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임사 글로벌 진출, 카톡에 부메랑 돼…‘원빌드’ 전략 본격화
- 다음카카오, 게임 플랫폼 활성화 필요성↑…신규 수익원 발굴 부담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카카오톡(카톡) 게임 야심작이 갈수록 줄고 있다. 넷마블게임즈의 ‘레이븐’이 카톡 플랫폼 이탈에 불을 지폈다고 하지만 이전부터 조짐은 있었다. ‘글로벌 원빌드(하나의 개발버전)’ 정책 때문이다. 글로벌 진출과 동시에 각국 시장에서 빠른 대응을 위해선 원빌드 체제가 중요한데 주요 업체들이 지난해 말부터 이 같은 전략을 본격 가동 중이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게임사들은 글로벌 플랫폼인 구글플레이나 애플 앱스토어에 직접 입점을 시도하게 된다. 이에 조만간 출시될 카톡 야심작으로 꼽을 만한 게임은 중국에서 흥행을 기록한 ‘탑오브탱커’가 유일한 상황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유력 업체들이 원빌드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넷마블은 내달 ‘드래곤스트라이커’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다. 원빌드 정책이다. 넥슨은 지난해 지스타에서 야심작으로 선보인 ‘마비노기듀얼’과 ‘슈퍼판타지워’를 앞세워 글로벌 원빌드를 본격화한다.
글로벌 원빌드는 이미 게임빌과 컴투스가 수년전부터 이어온 전략이다. 전 세계적 흥행을 기록한 컴투스의 ‘서머너즈워’가 원빌드 전략의 대표적 사례다. 하나의 콘텐츠로 전 세계 시장을 공략하기 때문에 개발·업데이트 측면에서 용이하나 현지 서비스 노하우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그동안 게임빌과 컴투스를 제외한 업체들의 접근이 어려웠다. 그러나 지난 2년여간 여타 업체들도 서비스 경쟁력을 확보해왔고 이제 원빌드를 앞세워 본격적인 글로벌 진출이 시작했다.
물론 국내 시장을 겨냥한 카톡 게임도 꾸준히 출시되고 있다. 그러나 최고매출 상위권을 점령한 역할수행게임(RPG)의 출시가 뜸해졌다는 것이 문제다. 넷마블은 또 하나의 대형 RPG ‘크로노블레이드’를 네이버와 공동 마케팅에 나서기로 협약한 바 있다. 레이븐에 버금가는 흥행을 기록할지 여부가 업계 관심을 끌고 있다.
게다가 카톡을 벗어난 레이븐은 여전히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넷마블에 따르면 레이븐은 출시 한달이 채 안 돼 누적 다운로드건수가 300만에 육박했다. 대형 RPG 시장에선 흔치 않은 경우다. 넷마블 최고 흥행작 중 하나인 ‘세븐나이츠’는 서비스 1주년 즈음에 다운로드 500만건을 돌파했다. 레이븐은 넷마블의 텃밭인 카톡을 벗어나서도 세븐나이츠를 압도하는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넷마블 입장에서 더 이상 카톡 플랫폼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지난해 4분기 ‘영웅’ 이후 흥행 릴레이가 끊긴 카톡 게임 플랫폼 입장에서 남은 승부수는 내달 출시될 ‘탑오브탱커’가 꼽힌다. 탑오브탱커는 지난해 하반기 중국 최고 흥행작 중 하나로 게임 완성도와 재미는 검증이 됐다. 국내 서비스는 넥슨이 맡았다. 탑오브탱커가 카톡 플랫폼의 흥행력을 다시 한번 입증하는 사례로 남을지가 관심사다.
향후 게임업체들의 글로벌 원빌드 전략이 활성화되면 해외 이용자 기반이 취약한 카톡의 경우 위기가 닥칠 수 있다. 지난해 다음카카오의 연결기준 매출 8983억원 가운데 게임 매출은 2576억원이다. 게임이 여전히 주요 매출원이다. 다음카카오가 카톡 게임 플랫폼의 활성화에 나서거나 새로운 수익원 발굴에 대한 부담이 점차 커지고 있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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