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보민기자] 미국을 이끌 차기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막을 올렸다. 당선 결과에 따라 정보통신기술(ICT) 시장에도 대대적인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사이버보안 분야도 예외가 아닐 전망이다.
역대 행정부와 마찬가지로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모두 국가 안보 측면에서 사이버보안에 접근하고 있지만, 규제 강화에 의견이 갈린다는 특징이 있다. 당선 결과에 따라 현지 시장 변화가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6일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EY가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기술 산업에 종사하는 기업 관계자 74%는 이번 대선 결과에 따라 현지 시장 향배가 갈릴 것으로 내다봤다. 인공지능(AI)은 물론, 기업공개(IPO) 활동까지 기술 산업 전반에 변화가 불가피할 수 있다는 취지다.
응답자는 특히 사이버보안, 데이터 보호, 콘텐츠 감독 등 주요 규제 산업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새 대통령이 결정된 이후인 내년, AI 관련 투자를 집행할 때 사이버보안과 같은 연관 분야에도 관심을 쏟을 것이라는 답도 절반(49%)을 차지했다.
그만큼 사이버보안에 대한 현지 관심이 뜨겁다는 의미다. 미국은 세계 사이버보안 시장을 대표하는 국가로 꼽힌다. 국내 보안 기업들이 해외 진출을 숙원사업으로 여기며, 미국을 비롯한 북미 시장을 겨냥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사이버보안 시장에서 시가총액(이하 시총) 상위권을 놓치지 않고 있는 팔로알토네트웍스도 미국에 뿌리를 둔 기업이다.
이러한 관심은 역대 미국 행정부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클린턴 행정부의 경우 국가 정보 인프라를 보호하기 위한 최초 전략을 수립해 부처와 기관 간 협력을 강조했고, 부시 행정부는 사이버보안 전략을 필두로 공공과 민간 부문 간 협력을 명문화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국가 주요 기반시설의 사이버 위협 대응 강화'를 위한 행정명령을 발표했고, 국가표준기술연구소(NIST)를 필두로 사이버보안 프레임워크를 공개하기도 했다. 프레임워크는 비즈니스 관점에서 사이버보안 활동을 계획하고, 위험 관리 프로세스 일부로 사이버보안 위험을 고려하는 내용이 담겼다.
해리스와 트럼프 후보자 또한 국가안보 측면에서 사이버보안 정책을 펼칠 전망이다. 역대 행정부와 맥을 같이 하며 적대국에 대한 사이버 공격 억지력을 펼치고, 우방국과의 협력을 강조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공급망 보안과 같은 최신 화두에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사이버인프라보안국(CISA)은 소프트웨어(SW) 공급망을 겨냥한 사이버 공격이 늘고 있는 만큼, 설계 단계에서부터 보안 요소를 고려하는 '시큐어 바이 디자인'을 실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여기에 소프트웨어자재명세서(SBOM)를 비롯해, 외부에서 유입될 가능성이 있는 위협 요인을 사전에 차단하는 조치도 취하는 중이다.
두 후보자가 이전에 사이버보안 분야에 관심을 쏟은 이력이 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행정부 시절 사이버사령부를 독자 지휘체계를 갖춘 통합 조직으로 격상하는 등 관련 분야에 관심을 기울인 인물이다. 해리스 부통령의 경우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 시절 기술 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전자범죄수사부(eCrime)를 세우며 주목을 받기도 했다.
다만 규제 강화 측면에 있어서 두 후보자가 다른 전략을 펼칠 가능성도 점쳐진다. 해리스 부통령의 경우 바이든 행정부를 계승하는 입장에 있기 때문에 세부 규제 정책 기조가 바뀌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새로운 역량을 보여줘야 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규제 완화 혹은 새 정책 도입 등을 추진할 수 있다.
사이버보안 분야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주목하고 있는 정책으로는 연방정부 사이버보안 강화, 국가 차원의 사이버보안 전략 수립, 개인정보보호 강화 법안 추진 등이 있다. 대다수 바이든 정부에서 추진하던 내용들이다. 중요 산업을 위한 연방 사이버보안 표준을 수립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에서 추진한 사이버보안 전략을 기초로 삼되, 연방에 앞서 민간과의 협력을 살펴볼 전망이다. 이를 기반으로 사이버 공격에 대한 대응책을 추가적으로 마련할 수 있다는 관측도 현지 언론에서 제기된 바 있다.
한편 미국에서 보안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도 대선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국내 보안기업 관계자는 "보안은 컴플라이언스 측면에서 지켜야 할 사안이 많아질 수록 수혜를 입을 수 있는 산업"이라며 "누가 당선이 되더라도, 시장 흐름이 바뀔 것으로 보고 내부에서도 새 시나리오를 짜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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