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결과적으로 한국IBM의 메인프레임 부활 작전은 제동이 걸리게 됐다.
국내에서는 6년 만에 유닉스 환경에서 메인프레임으로 전환한다고 해서 주목받았던 비씨(BC)카드 차세대 프로젝트가 개발 중단선언을 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한국IBM으로선 뼈아픈 기억을 갖게 됐다.
앞서 지난 2009년 비씨카드는 차세대 시스템 구축을 위한 주전산기로 IBM의 메인프레임 시스템 ‘z10’<사진>을 선정한 바 있다.
비씨카드는 2개월여에 거쳐 벤치마크테스트(BMT)를 수행한 이후 메인프레임을 선택했으며, 한국IBM은 이를 위해 미국 본사까지 건너가 BMT를 수행하는 성의를 보이기도 했다.
당시 비씨카드의 사례는 한국IBM 입장에서는 매우 고무적이었다. 한국IBM은 지난 2005년 이후 국내에서 메인프레임 신규 고객을 한곳도 확보하지 못하면서 메인프레임 시대의 종말이 왔다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그러나 비씨카드 사례를 발판으로 IBM은 지속적인 메인프레임 수성 전략을 취하면서 이후 몇군데의 고객을 추가로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비씨카드의 경우 주전산시스템으로 과거 메인프레임을 사용하다 유닉스(HP알파서버)로 전환했으며 2009년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다시 메인프레임 환경으로 전환한 첫 사례였기 때문에 IBM 입장에서는 의미가 큰 고객이었다.
한국IBM도 그동안 국내 시장에서 대표적인 메인프레임의 부활 사례로 비씨카드 차세대 사업을 홍보해 왔다. IBM은 비씨카드와 6년 간 OIO(Open Infrastructure Offering) 계약을 맺으면서 총소유비용(TCO) 측면의 우려도 말끔히 해소했다고 당시 설명했었다.
한국은 전세계 어느 나라보다 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 시스템으로 다운사이징이 빨랐던 만큼, 이번 비씨카드 사례는 IBM 본사 차원에서도 큰 의미를 두고 주목했다.
물론 이번 비씨카드의 차세대시스템 중단 선언이 한국IBM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외부 요인(?)에 의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 때문에 한국IBM이 그동안 적지않은 열정을 쏟아부어왔던 메인프레임 부활 전략이 수정되거나 포기되는 경우는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메인프레임의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단지 시운(時運)이 따르지 않았을 뿐이다'라는 말이 어느 정도 위안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한편 한국IBM은 최근 메인프레임(시스템 z) 사업부의 수장으로 헨리 허더슨 상무를 새롭게 선임하면서 국내에서 보다 공격적인 시장 공략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또한 지난해에는 유닉스 및 x86 서버 환경까지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메인프레임 시스템인 ‘z엔터프라이즈’를 출시하는 등 전열을 재정비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비씨카드 차세대 시스템 중단은 한국IBM에게 예상치 못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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