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황창규 KT 회장이 연임에 성공할 수 있을까.
KT CEO 추천위원회가 연임 의사를 밝힌 황창규 회장에 대해 16일부터 심사에 돌입했다. 민영화 이후 온전한 첫 연임이 가능할지에 ICT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3년 전 황창규 회장은 이석채 전 KT 회장이 불명예 퇴진한 이후 KT의 CEO에 부임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을 세계일류 수준으로 끌어올린 성공한 기업인 타이틀을 앞세워 KT의 구원투수로 낙점됐다.
당시 KT는 이석채 회장의 불명예 퇴진으로 큰 어려움을 겪던 시기였다. 부동산 헐값 매각 논란부터 인공위성 매각, 1조원을 투입한 고객전산시스템 폐기에 1000만명 고객정보 유출, 자회사 불법 사기대출 등 내부혼란은 절정에 달했다.
본업인 통신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직원들의 사기는 바닥에 떨어졌고 황 회장도 부임하자마자 이석채 전 회장 당시 이뤄졌던 고객정보 유출 때문에 머리를 숙여야만 했다.
◆1등 KT 선언…2년 연속 영업익 1조 달성=이러한 상황에서 황 회장의 취임일성은 "1등 KT를 만들겠다"였다.
그는 "어려운 시기에 회장으로 선임된 것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임직원 모두에게 1등 DNA가 이미 내재돼 있으며 통신사업을 다시 일으켜 1등 KT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후 황 회장이 보여준 경영성과는 괄목할 만 하다.
2015년 영업익 1조2929억원으로 3년 만에 1조 클럽에 가입했다. 2016년에도 1분기 2151억원, 2분기 4270억원, 3분기 4016억원을 기록했다. 4분기를 제외하고도 1조원 이상의 영업익을 달성한 셈이다. 4분기 성적표를 받아봐야겠지만 2년 연속 영업익 1조 클럽 달성은 무난해 보인다.
경영지표가 안정되면서 신용등급도 호의적으로 바뀌었다.
2014년 말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KT의 신용등급 전망을 ‘AAA 부정적’에서 ‘AAA 안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푸어스(S&P)도 신용등급 전망을 ‘A- Negative’에서 ‘A- Stable’로 상향했다. 현재 Baa1 등급을 유지하고 있는 무디스만 상향되면 KT는 3대 국제 신용평가사로부터 모두 A등급의 신용등급을 받게 된다.
◆본업 통신에 집중…신성장 동력 확보는 덤=KT 성과는 본업인 통신에 집중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기가토피아(GiGAtopia)’를 전면에 내세우며 하락세에 접어든 유선사업의 반등과 다양한 융합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어냈다.
황 회장은 2014년 5월 취임 이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3년간 4조5000억원을 투입해 기존 인터넷보다 10배 빠른 기가인터넷을 선보이겠다고 밝혔고 그 해 10월 약속을 실현했다. 당시 기가급 속도의 인터넷이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최근 가입자 250만을 돌파하며 다양한 융합서비스의 근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모바일에서도 LTE 실기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5G 이슈를 선점해갔다. 황 회장은 2015년 열린 MWC에서 ‘5G, 미래를 앞당기다(5G and Beyond, Accelerating the Future)’를 주제로 5G가 만들어낼 미래상을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평창 동계올림픽서 시범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5G 시대를 준비 중이다.
인터넷은행과 같은 신사업 진출에도 성과를 냈다. 최근 단행된 조직개편에서는 ▲인공지능(AI)테크센터 ▲데이터거버넌스담당 ▲소프트웨어개발단 등을 새로 출범시켰다. 눈앞에 다가온 4차 산업혁명 물결을 대비하기 위한 포석이다.
황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임직원에게 KT가 혁신기술 1등 기업으로 변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안정을 되찾은 통신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융복합 시대를 주도하겠다는 의지다.
◆제왕적 CEO는 이제 그만…소통에 무게=내부 분위기도 이전과는 많이 변화했다.
황 회장 부임 이전에는 영입파인 올래KT와 원래KT간 갈등이 심각했다. 인사, 고과평가가 올래KT에 집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소위 라인형성 때문에 인사에 따른 불만이 적지 않았다.
톱다운(Top Down) 방식의 의사결정 구조가 고착화되며 다양한 의견 수렴창구가 사라졌다는 내부 반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CEO 주변의 몇몇 임원에게 지나친 권력이 집중되고 인사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으려면 고언(苦言)은 불가능한 구조였다.
이에 황 회장은 현장방문과 직원들과의 만남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1주일에 1회 이상은 직원들과 점심을 함께하며 소통하고 있다고 한다. 식사 자리에서 직원들의 애로사항을 경청하고 해당 부서에 문제해결을 지시하기도 한다.
◆3년마다 거대조직이 리셋…CEO 리스크 이번엔?=CEO 추천위가 가장 중점적으로 들여다 볼 부분은 경영적 성과. 이 부분만 놓고 보면 황 회장의 연임은 거의 기정사실로 볼 수 있다. 내부에서도 황 회장의 연임을 바라는 눈치다. 경영적 성과가 인정된 상황인데다 정치권 지분 논란으로 자격·능력이 없는 인사가 내려오는 것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가 높다.
KT의 가장 큰 문제는 경영의 연속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이다.
황 회장이 연임에 실패할 경우 제시한 비전과 투자전략 등이 대폭 수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른 대기업의 오너리스크는 오너의 존재 때문에 발생하지만 KT는 오너의 부재로부터 리스크가 시작된다.
현재 상황은 녹록치 않다. 이 사회를 흔들고 있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KT도 일부 연루됐다. 그나마 다른 그룹에 비하면 상황은 나은 편이지만 무조건 불가피했다고 책임을 회피할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황 회장은 당초 우려를 딛고 지난 3년간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 전임 회장과 달리 내부에서의 도덕성과 관련한 잡음도 없다. 외부의 압박이 황 회장의 연임을 가로막을 것인지, 아니면 KT가 연임 잔혹사를 끊고 황의 법칙 시즌2를 시작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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