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애플은 물리적 한계에 도전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다. 조너선 아이브 최고디자인책임자(CDO)가 수차례 언급했지만, 배터리를 많이 넣으면 사용시간이 길어지는 대신에 무게와 두께가 불리해진다. 반대로 휴대성이 높아지면 배터리가 부족해져 사용시간에 손해를 본다.
그동안 애플은 모바일 기기의 사용시간을 늘리기 위해 보이지 않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 첫 번째 실험은 노트북에서 이뤄졌다. 맥북을 필두로 메인보드 크기를 줄이는 대신 남는 공간을 배터리로 채우는 식이었다. 이를 위해 여러 개의 배터리를 하나로 묶는 분리형 기술이 접목됐다. 지난해 출시된 아이폰 텐(X)에 적용된 ‘1+1’ 설계는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노트북과 달리 스마트폰은 아이폰X 이전까지 용량 확대에 상당히 인색했다. ‘플러스’ 모델에서야 2000mAh를 넘겼고 아이폰6부터 아이폰8까지 배터리 용량은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았다. 내부 공간 확보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아이폰X에 적용한 이른바 ‘L’형 배터리를 통해 새로운 목표에 도전하고 있다. 바로 PC급 성능의 제공이다.
이미 애플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뿐 아니라 그래픽처리장치(GPU) 설계자산·특허(IP)에 있어서 독자적이면서 확고한 지위를 확보한 상태다. 더불어 전자파간섭(EMI) 차폐, 패키징뿐 아니라 보안, 사운드, 모션 인식 등 작아진 인쇄회로기판(PCB)에 더 높은 성능과 다채로운 기능을 제공하면서도 부품 내재화에 힘쓰고 있다.
올해 선보일 아이폰Ⅺ(가칭)에 적용된 일체형 배터리는 아이폰X의 1+1 구조의 분리형 설계에서 한 단계 진화해 하나의 패키징으로 이뤄졌다. 이는 순간적으로 높은 성능을 내기에 적합한 구조다. AP, 전력관리반도체(PMIC) 등의 적절한 지원만 있다면 사용시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몇 배는 더 높은 성능을 낼 수 있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배터리는 디스플레이 패널을 제외하고 단일 부품으로 스마트폰에서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한다. 반도체 패키징 기술을 활용한 SLP(Substrate Like PCB)와 각종 패키징 기술, 부품 내재화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라도 강력한 배터리가 필수적이다. 그러면서 무게와 두께를 유지하려면 L형, 그것도 일체형 배터리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이런 추세라면 애플이 중앙처리장치(CPU)조차 인텔에서 벗어나 독자 행보에 들어설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CPU 아키텍처를 몇 차례 갈아엎은 경험이 있으며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려는 목적에 비추어 봤을 때 그 시기가 멀지 않을 전망이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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