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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디지털 패권 경쟁, 신냉전의 시작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중국 정부가 도시바메모리를 한미일(韓美日) 연합이 인수하는 안에 대해 승인을 내리지 않았다. 시간이 촉박했다는 분석과 함께 퀄컴의 NXP 인수도 승인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반(反)독점이 민감한 문제이고 복잡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1%의 정치적 의도가 들어가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건 너무 순진할까?

앞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에 철퇴를 날렸다. 싱가포르 업체인 브로드컴이 퀄컴을 품에 안으면 국가안보를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였다. 브로드컴은 애초에 미국에서 태어난 기업인데, 아바고가 브로드컴을 인수하면서 싱가포르로 본사를 옮긴 경우다. 혹 탄 브로드컴 최고경영자(CEO)가 본사를 미국으로 바꾸겠다고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 약속한 바 있고 관련 작업을 진행 중이었음에도 이런 결과가 나왔다.

중국은 첨단산업에서 풍부한 자원과 제조업에서의 장점이 있다. 반대로 미국은 제조업 경쟁력이 별로다. 세계 최대 시장이지만 자국 내에서 소비되는 스마트폰, TV 대부분은 해외에서 만든다. 반대로 원천기술이나 플랫폼은 강력하다. 당장 애플이나 페이스북, 아마존만 봐도 그렇다. 중국은 이를 정면으로 돌파하려 하고 있다.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가 대표적인 경우다.

플랫폼과 플랫폼이 대결은 필연적으로 강한 상호작용을 만들어낸다. 승자독식 구조가 가능하고 콘텐츠를 비롯해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파급력이 엄청나서 결코 포기할 수 없다. 특히 인공지능(AI), 5세대(5G) 이동통신, 자율주행차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은 전례 없는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미국 플랫폼 기업이 유럽에서 거둬들인 이익에 세금을 물리겠다고 나섰다. 마찬가지로 중국이 자국 내에서 판매되는 미국 제품에 같은 성격의 세금을 부과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렇다면 미국이 선택할 방향은 무역 보호주의밖에 없다.

미국은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보호주의 국가였다. 여기에는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되, 상호주의가 원칙이다. ‘주는 게 있으면 받는 게 있어야 한다’라는 지극히 합리적인 사고다. 하지만 디지털 패권 경쟁에서 미국과 중국이 서로 주고받을만한 가치가 크지 않다는 것은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각자의 플랫폼에서 한동안 생태계가 커가면 서로를 이해할 기회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디지털 패권을 두고 신(新)냉전 시대가 시작됐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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