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은행권이 IT신기술에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안정성을 이유로 신기술 채택에 보수적이었던 은행들은 최근 금융관련 각종 규제가 완화되면서 IT기술에 대한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일례로 본인인증 기술에 있어서도 공인인증서 일변도에서 생체인식 기술까지 분야를 확대하는 등 핀테크 열풍에 맞춰 IT신기술에 대한 검토가 이전보다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최근 금융사들이 ‘혁신’의 소용돌이 한가운데 놓이면서 선제적인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빅데이터 전사 적용 시동=은행들이 가장 활발하게 적용을 검토하는 기술은 빅데이터다. 일반 제조나 유통에서는 이미 빅데이터가 도입돼 사용되고 있지만 금융사, 특히 은행권의 경우 빅데이터 도입은 일부 부서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 전부였다.
이는 고객정보와 같이 민감한 데이터를 활용하는 문제와 지주사 차원에서의 고객정보 활용 등 법적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객정보의 경우 개인식별번호를 제외한 정보에 대한 활용이 완화될 움직임을 보이고 전산자원에 대한 위탁규정도 금융사 편의를 우선하는 방향으로 수정되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빅데이터의 은행권 적용이 멀지 않은 시기에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권의 경우 빅데이터의 전사적용을 전제로 한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빅데이터를 사용하기 위해선 은행이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웨어하우스(DW)와는 다른 시스템이 필요하다.
따라서 은행들은 시범사업을 통해 빅데이터를 운용하기 위한 새로운 하둡과 같은 시스템이 기존 시스템과 어떻게 융화될 수 있을지를 타진해보고 여의치 않으면 이를 대체할 만한 방법을 찾고자 하고 있다.
현재 IBK기업은행은 최근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 구축을 위한 시범 사업’에 나섰으며 우리은행도 ‘빅데이터 적용을 위한 시범 사업’을 현재 진행 중이다. 특히 계좌이동제 등 은행권 현안과 관련한 해법을 빅데이터를 통해 찾을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은행의 한 관계자는 “뚜렷한 과제를 빅데이터가 어디까지 해결할 수 있을지를 타진해 보는 것”이라며 “이러한 시범과제가 성공하면 마케팅 등 현업부서에 어떻게 표준화해 도입할 지를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빅데이터는 이미 다른 산업분야에서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은행권의 빅데이터 도입은 다소 늦은 감이 있다. 하지만 각종 규제에도 불구하고 은행권이 선제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는 지적이다.
◆쏟아지는 본인인증 기술=현재 은행권에서 신기술 채택에 가장 활발한 곳은 채널담당 부서다. 인터넷 및 모바일 뱅킹을 담당하고 있는 채널담당 부서는 IT부서와 공조해 새로운 본인인증기술 발굴에 한창이다.
최근 본인인증 방식으로 핀테크 기술이 접목된 다양한 아이디어와 기술이 시장에서 제시되면서 관련 부서 관계자들은 눈코뜰 새 없이 바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특히 최근 생체인증기술이 급부상하면서 검토해야 할 기술의 가짓수도 늘어났다.
한 은행 미래채널부 관계자는 “지난 연말부터 핀테크 관련 스타트업 관계자들과 미팅한 횟수와 최근 만나기 시작한 생체인증업체 관계자들과의 미팅수가 거의 비슷하다”며 “은행으로선 혁신적인 이미지를 심을 수 있고 보안측면에서도 강화를 모색해 볼 수 있어 관심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발표된 ‘바이오(생체)인증 표준 기술규격안’을 토대로 연말쯤 바이오인증에 대한 표준 기술규격을 채택할 예정이다. 표준 기술규격이 완성되면 은행권은 본격적으로 생체인증을 금융거래시 본인인증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이에 따라 생체인증 업체들은 자신들의 생체인식 기술을 은행권에 소개하는데 여념이 없다. 최근 한국은행이 주최한 ‘금융분야 바이오인증 활성화 전략’ 세미나에서 지문인식부터 성문(목소리)인식, 지정맥 인식 등 다양한 분야의 생체인증 업체들이 저마다의 기술을 뽐내기도 했다.
이 자리에 참여했던 한 금융권 인사는 “생체인증이 이렇게 다양한지 몰랐다. 관심이 가는 분야가 많다”고 전하기도 했다.
◆사물인터넷(IoT) 등 최신기술 적용=금융거래 비중이 비대면채널로 기울어진지 오래지만 은행들은 여전히 오프라인 지점의 역량강화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위해 은행들이 최근 주목하는 것은 사물인터넷이다.
사물인터넷은 제조업, 유통 분야에서는 다수 적용사례가 나오고 있지만 금융권의 경우 아직 이렇다 할 사례가 나오진 못한 분야다. 물론 은행들이 운영하는 데이터센터의 경우 관리 효율성을 위해 센서 기반의 관리시스템 적용이 본격화되고 있지만 은행들은 대고객 서비스 제고 차원에서 사물인터넷 적용을 보다 더 고민하고 있다.
현재 은행권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것은 온라인투오프라인(O2O) 기술의 마케팅 접목이다.
특히 은행들은 비콘(BEACON)에 주목하고 있다. 블루투스 통신 기술을 기반으로 한 위치 서비스인 비콘은 은행 지점이나 은행이 분류한 특정 지역에 고객이 방문할 경우 자동적으로 고객의 스마트폰에 관련 정보를 전달한다.
우리은행의 경우 ‘우리 비콘 서비스’를 최근 시작했다. 우리은행 분당지점, 안산 원곡동 외환센터, 인천공항, 신촌·광화문 일대 등 총 5개 지역에서 시범운용하고 있으며 공항의 경우 여행자보험 가입안내 및 환전소 위치안내, 여행정보이 제공된다. 또 지점 및 특정 지역의 경우 할인 쿠폰 등을 고객에게 전달한다.
지방은행들도 비콘 서비스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구은행이 이 달 중으로 비콘 서비스를 상용화하고 부산은행도 관련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이 같은 은행들의 비콘 서비스는 이동통신사와 연계해 제공되고 있는데 ‘핀테크’ 서비스가 활성화되면 접목될 수 있는 분야가 다양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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