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심재석기자] 마이크로소프트의 부산 데이터센터 건립이 구체화되는 모습이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4일 사티아 나델리 MS CEO와 만나 협력방안을 논의하면서, 부산에 데이터센터를 건립하는 방안에 대해 이야기 나눈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산업부는 만남 이후 “(데이터센터 건립에 대해) 양측은 계속 긴밀히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만남에서 데이터센터 건립을 확정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기업의 CEO가 한 나라의 장관을 만나 대화를 나눴다는 것은, 확정 단계에 가까이 와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나델리 CEO가 IT주관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장관이 아닌 (데이터센터 소관부처인) 산업부 장관을 만났다는 것이 이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정부는 글로벌 기업의 데이터센터 유치가 굉장한 성과라고 보는 듯하다. 윤창번 미래전략수석은 최근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만나 “데이터센터를 여기(한국)에 둔다는 건, 투자액이 굉장히 커진다는 것”이라면서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너무 막연한 생각이다. 외국 자본이 투자를 한다고 무조건 환영할 일은 아니다. 면밀히 검토해서 우리에게 어떤 이익이 있는 지 살펴봐야 한다.
데이터센터 건립의 가장 큰 문제는 전기다. 데이터센터는 흔히 ‘전기 먹는 하마’라고 표현한다. 많은 기업들이 데이터센터를 크게 짓고 싶어도 전기 수급의 한계 때문에 일정 규모 이상 짓지 못한다.
특히 한국은 전기부족 국가다. 여름철에는 항상 블랙아웃(대정전) 걱정을 해야 하며, 최근에는 겨울철에도 전기 부족으로 골치를 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 기업에 전기를 대량으로 제공하는 것이 과연 시민들에게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전기는 일반 재화나 서비스와는 다르다. 전기가 공공재는 아니지만 공공의 성격을 띠고 있다. 소비가 늘어난다고 무조건 생산량을 늘릴 수 없기 때문이다. 한정된 자원을 시민들과 기업이 나눠 써야 하는 실정이다.
특히 지방의 데이터센터는 지식서비스요금이라고 해서 일반 전기요금보다 3% 정도 할인받는다. 해외 기업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기를 많이 소비할수록, 일반 시민들이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또 데이터센터 건립이 윤창번 수석의 기대대로 국내 경제에 큰 도움이 될 지도 미지수다. MS가 설립할 데이터센터에는 해외기업의 IT장비와 소프트웨어가 설치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IT 기업에는 직접적인 도움은 안 된다. 물론 한국의 엔지니어가 투입될 것이고, 일부 고용창출 효과도 있겠지만 규모는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최근 데이터센터의 거의 모든 업무가 자동화 돼 있기 때문이다.
물론 글로벌 대기업이 한국에 데이터센터를 짓는다는 것에는 큰 의미가 있다. 한국 시장이 그만큼 매력 있다는 이야기인 동시에 한국의 IT기술과 제반환경이 발전됐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하지만 의미보다는 실리가 중요하다. 정부의 기대만큼 큰 실리가 있는지 다시 살펴봐야 한다. 데이터센터 유치 문제는 단순히 해외의 투자를 유치하는 수준으로 판단하면 안 된다. 우리 시민들이 사용할 전기를 줄이고, 해외 기업에 주느냐 마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윤 수석은 데이터센터 사업자 중 하나인 전 하나로텔레콤(현 SK브로드밴드) 사장 출신이다. 청와대가 윤 수석을 영입한 것은 이런 분야에 대한 그의 전문성을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가 얼마나 전기를 많이 필요로하는지 잘 알고 있을 그가 데이터센터 유치의 부작용에는 눈감고, 효과만을 과대포장 하는 것은 안타깝다. 전문성을 인정받아 청와대에 들어간 그가 전문가보다는 정치인의 길을 걷고 있는 것같다.
<심재석 기자>sj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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