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 글로벌 2차전지(배터리) 시장에서 한국이 중국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는 가운데, 국내 주요 배터리 제조사들은 차세대 전지 개발에 박차를 가하며 주도권 수성에 힘을 싣고 있다. 선두인 LG에너지솔루션은 고용량 리튬황전지, 고분자계 반고체·전고체전지 개발 등에 중점을 두고 2030년까지 상용화 로드맵도 마련한 상황이다.
손권남 LG에너지솔루션 차세대전지 개발센터 센터장은 13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 ‘차세대 2차전지 민관협의체 출범식’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 개발 중인 주요 전지 기술과 과제, 목표 등을 소개했다.
전기차 중심의 배터리 시장에서는 현재 ‘삼원계’로 불리는 NCM(니켈·코발트·망간),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배터리와 ‘LFP(리튬인산철) 배터리’가 널리 쓰이고 있다. 각자 장단점이 상이한데, 공통과제로는 전기차 1회 주행거리 향상을 위한 에너지밀도 향상, 경량화, 원가 절감이 꼽히고 있다. 따라서 차세대 배터리 개발도 대부분 이에 초점을 맞춰 이뤄지는 상황이다.
LG에너지솔루션도 마찬가지다. 먼저 리튬황전지는 액체전해질에 고용량 리튬메탈을 음극으로, 황을 양극재로 활용하는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기존 전지보다 에너지밀도가 10배 정도 높다. 양극재로 쓰는 황은 굉장히 가벼운 원소다. 무게당 에너지 밀도는 높으면서 가벼운 전지를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또한 황은 정유 공정에서도 얻을 수 있어 가격이 값이 굉장히 저렴한 양극 소재다. 손 센터장에 따르면 원재료비 기준 리튬이온전지보다 30~40% 저렴하다고 한다.
음극으로 쓰는 리튬메탈도 기존 흑연, 실리콘 소재보다 높은 에너지밀도가 강점이다. 황 양극재와 궁합이 좋다. 다만 몇 가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일단 소재 특성상 전해질과의 불안정한 반응성 문제를 안정화하는 것, 그리고 리튬메탈 표면의 퇴화를 막기 위한 보호층 개발이 선행되어야 한다. 손 센터장은 “더불어 리튬황전지의 경우 완전 전고체전지가 아니므로 셀과 모듈 디자인 연구를 함께하며 안정성을 높이려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화재 안전성에 강점이 있는 전고체전지 연구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관심을 두고 있는 건 고분자(Polymer) 기반 반고체전지와 전고체전지, 황화물계 전고체전지다.
플라스틱 소재의 고분자를 활용한 전고체전지의 장점은 소재 특성상 전지의 활물질과 전극계면 형성이 용이하고 다양한 화학물질과 화합이 잘 되는 성질을 지녔다는 점이다. 또한 기존 리튬이온전지의 제조 공정을 대부분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 신규 공정 개발 부담을 덜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고분자 고체전해질과 산화물계 고체전해질을 하이브리드하고 성능을 높이기 위해 액체전해질을 일부 혼합한 반고체전지를 개발하고 있다. 이는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액체전해질 비율을 보다 줄이는 방향으로 연구가 진행되는 중이다.
황화물계 전고체전지는 다른 주요 전고체 소재, 고분자나 산화물계 대비 이온전도도(이온의 이동성)가 높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주요 배터리 제조사들이 차세대 전고체전지 개발 시 가장 우선하고 있는 소재이기도 하다.
상용화 시기를 당기려면 단점을 최소화해야 한다. 황화물계 전고체전지는 셀 제조, 구동 시에 높은 가압(압력)을 필요로 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소재 연구에 중심을 두고 있다. 동시에 액체전해질 대비 값비싼 고체전해질 가격을 낮추기 위해 외부 업체들과도 지속적으로 협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소재 가격이 비싸면 배터리 전체 가격, 나아가 전기차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중저가 전기차로는 보급이 어려워진다.
LG에너지솔루션은 우선 2026년을 목표로 고분자계 반고체전지를 상업화하고, 리튬메탈음극을 사용하면서 액체전해질을 최소화한 고분자계 전고체전지를 2028년경 양산할 계획이다. 황화물계 전고체전지는 다양한 기술적 난제를 해결하면서 2030년경 의미 있는 수준의 상업화를 이뤄내겠단 목표다.
리튬황전지는 2027년 에너지밀도 500wh/kg 수준의 셀을 개발해 성층권 무인기나 UAM(도심항공교통)에 적용할 계획이다. 2029년에는 1000wh/L 수준의 고용량 리튬메탈전지 개발도 목표로 두고 있다.
손 센터장은 “이 같은 연구는 단독으로 하기 어렵다. 따라서 다양한 학교, 연구소 등과 굉장히 많은 협업을 진행 중”이라며 “내부에서 소재부터 전극, 반제품 셀을 조립하는 연구도 진행하지만 오픈 이노베이션 연구와 배터리 이노베이션 콘테스트, 배터리 챌린지 등을 병행하며 외부 협력을 꾸준히 강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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