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주요 디스플레이 패널 업체들이 유리기판 기반의 일반 리지드(Rigid)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생산을 건너뛰고 6세대 플렉시블 제품 양산으로 직행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한국 기업과 기술 격차를 줄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들이 플렉시블 OLED 양산 라인을 구축한다고 해도 의미 있는 수율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 패널 업체들은 최근 국내 및 일본의 장비 업계와 6세대 플렉시블 OLED 장비 구매를 논의하고 있다. 중국 BOE는 청두 B7 공장에 6세대 플렉시블 OLED 장비를 들여놓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최종 발주는 내년 초께 나올 것으로 업계에선 예상한다. BOE는 ‘삼성디스플레이와 동일한 방식’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충남 아산시 탕정면 소재 A3 공장에 6세대(1500×1850㎜) 기판을 2장(1500×925㎜)으로 자른 뒤 유기물 증착 등의 과정을 수행하는 ‘2분할’ 방식 플렉시블 OLED 생산라인을 도입, 현재 양산을 하고 있다. BOE 외 비전옥스와 티안마, CSOT도 비슷한 투자 전략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업체들이 주목한 건 LG디스플레이다. LG디스플레이는 소형 OLED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유리 기판 제품 양산을 건너뛰고 플렉시블로 직행했다. 현재 LG디스플레이는 파주 4.5세대(730×920㎜) 소형 OLED 증착 라인(E2)에서 애플워치용 패널을 양산하고 있다. 최근에는 1조500억원을 투자해 경북 구미시에 6세대 플렉시블 OLED 신규 라인(E5)을 만든다고 밝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유리 기반 제품으로 차근차근 경쟁력을 쌓은 것과는 달리 LG디스플레이는 소형 제품에선 플렉시블로 직행해 일부 성과를 보이고 있다”며 “중국 업체들도 LG디스플레이의 모델을 그대로 따라가되, 기판 크기는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는 6세대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중국 업체들이 양산 라인을 건설한다 하더라도 의미 있는 수준의 수율을 달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BOE의 경우 유리 기반 5.5세대 OLED 생산 라인인 오르도스 B6 파일럿 라인을 지난해부터 가동했으나 수율을 높이지 못해 출하 실적 자체가 없는 상황이다.
휘지 않는 유리 기반 OLED와 비교하면 플렉시블 OLED는 기판 및 봉지 공정이 어렵다. 플렉시블 OLED는 박막트랜지스터(TFT) 기판 소재로 유리가 아닌 플라스틱을 사용한다. 유리 위에 플라스틱 소재인 폴리이미드(PI)를 코팅하고 경화(硬化)하는 작업이 추가되는데, TFT 공정을 마친 PI 기판을 레이저를 활용해 유리에서 떼어내는 공정도 필요하다. 산소나 수분으로부터 OLED 재료를 보호하는 봉지 공정 소재도 유리에서 필름 형태로 바꿔야 한다. 삼성디스플레이조차 이 봉지 공정의 수율과 생산성을 확보하기 위해 수 년간 시행착오를 겪었다.
<한주엽 기자>powerusr@insightsemic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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