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안나기자] 미국 47대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가 5일 자정 뉴햄프셔주 산간 마을 딕스빌 노치를 시작으로 미 전역에서 실시됐다.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미국 첫 여성 대통령이 될지,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기 체제를 갖추게 될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초접전 양상을 보이는 이번 대선에서 IT업계 움직임이 눈길을 끈다. 민주당의 텃밭으로 여겨졌던 실리콘밸리가 이례적 움직임이 나타났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일부 IT업계 리더들이 트럼프 지지를 선언한 것. 인공지능(AI)과 빅테크 규제 등 주요 정책을 두고 해리스와 트럼프 후보의 상반된 접근법이 이러한 변화의 배경이 되고 있다.
AI 정책에서 해리스는 윤리적 사용을 위한 AI 규제 촉진과 알고리즘 투명성을 강조하는 반면, 트럼프는 혁신 주도권 확보를 위해 최소한의 규제를 주장한다. 빅테크 규제에서도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해리스는 반독점법 강화와 데이터 개인정보 보호를 강조하며, 신생 기업을 위한 공정한 경쟁 환경 조성을 약속했다. 트럼프는 자유시장 경쟁을 강조하면서도, 보수 진영 편향성을 보이는 기업들을 타깃으로 한 선별적 규제를 예고했다.
이런 정책 차이를 두고 IT업계는 크게 두 진영으로 나뉘었다. 과거 대선 때 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했다는 머스크는 이번 대선에서 공화당을 택했다. 그는 트럼프 ‘정부효율성부서(D.O.G.E)’ 위원장 제안을 받으며 공개적인 지지를 선언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머스크는 올 3분기에만 트럼프 지지 정치위원회 ‘아메리카 팩’에 7500만 달러(약 1027억원)를 기부했다.
조 론스데일 팔란티어 공동창업자와 피터 틸 페이팔 공동창업자 역시 트럼프 반규제 정책을 옹호하며 적극적인 지지자로 나섰다. 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은 대표적인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다. IT업계 수장들의 트럼프 지지 배경에는 규제 완화와 세금 정책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친기업적 정책 기조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셈이다.
다만 대부분의 대기업 CEO들은 여전히 해리스를 선호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 CEO, 리드 호프만 링크드인 공동창업자 등이 해리스를 공개 지지하고 나섰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 공동 창립자 빌 게이츠 역시 해리스를 지원하는 비영리 단체에 비공개로 5000만달러가 넘는 기부금을 기부했다.
실리콘밸리와 인연이 깊은 해리스는 2003년 샌프란시스코 지방검사를 시작으로 캘리포니아 법무장관, 상원의원을 거치며 IT 업계와 돈독한 관계를 맺어왔다.
일각에선 다수의 현직 CEO들이 직원과 고객의 반발, 반대측 후보의 보복 등을 우려해 공개적 지지 표명을 자제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IT업계 정치적 영향력이 커지면서 기업 리더들의 정치 참여는 활발해지고 있지만, 마크 주커버그 메타 CEO 등 일부는 양측에 모두 기부하지 않고 중립을 지키는 등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일부 CEO들의 선택과 달리 직원들의 정치자금 기부는 압도적으로 해리스 쪽으로 기울었다는 점이다. 비영리단체 오픈시크릿에 따르면 구글 모회사 알파벳 직원들의 해리스 후보 기부금(216만달러)은 트럼프 40배에 달했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직원들도 각각 10배, 12배 더 많은 금액을 해리스에 기부했다.
머스크가 이끄는 기업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테슬라 직원들은 해리스에 4만2824달러, 트럼프에 2만4840달러를 기부했다. 스페이스X는 해리스 3만4526달러, 트럼프 7652달러였고, X(옛 트위터)는 해리스 1만3213달러, 트럼프 500달러 미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 이번 대선에서 드러난 실리콘밸리의 이례적인 정치적 분화는 미국 IT산업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AI를 비롯한 신기술의 부상으로 기업들의 이해관계가 더욱 복잡해진 가운데, 규제 정책을 둘러싼 입장차는 앞으로 더욱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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