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백지영기자] 현재보다 약 100배 빠른 슈퍼컴퓨터 5호기 구축을 위해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과 인텔이 협력키로 했다.
24일 KISTI와 인텔코리아는 대전 KISTI 슈퍼컴퓨팅센터에서 개최한 기자간담회를 통해 오는 2013년 구축될 미래 슈퍼컴퓨팅 센터 구축을 위한 협력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이날 양사의 협력 내용 중 핵심은 인텔이 지난해 발표한 다중내장코어(MIC, Many Integrated Core) 아키텍처다. MIC는 인텔이 슈퍼컴퓨터와 같은 고성능컴퓨팅(HPC)을 위해 개발한 아키텍처로, 기존에 사용 중인 인텔 제온 프로세서(x86용)에서 동일한 프로그래밍 모델을 사용하기 때문에 별도의 개발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이르면 내년 말에 출시될 인텔 MIC 기반의 상용 제품(나이츠 코너)의 경우, 하나의 칩에 1테라플롭스(1초에 1조번 연산 가능) 구현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기존에 비해 성능은 대폭 높아지면서도 전력은 절감할 수 있는 슈퍼컴퓨터의 구현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현재 KISTI는 기존 슈퍼컴 4호기보다 약 100배 빠른 30페타플롭스(Pflops)급의 슈퍼컴 5호기 구축을 준비 중이다. 30페타플롭스는 1초에 3경회(1경은 1조의 1만배)의 부동 소수점 연산(덧셈, 곱셈 등)이 가능한 수치로 지난 11월 발표된 전세계 슈퍼컴퓨터 순위에서 1위를 기록한 일본의 K컴퓨터에 비해서도 3배 빠른 수치다.
이를 위해 KISTI와 인텔은 MIC 아키텍처를 적용한 병렬 컴퓨팅 테스트베드 구축과 함께 HPC 관련 소프트웨어 인재 육성, 엑사스케일급 컴퓨팅 시대를 대비한 연구개발을 위해 지속적인 협력을 이어나간다고 밝혔다.
앞서 KISTI는 지난 6월 독일 함부르크에서 개최된 국제슈퍼컴퓨팅컨퍼런스(ISC’11)에서 인텔 MIC 아키텍처 기반으로 한 분자 동력학(Molecular Dynamics) 애플리케이션 데모를 선보인 바 있다. 이는 탄소나노튜브와 그래핀, 퓰러린, 실리콘 표면 등의 나노 물질을 시뮬레이션해분자의 상호작용 모델을 구현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협력이 인텔 MIC 아키텍처가 KISTI가 구축할 슈퍼컴퓨터 5호기에 탑재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와 관련, KISTI 슈퍼컴퓨팅본부 이지수 본부장은 “슈퍼컴퓨터 5호기에 인텔 MIC 아키텍처를 탑재하기로 결정된 것은 아니며, 단지 효율적인 시스템 구축을 위한 하나의 옵션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슈퍼컴퓨팅 트렌드를 살펴보면, 시스템 성능 향상을 위해 CPU 코어에 그래픽 프로세서(GPU)를 탑재되는 비중 (GPGPU)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인텔 MIC 아키텍처가 발표되면서 새로운 성능 향상 방안으로 고려되고 있다. 또한 GPGPU의 경우 이미 기술적인 검증이 어느 정도 된 상태지만 MIC의 경우 여전히 개발되고 있는 신기술이기 때문에 그만큼 더 잠재력이 높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인텔코리아 윤은경 전무도 “인텔은 현재보다 100배 이상의 성능을 구현하는 엑사스케일 컴퓨팅 구현을 위해 MIC 아키텍처를 발전시키고 있다”며 “이는 성능은 100배 높아지는 반면, 현재보다 2배의 전력만으로도 구현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근 세계에서 미국에 이어 2번째로 제정된 국가초고성능컴퓨터의 활용과 육성에 관한 법률이 통과되면서 오는 12월 8일 발효될 예정이기 때문에 슈퍼컴 5호기 구축은 그 어느 때보다 의미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09년 발의된 이 법률은 약 2년여가 2011년 4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며, 법률제정과 시행력 검토, 국무회의 등을 거쳐 12월 8일 발효된다.
관련 법이 발효되면 주요 정책을 수립하고 조정할 국가슈퍼컴퓨팅위원회와 국가초고성능 슈퍼컴퓨팅센터도 설립된다. 국가슈퍼컴퓨팅센터는 KISTI가 대행하게 된다.
이지수 본부장은 “향후 생존 경쟁은 슈퍼컴퓨터의 활용에 있다고 할 정도로 현재 주요 국가들은 슈퍼컴 육성을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며 “이번 법 제정과 함께 국가 차원의 육성계획은 물론 관련 인력과 예산 등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1월 발표된 ‘상위500대 슈퍼컴퓨터 리스트(top500.org)에서 우리나라의 슈퍼컴퓨터는 KISTI 슈퍼컴 4호기가 37위를 기록했으며 기상청 슈퍼컴퓨터 3호기(해담, 해온)가 각각 31위와 32위에 랭크된 바 있다.
<대전=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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