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최근 벌어지고 있는 ‘작업환경측정보고서(작업보고서)’ 논란의 핵심은 알 권리와 영업비밀의 충돌이다.
알 권리는 주장하는 측의 주장은 간단하다. ‘정보공개법’에 의거 사람의 생명·신체 또는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공개할 필요가 있는 내용이라는 것. 지난 2월 1일 대전고등법원의 판결에서도 같은 취지의 해석이 나왔다.
문제는 정보공개 이후 해당 작업보고서 내용을 받은 사람이 비밀을 유지하거나 제3자에게 유출했을 경우 별도의 처벌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의도를 가지고 악용하더라도 어떻게 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직업병 사망자 유족에게 보낸 서신에서 제3자에게 공개나 열람하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는 내용을 담았다는 이유로 비난을 퍼부었다. 사과하지 않았다는 게 이유. 더불어 삼성전자가 정작 판결에 따라 해당 자료(작업보고서)를 산재소송에서 입증자료로 활용하는 것에 대해 아무런 이의가 없다고 한 것은 주목하지 않았다.
앞서 산재신청에 필요한 내용(대기질, 화학물질, 근무 현황 등)은 공개를 찬성하지만, 이와 무관한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삼성전자 설명과 일맥상통한다.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도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서로의 입장을 차이가 있지만, 공통점은 정보공개의 중요성만큼 기업의 영업비밀도 보호되어야 한다는 것에서는 이견이 없었다. 심지어 노동계 패널로 참여한 인사조차 ‘공개의 범위’나 ‘제한적 공개’를 강조하기까지 했다.
이는 산재신청이 아니라 다른 목적으로 사용될 때를 대비해 비밀준수와 같은 제도적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공감한 셈이다. 더불어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작업보고서의 내용이 충분히 영업비밀이 될 수 있다는 사실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도 일방적 공개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화학물질이 얼마나 통제되고 있는지, 근로자 노출 여부, 노출량과 인체 허용량 등은 고려되지 않은 채 화학물질 사용 자체까지 문제 삼고 있다. 심지어 작업보고서를 작성한 업체도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대화는 어렵다.
특히 그들이 기업을 대하는 태도에서 구체적이며 명확한 대답보다는 두루뭉술하고 사회적 약자 틀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산재 입증은 행정소송까지 이르게 한, 처음부터 문제를 제기한 측에서 져야 함에도 처음부터 기업이 잘못해 이 지경까지 왔다며 짐을 몽땅 떠미는 모습이 대표적이다.
알 권리와 영업비밀이 조화롭게 공존하면서 운영할 수 있는 길은 분명히 있다. 그 시작점부터 기업을 악(惡)으로 규정하며 무엇인가를 얻으려고 한다면 오산이다. 기업도 노동자도 이런 사람이나 조직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 이성은 없고 감성팔이만 주도하면 그게 바로 적폐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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