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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리보고서] K-배터리, '상호 관세 90일 유예'도 부담…고심 깊어진 양극재

디지털데일리 소부장박대리 독자 여러분, 이번 주도 열심히 달린 박대리가 이차전지·에너지 이슈를 들려드립니다. <박대리보고서>에서는 금주에 놓쳐서는 안 되는 중요한 뉴스를 선정해, 보다 쉽게 풀어드리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코너입니다. 박대리보고서와 함께 놓친 이차전지·에너지 이슈, 체크해보시죠. <편집자주>


상호관세 발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상호관세 발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국내 배터리 업계에는 아직 볕이 들지 않고 있는 모습입니다. 중국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강세가 강해지는 한편, K-배터리 3사가 주력하는 삼원계 배터리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가 점점 떨어지고 있죠. 여기에 미국의 관세 적용에 따른 부담이 장기화되면서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 있는 모습입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2월 국내 배터리 3사의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시장 점유율은 전년 동기 대비 5.5%p 하락한 17.7%를 기록했습니다. 같은 기간 세계 각국에 등록된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 총 사용량은 약 129.9기가와트시(GWh)였죠.

LG에너지솔루션은 전년 동기 대비 8.5% 성장에 그친 12.7GWh를 기록하며 CATL, 비야디(BYD)에 이은 3위를 유지했고, 삼성SDI는 글로벌 탑10 기업 중 유일하게 역성장을 기록하며 종전 지표 대비 7위에서 8위로 한단계 내려앉았습니다. SK온만이 국내 업체 중 유일한 두자릿수(38.6%)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4위에 오른 모습입니다.

중국 업체들의 내수 시장 강세가 지속되면서 전제척인 지표 하락이 커진 가운데, 국내 배터리 3사의 주력 시장이었던 유럽으로의 중국 침투가 확대되면서 타격을 받은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는 내수 시장 규모가 크고 자국 업체 선호도가 높은 중국 시장을 제외하더라도 유사합니다. 국내 배터리 3사의 올해 1~2월 비(非)중국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합산 점유율은 전년 동기 대비 6.2%p 하락한 38.6%였습니다. 특히 중국 CATL, 비야디(BYD), 고션 등 업체들은 시장 평균 성장률(27.3%)을 상회하는 수치를 보여주며 상승세를 타고 있어, 국내 업체에 대한 위협이 커지고 있죠.

미국 시장을 위시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강력한 관세 정책에 따라 국내 배터리 업계의 지형 변화가 불가피해서죠.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일 부분 국가를 대상으로 한 상호 관세 적용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3일부터는 향후 모든 수입품에 대해 기본 10% 관세를 부과하고, 주요 무역국에 대해 국가별로 차등화된 개별 관세를 매기는 상호 관세 정책이 발효됐죠. 한국은 25%의 상호 관세를 부여받았습니다.

다행인 점은 미국 국채 시장의 커다란 변동성에 따라 관세 발효가 유예됐다는 것입니다. 미 행정부는 중국(125% 관세율)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 상호관세 부과 조치를 90일간 유예하기로 하고, 그동안 10% 기본 관세만 부과키로 결정했죠.

이같은 결정에도 국내 배터리 업계의 고민은 커지고 있습니다. 상호 관세의 확실한 적용 기간과 협상에 대한 결과가 길어지면서 확실한 대응책을 마련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동화일렉트로라이트 테네시 공장 [ⓒ동화일렉트로라이트]
동화일렉트로라이트 테네시 공장 [ⓒ동화일렉트로라이트]

문제는 배터리 생산 원가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소재들입니다. 배터리 제조사인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의 경우 이미 미국 내 합작 혹은 단독 공장을 마련했기에 큰 여파가 없지만, 배터리 4대 소재로 분류되는 양·음극재, 분리막, 전해액은 미국 현지화가 더뎌 그 여파가 적지 않습니다. 이 중 엔켐, 동화일렉트로라이트 등 전해액 업체나 솔루스첨단소재 등 일부 동박 업체만이 현지화를 완료한 상태죠.

소재 업체 입장에서는 미국 진출 여부를 당장 결정하기 어려워졌습니다. 대규모 투자금이 들어갈 뿐 아니라 단기간 내 수익성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죠. 또 미국 정책 방향이 확정된 것이 아닌 만큼, 언제 뒤집힐지 몰라 섣부른 움직임도 취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한편, 엎친데 덮친격으로 양극재 업체들의 둔화 양상은 나날이 깊어져만 가고 있습니다. 1분기 실적 발표가 다가오는 가운데, 에코프로비엠·포스코퓨처엠·LG화학·엘앤에프 등이 부진한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죠.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에코프로비엠의 올해 1분기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 5894억원, 영업이익 6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9% 감소하고 영업이익이 91% 급감할 것이란 전망입니다. 포스코퓨처엠의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 8417억원, 영업손실 186억원으로 집계됐죠. 엘앤에프는 작년 적자가 지속되면서 매출 3940억원, 영업손실 66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LG화학 연구원이 양극재 샘플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 [ⓒLG화학]
LG화학 연구원이 양극재 샘플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 [ⓒLG화학]

양극재 업계는 올해 1분기까지도 2023년 말 시작된 전기차 캐즘과 리튬 가격 폭락으로 수익성이 하락하는 역래깅 효과를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작년 말 인식한 재고평가손실 등으로 올해 적자 폭은 상당수 줄였지만, 낮아진 전기차 수요로 저조한 수익성을 탈피하지 못한 것이죠.

일각에서는 양극재 업체들이 올해 1분기 이후부터 점차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그동안 적자의 주된 원인이 됐던 리튬 가격의 불안정성이 일부 안정화되면서 이익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관측 덕분입니다. 양극재 업체들은 통상 2개월 전부터 리튬을 구매해 양극재를 제조한 후 판매하는 방식을 취해왔고, 그 2개월 사이 리튬 가격 하락에 따라 양극재 전체 판가가 떨어지면서 수익성이 감소한 바 있죠. 그러다 최근 들어서는 리튬이 kg당 72위안대(한국자원정보서비스 기준)를 횡보하면서 작년 8월까지 이어졌던 하락 추세가 멈췄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업황 회복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미국 행정부의 관세와 비우호적 전기차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장기화되고 있고, 주요 시장이었던 유럽 내 중국 배터리 침투율이 증가한 탓입니다.

이에 따라 양극재 업체 간 실적에 격차가 벌어지면서 생존경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습니다. 보유한 고객사의 포트폴리오나 주요 매출 권역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는 의미죠. 실제로 1분기에는 폭스바겐·GM 등으로 향하는 배터리 출하량이 늘며 포스코퓨처엠 등이 실적 추정치가 상향된 상황됐습니다. 반면 BMW 등으로 향하는 매출은 줄면서 이에 납품하는 삼성SDI향 양극재 업체의 실적은 감소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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