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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혁신 피로감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삼성전자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9’가 공개되면서 갖가지 평가가 넘친다. 이 가운데 내외신을 가리지 않고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가 ‘혁신’이다. 한 마디로 전작인 ‘갤럭시S8’과 비교해 혁신이 부족하다는 인색한 평가를 받고 있다.

‘디자인이 그대로다.’, ‘카메라 외에는 바뀐 것이 별로 없다.’, ‘가격이 비싸졌다’ 등이 이유로 꼽힌다.

일부분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공감할 수 있는 평가도 아니다. 예컨데 디자인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인 디스플레이는 해상도가 그대로지만 색 정확도와 밝기, 반사율이 개선됐다. 덕분에 디스플레이 평가 업체인 디스플레이메이트 화질평가에서 역대 최고 점수를 받았다.

카메라 외에 바뀐 것이 없다는 것도 내부를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나 D램, 낸드플래시는 차치하고서라도 모뎀칩 전력관리칩(PMIC), 디스플레이 PMIC, 무선주파수(RF) 트랜시버, 근거리무선통신(NFC), 그리고 첨단 패키징이 접목됐다.

부품 관점에서라면 상당한 변화다. 그러니 삼성전자가 억울할 수 있다. 반대로 소비자가 이런 세세한 내용까지 알아채서 평가에 반영할 이유도 없다. 매년 비슷한 가격에 더 높은 성능과 기능이 개선된 제품을 내놓는다는 것, 한편에서는 지난해보다 파격적인 ‘무엇인가’를 요구하고 있으니 이해관계가 상충할 수밖에 없다.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고(故) 스티브 잡스를 두고 세간의 평가는 공통점이 있다. 없던 기술을 새로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있던 기술을 잘 조합해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냈다는 사실이다. 아이폰조차 4s에서 5로 넘어갈 때 갤럭시S9과 마찬가지로 혁신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이폰6부터 아이폰8까지 3년 동안은 디자인 변화조차 없었고 단골 비판 대상이다. 그런데 결과는 좋았다.

어떤 의미로 제조사와 소비자 양쪽이 혁신 피로감에 시달리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기대감이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가운데 3명이 혁신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기업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결과도 있다. 조금 쉬어가자는 게 아니라 혁신이라는 요소를 어디에 중심을 두고 진행해야 하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갤럭시S9만큼은 아니지만, 아이폰은 오래전부터 슬로모션 촬영을 소프트웨어적으로 지원했다. 운영체제(OS)나 하드웨어 최적화에서도 평가가 좋다. 지나친 관리로 ‘배터리 게이트’라는 유탄을 맞기는 했지만.

인지상정(人之常情),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보통의 생각이라고 했다. 혁신도 본질은 사람이고, 만드는 사람과 쓰는 사람을 모두 바꿀 수 있다면 그게 혁신이다. 갤럭시S9처럼, 아이폰 텐(X)보다 만족스러운 스마트폰 있다면 그걸 찾아서 구매하는 것도 혁신이다. 물론, ‘가격’은 빼고 말이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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