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얼마 전 온라인게임 업계가 눈이 번쩍 뜨일만한 규제 법안이 하나 발의됐다.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달 30일 알코올과 도박, 마약 그리고 인터넷게임을 한데 묶어 범정부 차원의 통합적 관리체계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기 때문이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업계 종사자와 누리꾼들은 인터넷게임이 알코올과 도박, 마약이 같은 선상에 놓여 관리를 받는다는 것에 답답해했고 또 분노했다.
지난 2011년 최영희 전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은 게임을 마약에 비유해 업계 종사자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바 있다.
당시 업계의 표현을 빌리자면 개발자는 마약을 만들고 퍼블리셔는 마약을 유통한 셈이 된다. 그런데 최근 발의된 이 법안은 아픈 곳을 더욱 깊숙하게 찔렀다. 마약에 알코올과 도박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게임에 대한 기성세대의 인식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 2일 게임업계 대표와의 상견례 자리에서 신의진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 대해 “게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거 같다”고 질타하면서도 “이러한 인식이 존재한다는 것은 엄연한 현실로 업계가 문화재단을 중심으로 오해와 인식부족을 개선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업계에 자정 노력을 주문했다.
현실적인 인식이다. 결국 유 장관의 말대로 업계가 변해야 하는 문제다. 게임에 거부감을 느끼는 기성세대의 인식을 단기간에 바꾸기는 쉽지 않다. 수년전부터 지속적으로 나오는 게임 규제 법안을 보면 당분간은 이 같은 기조가 계속될 것을 예상해 볼 수 있다.
앞서 발의된 규제 법안들을 보면 게임산업을 유해산업으로 단정 짓는 가운데 게임 콘텐츠의 특성을 무시하고 기성세대의 입맛대로 재단하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게임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뒷전인 것이다.
각계 반대를 무릅쓰고 시행된 강제적 셧다운제가 여성가족부의 자체 조사에서도 실효성 없음이 드러난 바 있다. 그런데도 오히려 밤 10시부터 아침 7시까지 셧다운제 시간을 늘려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법안이 나오기도 했다. 규제를 위한 규제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기성세대가 한발 짝 물러나 좀 더 여유를 가지고 게임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국회에서도 게임 공론화를 위한 장이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쪽에서 게임을 창조경제의 핵심이라고 추켜세우는데 다른 쪽에서 알코올과 도박, 마약과 동일시하는 우스운 상황의 연출은 막아야 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지금의 규제 기조가 계속된다면 게임산업의 퇴보를 예상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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