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업과 창업 도우미 병행…창업자·SKT·개인 모두 ‘윈윈’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SK텔레콤의 창업 지원 프로그램 ‘브라보 리스타트(BRAVO! Restart)’는 두 가지 특징이 있다. 대상이 만 45세 이상 베이비붐 세대라는 점과 인큐베이팅에 나서는 ‘프로보노’의 존재다.
프로보노(pro Bono)는 ‘공익을 위하여’라는 뜻의 라틴어. 변호사를 선임할 여유가 없는 사람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법률 서비스가 원래 의미다. SK텔레콤은 배움과 나눔이라는 측면에서 프로보노를 운영한다. SK텔레콤 직원 중에서 정보통신기술(ICT) 역량을 무료로 창업자와 공유하고 싶은 사람이 자발적으로 참가한다. 본업은 본업대로 프로보노 활동은 프로보노 활동대로 한다. 의료봉사처럼 직업을 활용한 봉사의 기회다.
브라보 리스타트 1기 프로보노는 12명. 이들은 브라보 리스타트 참가 10개팀에 개인 경험 및 사용자 관점에서 조언은 물론 SK텔레콤의 관련 부서 협력과 파트너사 협력을 지원한다. 이들의 아이디어가 다른 산업에서 응용 가능한지도 따져본다. 이기혁 매니저<사진 왼쪽>는 휴대폰 중계기용 초경량 플리머 캐비티 필터 개발을 하고 있는 아이엠기술 유승균 대표(54세)<사진 오른쪽>와 한 팀이다. 그는 프로보노 활동 전부터 봉사에 적극적이었다.
“해외 봉사나 책의 인세 기부 등의 활동을 15년 정도 했었습니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이 생겼고 내가 하고 있는 일을 봉사와 결부시킬 수 있다는 점이 끌렸습니다. 봉사는 일방적인 것이 아닙니다. 도와주면서 나도 배웁니다. 프로보노도 마찬가지고요. 저 역시 회사를 그만둔뒤 하게 될 수도 있는 선택을 간접 경험하게 되니까요.”
아이엠기술이 개발하고 있는 것은 중계기 소재를 바꿔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상품이다. 백열전구를 발광다이오드(LED)로 바꾸는 것을 연상하면 된다. 중계기만 생각하던 유 대표에게 이 매니저는 차량 차폐제나 경량 하우징 등 타 사업 확대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SK텔레시스를 통해 연구개발(R&D) 지원을 받을 수 있게 연결해 준 것도 그의 몫이다.
“프로보노를 통해 SK텔레콤의 협력을 즉각적으로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점이 최대 장점입니다. 이전에는 몇 단계를 거쳐 알음알음 접근하는 수밖에 없었거든요. R&D나 아이디어 등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유승균 대표는 이 매니저의 활동을 보며 SK텔레콤이 브라보 리스타트에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과 만난 지난 19일은 마침 아이엠기술 사업자등록증이 나온 날이었다. 이 매니저와 유 대표는 이날도 제품 상용화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었다.
“열심히 하는 것도 하는 것이지만 빨리 시제품이 나와 상용화가 돼야 프로보노도 성공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결과를 낼 때까지 같이 가는 것도 프로보노의 역할입니다. 회사가 창업자를 위해 할 수 있는 최고의 활동을 프로보노가 담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매니저는 프로보노 제도 성공 잣대를 담당 기업 성공과 동일시했다. 생색내기식 사회공헌이 아니려면 진정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관료화 될 수 있는 부서체제보다 자원봉사체제로 운영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유 대표도 이 점에 동의했다. 기업 사회공헌이 고기를 주는 것보다는 고기를 잡는 방법을 알려주는 형태로 이뤄져야 하고 전 세대가 혜택을 볼 수 있도록 발전해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이 관점에서 브라보 리스타트와 프로보노제의 성공여부가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브라보 리스타트와 프로보노는 이들의 바람대로 하나의 문화가 될 수 있을까. 현재 활동 중인 1기와 오는 27일부터 모집할 2기의 역할이 방향타가 될 듯하다. 성과를 내는 기업과 프로보노가 얼마나 빨리 등장할지가 관심사다. 이 매니저와 유 대표가 이 길에 동참할 수 있을지도 궁금하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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