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리안 뒤 잇는 정지궤도복합위성 해양탑재체 개발 한창
- 한국연구진 공동개발 참여…2019년 아리안5에 실려 우주로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프랑스 남부 툴루즈에 위치한 에어버스D&S(Airbus Defence and Space)의 본사 및 제조공장. 거대한 비행체, 위성 등이 만들어지는 곳이지만 내부는 반도체 공장만큼이나 엄격한 청결도를 요구한다. 실제 위성에 탑재되는 각종 부품을 만드는 곳은 클린청정도 100클래스(class)로 반도체 공장과 유사한 수준이다.
부품 생산라인을 지나자 5톤급 규모의 대형 통신용 위성이 줄지어 서있다. 한 켠에는 통신위성에 비해 규모가 작은 과학용 위성이 제조 마무리 단계를 거치고 있었다. 대형 통신용 위성을 많이 제조하다보니 전자파테스트 시설 규모도 상상을 초월한다. 휴대폰, 가전제품 대신 거대한 위성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테스트 공간은 물론, 전자파 흡수재도 몇 배가 더 크다. 또 다른 공장 한 쪽에는 일본으로 선적 예정인 위성이 자리잡고 있었다.
에어버스D&S는 에어버스밀리터리(Airbus Military), 아스트리움(Astrium), 카사디안(Cassidian) 등이 합병돼 만들어진 항공, 방위 산업체이다. 미국에 록히드마틴이 있다면 유럽에는 에어버스D&S가 항공·우주분야의 대표 주자다.
우리와는 20여년간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우주분야 핵심 파트너이기도 하다. 1993넌 소형위성 디자인 및 개발, 1995년 아리랑1호(kompsat-1)기의 시스템 디자인 개발을 시작으로 꾸준한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2019년 정지궤도복합위성 발사
현재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 등 한국의 연구진들이 2019년 발사를 목표로 정지궤도복합위성 2B에 싣게 되는 해양탑재체(GOCI-2)를 에어버스D&S와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다. 지난 2013년 7월 공동개발을 위한 조인식을 개최한데 이어 같은 해 9월 개발에 착수해 현재 시스템 상세설계와 주요 부품 개발을 진행 중이다.
정지궤도복합위성은 지난 2010년 6월 발사되어 기상·해양 관측을 수행하고 있는 천리안의 임무를 잇고, 한반도 주변 환경 감시 능력을 높이기 위한 위성이다. 7200억원을 투입해 기상 관측용 위성(2A)과 해양·환경 관측용 위성(2B)이 각 1기씩 총 2기를 개발하게 되는데 이 중 해양환경관측용 위성 2B에 탑재되는 해양탑재체 GOCI-2를 국내 연구진과 에어버스D&S가 공동 개발하는 것이다.
GOCI-2는 기존의 GOCI-1에 비해 성능이 대폭 향상됐다. 기존에는 한반도와 일본, 중국 등의 지형만 관측할 수 있었지만 GOCI-2는 관측지역이 훨씬 넓어졌다. 영상 해상도, 사용시간 등 모든 측면에서 성능이 대폭 향상됐다. 해양탑재체 GOCI-2는 천리안위성 대비 4배 이상의 기능향상을 목표로 한다.
마침 한국 기자단이 툴루즈를 방문했을 때는 해양탑재체에 대한 상세설계검토회의가 진행 중이었다. 한국에서는 항공우주연구원을 비롯해 실제 위성을 사용할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등 5명의 연구진이 회의에 참석하고 있었다. 검토회의에서 문제가 없을 경우 본격적인 제조 단계로 돌입한다.
“한국 연구진 기술개발 능력 뛰어나”
현지에서 만난 에어버스D&S 개발진은 한국과의 공동개발에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에어버스D&S의 해양탑재체 사업책임자인 필립뤼케는 “한국 연구원들은 공동설계팀으로 참여하는데 기술문서 등 많은 부분에서 한국 연구원들이 많이 참여했다”며 “기술적으로 깊이가 있으며 지상지원장비나 보조장비 등 전체적으로 잘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케팅 담당자인 마틴 로빌라드 역시 “20년간 같이 일하다보니 전반적으로 옛날보다 한국 연구원들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며 “단방향으로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협력 하에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20여년간 변함없이 한국이 에어버스D&S를 선택한 이유로는 신용도를 꼽았다.
필립뤼케 매니저는 “한 번도 위성을 만들어 실패한 적이 없다”며 “전 세계적으로 신용도가 매우 높으며 위성시장에서는 대등한 회사가 없다고 본다”고 자신했다. 실제 에어버스D&S 공장에는 유럽 뿐 아니라 러시아, 미국 등의 위성도 제조하고 있었다.
이국(異國)서 위성기술 개발 확보위해 땀방울
에어버스D&S와 실제 연구를 같이 진행하고 있는 한국연구원들은 어떤 느낌을 받았을까.
2013년 10월부터 2년째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항우연의 강금실 해양탑재체 시스템 선임 엔지니어는 “새로 개발하는 해양탑재체는 세계적으로 최고수준의 장비로 우리에게나 에어버스D&S에게나 쉽지 않은 사업”이라며 “공동개발 과정에서 서로 노하우를 주고받으며 진전시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강 연구원은 “에어버스 연구진은 오랜 기간 경험에서 체득한 능력들이 있다”며 “기술을 배우는 것은 우리도 어느 정도 할 수 있는데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과 축적된 기술에 놀랄 때가 많았다”고 말했다.
한국의 우주산업 경쟁력 확대를 위한 솔루션은 어떤 것이 있을까. 에어버스D&S나 한국의 연구진 모두 과감한 투자를 꼽았다.
필립뤼케 매니저는 “1년 투자하면 20년을 리딩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며 “당장의 개발도 중요하지만 미래개발 투자에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지에서 에어버스와 공동개발한 한국의 연구진들도 기술자립이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보았다. 기술자립의 이유는 단순하다. 공동개발은 하고 있지만 항공·우주분야의 경우 핵심기술 이전에는 소극적일 수 밖에 없는 대표적인 분야다. 어깨 넘어로 기술을 습득해야 하는 처지다. 에어버스D&S 역시 마찬가지다. 과거 실제 핵심부품의 경우 국내 연구진에게는 제대로 보여주지 않는 경우도 빈번했다고 한다.
강 연구원은 “유럽의 경우 에어버스D&S를 필두로 부품 등 전반적으로 업계 전체의 경쟁력이 높은 반면, 우리의 생태계는 이제 시작단계”라며 “우리도 위성관련 핵심기술을 독자적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해양탑재체 GOCI-2의 사업책임자인 항우연 용상순 책임연구원은 “위성 탑재체 분야는 세계적으로 핵심 기술을 가진 나라가 매우 한정된 상당히 어려운 분야”라며 “해양탑재체와 같은 세계 최고 수준의 고난도 탑재체를 공동 개발을 통해 우리의 우주기술 자립뿐만 아니라 차기 탑재체 국내주도 개발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궤도복합위성, 2019년 아리안5에 실려 우주로
툴루즈를 뒤로 하고 다음날 파리로 이동, 아리안5를 제작하는 에어버스D&S사의 레 뮤흐 조립공장을 찾았다. 여러 채의 아치형 건물 안에선 철저한 보안 속에 4~5개의 발사체가 조립되고 있었다.
여기서 설계와 디자인, 엔진 테스트, 부품 및 단(段) 조립 등을 모두 마친 아리안5(Ariane5ECA)는 배로 남미의 프랑스령 기아나에 위치한 쿠루 우주센터로 이송된다. 옮겨진 발사체는 세계 각국이 개발한 위성과 결합돼 정해진 날짜에 우주로 향한다. 툴루즈 에어버스D&S에서 만들어지는 해양탑재체 GOCI-2를 탑재한 정지궤도복합위성2기도 아리안5에 실려 남미 프랑스령 기아나 발사장에서 적도상공 동경 128.2로 발사될 예정이다.
아리안5의 제작은 유럽우주청(ESA)으로부터 위탁받은 에어버스D&S가 맡고 있지만 위성 발사 서비스는 아리안스페이스사가 대행한다. 아리안스페이스사는 1980년 에어버스 그룹을 비롯해 유럽 각국의 우주 연구소와 기업들이 공동 출자해 만든 세계 최초 위성발사 대행 업체다. 2005~2014년 전세계 상업위성 발사 서비스 매출의 절반 가까이(48.75%)를 점유하고 있다.
현재 수십톤 이상 대형위성을 지구 상공 3만6000㎞ 정지궤도까지 쏘아올리는 ‘아리안5’, 중소형 위성을 지구 500㎞ 저궤도에 올려놓는 ‘소유즈(Soyuz)’와 ‘베가(Vega)’ 등 3종류의 발사체를 운용 중이다.
에어버스D&S사의 플로리안 로와르 마케팅 담당은 “지금까지 아리안 시리즈로 226회, 아리안5는 82회 우주로 쏘아 올렸다”며 “발사 성공률은 98% 이상”이라고 밝혔다. 올해도 5차례 아리안5 발사에 성공했다. 또 앞으로 3~4년간 아리안5 21회, 소유즈 25회, 베가 10회 등 총 56회의 위성 발사가 예약돼 있다. 한국도 주요 고객이다. 2010년 우리나라 천리안 위성이 아리안5에 실려 발사됐다.
상용 발사체 시장경쟁 치열…아리안6 개발 추진
미국 스페이스X를 비롯해 일본 등이 발사체 비용을 낮추겠다고 공언하면서 상용 발사체 시장에서 주도권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유럽우주청은 지난해 12월 유럽의 차세대 발사체인 아리안6 개발을 승인했다. 아리안6는 아리안5(1억6000만유로) 보다 크게 낮은 가격에 서비스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아리안6의 민간주도 개발을 위해 유럽우주청은 지난 8월 ‘에어버스 샤프랑 론처스’와 공식 계약을 맺었다. 에어버스샤프랑 론처스는 올해 1월 프랑스 항공우주 분야 에어버스그룹과 샤프랑 그룹이 공동 투자해 설립된 회사다. 두 회사의 합병으로 아리안스페이스사의 지분 74%를 소유하게 됐다.
에어버스D&S사 플로리안 로와르는 “치열해지는 발사체 시장 환경에서 마켓 리더로서 위치를 지키기 위한 결단”이라며 “발사체 분야 전문성을 가진 에어버스와 고체 및 액체 추진체 분야 강점을 가진 두 기업이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아리안6호는 2020년 첫 선을 보인 후, 2023년부터 상용 서비스에 투입될 예정이다.
<툴루즈·파리(프랑스)=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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