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신현석기자] 체성분 분석기 전문업체 인바디(대표 차기철) 주가가 부진하다. 신성장 동력이 요구되는 가운데, 증권업계를 중심으로 곧 출시될 ‘인바디워치’에 대한 기대감을 갖기 어렵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웨어러블기기 전작인 ‘인바디밴드’가 기대 이하의 실적을 거뒀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헬스케어 시장은 전세계적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시대 흐름과 맞물려 성장에 대한 기대가 높다. 의료시장에서 IT기기 접목이 높아짐에 따라, 관련 업체들이 진입할 수 있는 새로운 영역이 점차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국내 체성분분석기 수요가 과포화됐다는 점에서 인바디가 이전과는 다른 공급처를 확보하거나 모멘텀 확보를 위한 신사업이 필요하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기존 매출처인 종합병원, 스포츠센터, 건강검진센터, 재활센터, 헬스장 등에 기기를 공급하며 성장해온 과거에 머물지 않고, 지속적인 성장을 달성하려면 앞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지적이다.
이 같은 위기는 주가 흐름에서도 엿보인다. 인바디는 작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798억원, 220억원을 기록하며 창립 이후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주가는 올 초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작년 초 6만원에 육박하던 주가는, 올해 3월 한때 2만600원까지 하락하며 1년 새 반토막이 났다. 3월부터 최근까지 최근까지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오며 3만3000원대를 회복했지만, 9월 중순부터 다시 하락해 10월 16일 종가는 2만8750원이다.
인바디도 새로운 매출처 확보가 시급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인바디는 2008년 중국 상해 법인 설립 이후 9년이 지난 작년부터 말레이시아, 인도, 네덜란드 신규 법인을 설립하며, 새로운 공급처 확보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1996년 5월 설립된 인바디는 2000년 코스닥에 상장했다. 회사명과 동일한 체성분 분석기 ‘인바디’를 제조하고 국내 및 해외 병원 및 스포츠센터 등에 공급하고 있다. 체성분분석기는 신체의 수분, 단백질, 무기질 등은 물론 복부지방률이나 신체 부위별 체수분 분포도 등을 정량 측정해내는 장비다.
인바디는 2013년 가정용 체성분분석기인 '인바디 다이얼'을 시작으로, 2015년 손목에서 체성분분석이 가능한 '인바디밴드'를 출시하며 B2C시장에도 진출했다. 2017년 5월 기존 밴드를 업그레이드 한 '인바디밴드2'도 내놨다. 인바디는 올 하반기 안에 신제품인 인바디워치를 출시할 예정이다.
최대주주는 차기철 대표로, 올해 6월 기준 368만주(지분율 26.89%)를 보유했다. 가족 등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하면 최대주주 측 지분율은 총 28.73%다.
◆ 주가 하락의 원인... 저조한 실적 때문? = 인바디는 작년 최대 실적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도 그리 나쁘지 않은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419억원, 103억원으로,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0억원 가량 빠졌지만, 매출 규모는 거의 변화가 없다. 주가가 반토막이 날 만큼의 악화요소로 보긴 어렵다.
그럼 최근 주가 하락의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우선 인바디밴드 시리즈가 예상보다 실적이 저조한 데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의료기기 시장에서 전반적으로 투자심리가 악화되고 대다수 의료기기 업체들의 성장률이 꺾였다”며 “매출 성장률이 계속 빠지는 상황에서 인바디는 인바디밴드 때문에 더 매출 성장이 저해되는 부분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인바디는 그간 체성분 분석기 시장을 넘어 웨어러블 기기 시장에 진출해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확보하려 노력해왔다. 이를 위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다양한 B2C 판매 채널을 활용하고자 했다. 이 과정에서 국내 여러 업체들과 가정용 인바디(인바디다이얼), 웨어러블 인바디(인바디밴드 및 인바디밴드2), 초음파 신장계(인키즈), 가정용 혈압계(BP170) 등 B2C 제품의 판매 협약을 체결해왔다.
그 중 가장 큰 신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됐던 제품이 인바디밴드다. 하지만 증권업계에 따르면 인바디밴드는 올해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0% 가까이 하락하는 등 기대 이하의 성과를 거뒀다.
지난 9월 신한금융투자(작성자 이지용)는 “올해 인바디(체성분분석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4.5% 오른 390억원으로 예상하며, 인바디밴드는 올해 1,2분기 부진으로 전년 대비 47.4% 하락한 65억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또한 “과거 인바디밴드 사례를 감안했을 때 (올 하반기 출시될) 인바디워치의 출시 효과도 일회성 이벤트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달 미래에셋대우(김충현)도 “인바디가 인바디밴드를 출시한 이후 2년간 상당한 주가 변동성을 경험했다”며 “인바디의 웨어러블 기기가 시장에 침투하는 속도가 생각보다 느리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인바디밴드 후속인 인바디워치에 대한 지나친 기대감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국내 경쟁 심화 전망 = 인바디는 국내 체성분 분석기 시장에서 점유율 1위 기업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인바디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대략 70~80% 정도로 추산되며, 세계 시장(BIA 측정법 기준) 점유율은 대략 40%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체성분분석기 시장은 의료용, 전문가용, 보급용 및 가정용, 개인용의 4가지 시장으로 구분된다. 2000년대 초반 10여개의 업체들이 난립하던 국내 전문가용과 보급용 체성분분석기 시장은 현재 인바디와 셀바스헬스케어 등 2~3개 업체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인바디는 특히 피트니스, 병원 등에서 사용되는 전문가용 인바디를 주력으로 생산해왔다.
세계 체외진단기 시장은 현재 A&D, 타니타(Tanita), 오므론 헬스케어 등의 업체가 경쟁 중이다. 가정용 시장의 경우 일본 헬스케어 기기 제조업체 타니타가 먼저 진출해 시장을 개척했다. 국내 체성분 분석기 시장에선 셀바스헬스케어(대표 유병탁)가 출사표를 냈다.
인바디의 경쟁사로 떠오르는 셀바스헬스케어는 아큐닉(ACCUNIQ) 브랜드를 통해 의료진단기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회사 역시 지난 9월 신규 체성분 분석기 아큐닉 BC380 제품을 글로벌 시장에 출시했다.
뿐만 아니라 웨어러블 밴드인 온핏 밴드(OnFit Band) 출시도 앞두고 있다. 온핏 밴드는 인바디밴드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활동량 분석기능은 물론, 체지방과 근육량 등을 측정하는 체성분 분석 기능을 탑재했다. 인바디가 영위해오던 사업 분야인 체성분분석기와 웨어러블기기 분야에서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셀바스헬스케어는 그룹 관계사인 셀바스AI의 딥러닝과 인공지능(AI) 등 기술을 접목하기 위한 협업을 진행하며 체성분 분석기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한다는 전략이다. 향후 체성분분석기 시장에서 이 같은 새로운 제품이 출시된다면, 가까운 미래 인바디의 독점적 지위가 흔들리는 등 새로운 시장 상황이 펼쳐질 가능성도 있다.
◆ 체성분분석기의 해외 진출 전망은 나쁘지 않아 = 다만, 인바디의 체성분분석기 관련 실적은 단기적으로 나쁘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9월 미래에셋대우는 “인바디는 전문가용 체성분분석기는 해외 법인 설립지역을 중심으로 고성장세(전년 동기 대비 20~30%)를 거듭하고 있다”며 “직접영업이 중요한 제품 특성상 최근 설립된 네덜란드, 인도, 말레이시아의 신규법인 성장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해외 법인의 고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침투율이 5~30% 수준에 머무는 것은 다소 아쉽다는 분석이다.
최근 들어 해외 매출처 확보를 위한 움직임도 다시 활성화됐다. 인바디는 그간 시장규모가 큰 미국, 일본, 중국시장 공략을 위한 거점을 확보하고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2000년 일본 도쿄와 미국 LA, 2008년 중국 상해에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판매를 진행해왔다. 한동안 해외 법인 설립이 없다가 작년부터 다시 해외에 현지법인을 세우고 있다. 2016년 4월 말레이시아 쿠알라품푸르, 같은 해 7월 인도 뭄바이에 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올해 초엔 네덜란드 법인을 세우고 현재 이를 중심으로 유럽 각국 대리점을 통해 유럽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지난 9월 신한금융투자는 올해 인바디의 3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23.5%오른 222억원이 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특히, 주력 품목인 체성분분석기(인바디)는 수출 호조로 전년 동기 대비 18.7% 오른 96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신한금융투자는 “해외 법인에서의 피트니스 센터 및 병원향 대량 주문이 기대된다”며 “이로 인해 미국과 중국 법인 매출액은 각각 49억원(전년 동기 대비 46.8% 상승), 45억원(전년 동기 대비 30.7% 상승)으로 고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현석 기자>shs1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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