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신현석기자] 한국전자금융(대표 구자성)이 자회사 합병을 통해 무인화 사업을 확대하고, ‘편의점 특수’를 새로운 수익 창출의 기회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을 제시하면서 주목을 끌고 있다.
하지만 ‘편의점’을 근거로 한 기존 모델과 신사업 모델이 얼마나 위력을 떨칠 것인지 시장의 공감을 이끌어내기에는 좀 더 검증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앞서 지난 16일, 한국전자금융은 종속회사인 '나이스(NICE)핀링크'를 흡수합병하기로 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합병비율은 1.0 : 4.3(한국전자금융 : 나이스핀링크)다. 아직 합병이 완료된 것은 아니다. 오는 12월 29일 임시주주총회에서 합병승인을 얻어야 한다.
물론 한국전자금융이 합병계약을 해제할 가능성도 현재로선 없지 않다.
실제로 이와 관련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기업설명회(IR)를 통해, 피경원 경영관리본부장은 “매수 청구 금액이 150억원을 넘으면 좀 어려울 수 있다. 못한다는 말은 차마 못 드린다.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라며 “만약 이게 잘 안 돼서 무산되면 1년 뒤에 다시 추진하는 것으로 돼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8월 한국전자금융은 BGF핀링크(현 나이스핀링크) 주식 100만주(50.0%)를 양수해 종속회사로 편입한 바 있다. 8월 인수가 최종 완료된 후, 사명은 BGF핀링크에서 나이스핀링크로 바뀌었다. 인수에 그치지 않고 하나의 회사로 재탄생한 뒤, 신규 사업 시너지를 더욱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구자성 대표는 한국전자금융과 나이스핀링크의 대표직을 겸임하고 있다.
한국전자금융은 나이스핀링크 합병을 통해 무인 주차, 키오스크(KIOSK·무인탑승수속기기), 편의점 내 금융자동화기기 부가가치통신망(CD VAN) 사업에 대한 투자를 강화할 계획이다.
구자성 대표는 “기존 ATM(현금자동입출금기) 사업 부문도 무인 주차 사업, 키오스크와 마찬가지로 같은 무인 자동화기기다. 금융영역에서의 무인 자동화일 뿐”이라며 “ATM 부문 운영 관리 경험을 통해 인프라와 운영 노하우를 확보하고 있다. 타경쟁사보다 한발 두발 앞서 플레이하는 부분이기에 수년 내 ATM 관리처럼 특등 사업자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한국전자금융은 이번 합병을 시장 내 자연스러운 조정 과정으로 설명하고 있다. 사양산업으로 불리는 CD VAN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회사들이 경영 효율화의 일환으로 합병을 택할 수 밖에 없다는 논리다.
피경원 경영관리본부장은 “2015년 이후 (CD VAN 시장이) 조금씩 후퇴되는 모습”이라며 “이 상황에서 ‘통합을 통해서 효율화를 해야지 않겠는가’ 하는 업계 내에서의 생존 논리가 작동된 것이 이번 합병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사양 산업에서 업계 1~3위 안의 2개 그룹이 합종 연횡을 통해 인수 합병이 이뤄지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즉 지역 인프라를 통합해 중복 투자를 줄이는 등, 운영효율성을 높이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다는 전략이다.
한국전자금융 측 자료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 CD VAN 시장 점유율 1~3위는 효성 25%(1만1330대), 나이스핀링크 25%(1만1130대), 한국전자금융 22%(9805대)이다. 한국전자금융과 나이스핀링크가 결합하면 시장 내 1위 업체가 된다. 한국전자금융 측은 효성 등 타경쟁사가 시장 확대요인이 없어 이익규모를 방어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한국전자금융은 합병이 완료되면, 나이스핀링크가 보유하고 있는 편의점 채널을 확보해 신규 수익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피 본부장은 “편의점 채널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기반으로 한국 전자 금융이 열심히 투자하고 있는 무인화 사업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 향후 성장 동력을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국전자금융은 합병을 통해 각 시장을 과반 수준으로 점유하게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회사 측 추정치에 따르면, 합병 후 한국전자금융의 ATM관리 및 CD VAN 사업 시장 점유율은 각각 58%, 47%가 된다. CD VAN 사업에서는 기존 3강 체계가 무너지고 압도적인 1위 사업자 지위를 확보하며, ATM 관리 사업에선 기존 과반 이상(56%)의 점유율을 더욱 공고히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합병이 이뤄지면 한국전자금융은 나이스필링크의 편의점 CD VAN 시장 점유율(34%)을 흡수해 시장 내 점유율 1위(39%)로 올라설 수 있다.
피 본부장은 “편의점 시장이 포화 상태라는 우려가 있지만 현재도 동네 슈퍼나 상점이 편의점으로 바뀌는 추세”라며 “CU도 상당히 빠른 속도로 편의점 수를 늘리고 있다. (CU와) 장기 독점 계약을 하게 되면서 신규 점포에 대해 50%는 우리가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조건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전자금융은 향후 은행이 편의점 채널을 활용할 경우, 매출 확대폭이 더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은행 내 자동화기기보다, 자동화기기를 보유한 CU편의점의 분포가 대로변과 거주지역을 폭넓게 커버해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더 적절하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인터넷 뱅크를 대상으로 제공 중인 편의점 채널을 시중은행으로 확대하는 등 신규 수익모델도 개발해나갈 계획이다. 초기 인터넷 뱅크 등 파트너은행 중심의 모델에서 탈피해, ‘1대 다(多)’ 제휴 방식의 멀티 브랜드 제휴 플랫폼 사업을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피 본부장은 “타시중은행으로의 확산 가능성에 대해선 국민은행 등 다른 은행과 협의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은행 브랜드 채널로서 편의점을 가지고 활용할 수 있는 여지들이 확산돼 가고 있어, 수익원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전자금융은 무인화 사업투자도 강화할 계획이다. 피 본부장은 “우리나라 무인화 시장은 아직 성장 초기 단계로, 향후 성장여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예를 들면, 일본의 무인주차업체 파크24의 경우 매출이 2조 2000억원 가량인데 반해, 우리나라 무인주차 업체들 매출은 다 합해도 1000억원 수준이다. 인구 대비 성장여력이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국내 무인주차 시장에선 아마노와 AJ파크가 1, 2위로, 작년 각각 364억원, 28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키오스크 시장에선 씨아이테크와 타피컴퓨터가 1, 2위로, 작년 각각 86억원, 70억원의 매출을 냈다. 한국전자금융이 작년 두 시장에서 벌어들인 매출은 각각 156억원, 61억원이다. 한국전자금융 측은 시장이 성장을 하고 있는 단계이기 때문에 경쟁 강도가 그리 높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피 본부장은 “일단 잠재적인 후발 사업자이긴 하지만, 충분히 추월을 해서 선도 위치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우리가 가진 전국적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유지보수와 연결된 역량이 타경쟁사 대비 압도적이라고 자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키오스크 사업의 경우, 렌탈 사업을 전개할 텐데 타경쟁사 대비 자금력 부분에서 (우리가) 좀 더 우위를 가지고 있다”며 “자금력이 있어야 렌탈도 제대로 할 수 있다. 경쟁자들은 하고 싶어도 못하는 부분이 있다. 우리는 그 부분에 있어 제약이 없다”고 말했다.
◆ 한국전자금융 인수합병(M&A) 행보 = 한국전자금융은 1993년도 CD VAN 사업을 국내에서 처음 시작한 사업자다. 1997년도 ATM관리 사업을 개시했다. 당시 외환위기를 전후로 국내 은행의 구조조정이 단행되고 무인 점포에 대한 외주 아웃소싱이 활발히 진행되면서 사업이 활기를 띄었다.
이를 기점으로 한국전자금융은 전국적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본격적인 성장세에 접어들게 된다. 2000년 1월 한국 신용정보로 분사돼 지금의 사명으로 설립된 이후 2006년에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한국전자금융의 인수합병 전략도 눈에 띈다. 2009년 티켓자동발권업체 요넷의 지분을 취득해 계열사로 종속한 후 2013년 흡수합병했다. 2015년 POS 제조기업 OKPOS를 인수한 데 이어, 2016년 ERP솔루션 공급업체 무노스를 인수했다.
나이스핀링크 지분은 한국전자금융(50%)과 BGF네트웍스(50%)가 절반씩 소유하고 있다. 나이스핀링크는 CD VAN 사업에 특화돼 있다. CD VAN의 매출이 총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0%가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