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최근 게임업계에서 타 업계로 이직을 고민 중인 한 인사를 만났다.
그는 ‘게임업계에 크게 실망했다’면서 속내를 털어놨다. 알코올과 도박, 마약에 인터넷게임이 한데 묶여 중독을 예방·관리해야 한다는 법안이 발의됐는데 정작 게임업계는 이에 대해 어떠한 대응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임업계에 십수년간 몸담고 있는 한 인사는 소위 잘나간다는 국내 게임업체 대표들에게 1차적인 화살을 돌렸다.
최근 문화부 장관과 국내게임업계 대표들이 가진 상견례에서 나온 발언에 실망했다는 것이다.
그날 대표들의 발언을 곱씹어 봐도 업계 애로사항을 전달하려고 고민한 흔적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당시 주요 발언을 꼽아보면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업계도 반성해야 될 부분이 있지만 정부도 같이 노력해야 되는 거 아닌가”라고 의견을 피력했으며, 송병준 게임빌 대표는 “온라인게임 규제 프레임으로 모바일게임을 보는 것이 우려스럽다”고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또 이은상 NHN 한게임 대표는 “웹보드게임의 순기능을 살려야 한다”며 사행성 게임으로만 인식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으며, 이기원 네오위즈게임즈 대표는 “웹보드게임 글로벌 회사가 커지고 있는데 (국내 업체는) 역차별 받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실 이 같은 주요 인사들의 발언은 이미 업계에서 또 미디어를 통해서도 수차례 회자됐던 내용이다.
규제 정국 들어서 최초로 그리고 두 차례 연기끝에 어렵게 마련된 대규모 상견례였지만 규제 완화를 위한 건설적이고 속 깊은 얘기는 오고가지 않고 형식적인 수인사에 그쳤다는 게 상견례에 참석한 관계자의 지적이다.
업계 실무자들은 이같은‘대정부 관계 설정’에서 업계가 여전히 제목소리를 못내고 갈팡질팡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한마디로 낙제점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신의진 의원이 대표 발의한 4대 중독(알코올, 인터넷게임, 도박, 마약) 예방·관리 법안도 기사화가 되기 전까지 게임업계가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의원 14명이 참여한 법안인데 업계 전체가 모르고 있었다는 것은 그만큼 정부쪽과 소통이 없었다는 방증”이라고 꼬집었다.
2년여 전 셧다운제로 불거진 정부의 게임산업 규제 기조는 정권이 바뀐 지금도 변함이 없다. 오히려 규제 기조가 최근 들어 더 강해진 느낌이다. 지난달 발의된 신 의원의 법안만 봐도 그렇다.
강력한 규제 기조가 계속되다보니 게임업계가 아예 규제 불감증에 빠진 것일까.
게임업계 현장에서는‘정말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적지않게 나오고 있지만 정작 이에 귀를 기울여야할 게임업계의 영향력있는 인사들은 꿀먹은 벙어리다.
규제강화 기조를 규제완화로 돌리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현 수준은 유지해야 한다는 위기감을 게임업계의 리더들이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게임을 ‘마약류’로 보는 기성세대의 시대착오적인 인식이 여전한 상황에서 우리 나라 콘텐츠 산업의 발전을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게임업계가 지금 분명한 위기상황이란 점을 업계의 리더들이 다시 한번 인식해야 한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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