이 점차 거세졌다. LG디스플레이는 애초 기존 LCD 라인을 OLED로 전환하는 방안을 고려했으나 결국 연말 ‘WOLED(화이트OLED) 신규투자 집중’으로 가닥을 잡았다.
◆ ‘폴더블 디스플레이’ 등 신규 제품군 확보 주력 = 아울러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오토모티브(전장), 하이엔드 IT 등 고부가가치 신규 제품군 확보에도 열을 올렸다. 특히 ‘폴더블 디스플레이’가 주목받으면서 관련 기술이나 협력업체도 눈길을 끌었다.
무엇보다 삼성이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을 키우는 전략을 펼쳤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뿐 아니라 샤오미, 오포, 비보 등에도 폴더블 패널 공급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디스플레이에 폴더블 패널 관련 소재·부품을 공급하는 KH바텍, SKC코오롱PI, 비에이치 등 기업도 관심을 끌었다. 폴더블 패널 핵심 소재인 CPI(투명폴리이미드) 필름 양산에 성공한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삼성 납품 경쟁에서 일본 스미토모화학에 밀린 것으로 알려지는 등 폴더블 패널 관련 얘기로 업계는 시끌벅적했다. CPI필름 시장은 코오롱인더, SKC, 스미토모화학의 3파전이었으나 연말 LG화학도 관련 사업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4파전을 예고했다.
터치센서를 일체화한 OLED 개발 경쟁도 물밑에서 전개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독자 기술인 와이옥타 기술을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적용해왔다. 이에 대항하기 위해 LG디스플레이도 터치 일체형 OLED를 개발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터치 일체형 OLED는 더 얇고 가볍게 구현할 수 있어 폴더블 패널에 쓰기 적합하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폴더블 패널 개발을 완료했으나 수율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도 폴더블 관련 기술을 계속 개발 중이다.
◆ 소재·장비·부품 업체 中 진출 가속화 = 한편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 투자 축소, LG디스플레이의 OLED 전환 난항 등 영향으로 투자가 여의치 않자 국내 협력업체들은 중국 진출을 적극 타진했다. 이 업체들이 중국 BOE, 티안마 등과 협력하면서 ‘기술·인력 유출’ 논란이 불거졌다.
국내 소재·장비·부품 업체는 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와 공동 개발한 기술을 중국으로 가져가면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도 개의치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11월 삼성디스플레이 협력사 톱텍(대표 이재환)의 방인복 사장 등 총 11명이 BOE 등에 국가 핵심 기술을 넘긴 혐의로 기소되면서 관련 문제가 수면 위로 올랐다. ‘기술 유출’ 관련 대책 마련에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업계 목소리가 높아졌다.
BOE는 삼성디스플레이 등 국내 대기업 출신 인력 영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BOE 본사로 이직한 국내 대기업 출신 인력은 100명 정도로 알려졌다. BOE OLED 공장 B7에는 국내 소재·장비·부품 협력사를 포함해 한국인 엔지니어가 1000~1500명가량이 일하고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중국 경쟁사로 이직한 전직원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는 등 적극적으로 인력 유출을 막고 있다. 실제 지난 7월 수원지법(민사31부)은 삼성디스플레이가 BOE 협력사에 위장 취업한 전직원 A씨를 상대로 제기한 전직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어 9월 대구지방법원은 LG디스플레이가 비전옥스에 이직하려던 전직원에 제기한 전직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앞서 다른 LG디스플레이 전직원이 BOE로 이직하려다 적발된 사례도 있었다.
<신현석 기자>shs1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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