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트북 재고만 5만대, 상반기 평균 출하량보다 많아
- 구조조정 등 불확실성 요소 늘어나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한국HP가 PC 재고로 몸살을 앓고 있다. 스마트폰, 태블릿 등 스마트 기기로 인해 전 세계 PC 시장이 하락세를 겪고 있지만 한국HP의 경우 그동안 외국계 PC 업체 가운데 가장 성적이 좋았고 돌파구로 기업거래(B2B)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왔다는 점에서 우려가 적지 않다.
1일 업계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HP의 노트북 재고가 5만대 이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올해 상반기 노트북 출하량 평균인 4만7000대보다도 많은 것으로 재고 관리에 빨간불이 켜졌다.
또한 2분기 PC 출하량도 만족스럽지 못하다. 데스크톱PC 5만3000대, 노트북 3만4000대로 전분기 대비 29%, 전년 동기 대비 11.6% 역성장했다.
올해 국내 PC 시장은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상반기에 출하량 회복 기미를 보였다. 지난 1분기까지 데스크톱PC와 노트북 출하량은 162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나름대로 선전했다. 2분기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어서 계속된 하락세가 다소 주춤해졌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
성장 동력은 노트북이다.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1~4분기 동안 단 한 번도 노트북이 데스크톱PC 출하량을 넘어선 적이 없었으나 올해 1분기에 처음으로 노트북이 더 많은 수량을 기록했. 아직까지 전체로 보면 여전히 데스크톱PC가 더 많지만 갈수록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주목할 변화 가운데 하나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한국HP는 경쟁사와 비교해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다. 특히 갈수록 노트북 출하량이 쪼그라들고 있는데, 국내 PC 시장에서 노트북이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향후 전망도 쉽지 않아 보인다.
재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HP는 3분기부터 갖가지 마케팅을 동원하고 있다. 보상판매는 물론이고 태블릿을 가지고 오면 추가로 할인까지 해주는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재고에 상당한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조정과 같은 불확실성도 PC 사업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한국HP는 올해 한국법인 설립 30주년을 맞았지만 본사지침에 따라 구조조정에 착수해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구조조정은 15개월 월급을 받는 조건이며 100여명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엔터프라이즈사업부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이나 PC를 담당하는 퍼스널시스템그룹에 아주 영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는 작년 7월부터 PC 사업을 이끌고 있는 김대환 부사장에게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PC 재고가 쌓이고 있지만 예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마케팅을 고집하는 등 내부적으로 개선의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3분기 PC 시장도 여전히 좋지 못한 상태여서 이대로라면 계속해서 재고가 쌓일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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