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프린팅/디바이스
‘디지털 인쇄’ 확산 저해 주범은 영업사원?
디지털데일리
발행일 2010-09-13 10:43:47
[IT 전문 블로그 미디어=딜라이트닷넷]
<사진 : 왼쪽부터 사회자, 일본 FIS 코포레이션 유키노리 오카모토 사업부장, 미국 콘솔리데이티드 그래픽스 스티븐 브라운 사장, 테일러 코퍼레이션 랜디 바이스 부사장>
지난주 HP가 자사의 디지털 인쇄기기 ‘인디고’ 사용자들의 교류 행사인 ‘Dscoop 2010’ 컨퍼런스를 서울에서 개최했습니다.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개최된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한국을 포함해 일본과 중국, 말레이시아, 베트남, 호주 등 아태지역 1000명 이상의 HP 인디고 고객이 참석했는데요. 최대의 교류 행사였던만큼 참석자들의 관심이 컸었더랬지요.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양일 간 개최됐던 각종 세미나와 전시회 이외에도 참석자들은 충무로 등 한국의 고객사 탐방 등의 프로그램을 주말까지 이어졌는데요.
이틀 동안 개최됐던 세미나에서 흥미로운 주제의 토론회가 있어서 일부 내용을 옮겨보려고 합니다.
‘디 지털 인쇄’는 현재 프린팅 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분야 중 하나입니다. 가령 책을 만들때 여전히 많은 출판사에서는 인쇄 필름과 인쇄판을 뽑은 다음 종이에 인쇄를 하는 기존 아날로그식 옵셋(Off-Set) 방식의 인쇄기를 택하고 있습니다.
이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기본으로 1000~2000부 이상은 뽑아야 단가를 맞출 수 있기 때문에 대량 인쇄에는 적합하지만, 1000부 미만 출력을 필요로 할 때는 옵셋 인쇄에서의 과정이 생략되기 때문에 빠른 시간 내에 원하는 만큼만 출력이 가능한 디지털 인쇄가 적합한 것이지요.
또한 최근 개인들의 디지털 정보 생산이 늘어나면서 1인 출판 시대가 열리고 있는 등 디지털 인쇄는 그간 일반적인 옵셋 인쇄 시장에서 적합하지 않았던 다품종 소량 인쇄를 가능하게 하고 있습니다.
어찌됐든 Dscoop 컨퍼런스 중 개최됐던 ‘왜 디지털인가(Why Digital)?’라는 제목의 패널 토론에서는 일본과 미국 현지의 인디고 도입 고객들이 패널로 참석해 실제 적용 사례를 통한 디지털 인쇄 도입의 필요성에 대한 강조했습니다.
패널 참가자들은 비록 디지털 인쇄 분야에서 아시아 시장이 북미 시장에 비해 6~7년 뒤쳐져 있으나, 전 세계적으로 인쇄 시장 자체가 디지털을 통한 다품종 소량 인쇄시장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은 동의했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디지털 인쇄 시장으로 확산하는 것을 저해하는 것은 비용이나 품질이 아닌 인쇄 업체의 영업사원들 때문이라는 의견이 제시됐습니다.
3~4년 전엔 컬러 인쇄 품질이 옵셋 인쇄에 비해 떨어진다는 얘기도 있었지만, 현재는 비슷한 퀄리티를 내고 있다고 하지요.
문제는 비용이나 품질이 아닌 영업 인력에 있는데, 옵셋 인쇄 영업에 익숙한 이들은 디지털 인쇄보다는 대형 인쇄로 인한 계약 규모가 큰 옵셋 인쇄 영업을 하는 것이 자신한테 유리하다고 판단한다는 얘깁니다.
50 대 이상의 인디고 장비를 갖추고 있는 북미 프린트 솔루션 업체인 콘솔리데이티드 그래픽스(Consolidated Graphics)의 스티븐 브라운 사장은 이날 “디지털 인쇄로의 확장이 안되는 이유는 오히려 내부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직원들은 큰 영업기회만 포착하려고 한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대규모의 옵셋 딜(Deal)을 따기 위해, 디지털 인쇄는 소홀히 합니다. 디지털 인쇄는 소량의 맞춤형 인쇄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대량 인쇄건을 잡으면 그만큼 실적도 더 올라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참석자들은 “디지털 인쇄는 고객과 장기적인 관계를 가져가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일본 FIS 코포레이션 유키노리 오카모토 사업부장은 “처음에는 이를 실행하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디지털 인쇄의 더 큰 고객이 된다”며 “영업사원들도 이같은 시대의 변화를 받아들여야하며, 이 때문에 최근엔 기술 인력을 영업 인력으로 전환하는 작업들도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비용적인 측면 역시 고객들에게는 민감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오카모토 부장은 “과거 옵셋 인쇄에서는 페이지당 가격이 결정됐지만, 디지털 인쇄의 경우 완전히 다른 차원의 접근이 되기 때문에 단순한 비용이 아닌 총소유비용(TCO)으로 옮겨가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이어 그는 “궁극적으로는 가격이 아닌, 고객의 비즈니스에 대해 얘기를 해 줘야 한다”며 “이는 옵셋 인쇄에서는 다룰 수 없는 주제로, 이제 인쇄도 가격 문제가 아닌 ‘솔루션을 파는 것’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를 위해선 최고마케팅책임자(CMO)들과의 신뢰 관계도 매우 중요하고, 이메일이나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고객의 전체적인 기업 전략이나 목표를 디지털과 연결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이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지 못한다면, 디지털 인쇄 역시 현재의 프린터와 비슷하게 일반적인 커모디티(Commodity,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저렴한 상품)로 전락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습니다.
프린터의 경우, 스스로를 너무 빨리 커모디티화시켰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새롭게 투자된 기술을 적용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업체들 간 가격 경쟁이 불거질 수 없었다는 분석입니다.
테일러 코퍼레이션 랜디 바이스 부사장은 “이에 따라 디지털 인쇄도 새로운 사업 방식을 계속해서 창출해야 하고, 기술을 바탕으로 고민하다보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를 것”이라고 충고했습니다.
이밖에도 디지털 인쇄의 퀄리티 향상을 위해 컬러 관리(Color Management)가 중요하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비록 아시아 지역의 경우 여전히 옵셋 인쇄가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디지털로의 전환이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향후 많은 발전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습니다.
[백지영기자 블로그=데이터센터 트랜스포머]
Copyright ⓒ 디지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