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오현지 기자] '마약', '기절', '조폭'과 같은 부정적인 단어들어 음식앞에 수식어로 붙여지면 신기하게도 강렬하게 먹고싶은 욕구가 생긴다.
왜 이런 아이러니가 생겼는지 모르지만 예를들면 '마약 김밥'은 중독되서 빠져나올 수 없는 맛을 가진 김밥이란 뜻이고, '기절 탕수육'은 기절할 정도로 맛있는 탕수육으로 인지한다.
그런데 앞으로 ‘맛있어서 중독됐다’는 의미를 담아 마약 단어를 음식에 붙일 수 없게 될 전망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힘을 합쳐 식품 이름에 ‘마약’이 쓰이지 않도록 유도하기로 협의했다.
물론 '짜장면'을 표준어인 '자장면'으로 부르면 먹고싶은 충동이 갑자기 반감되듯이 기존에 써왔던 '마약''이란 센 단어를 대체할만한 다른 단어들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앞서 식약처는 지난 16일 개최한 지방자치단체 협의회에서 마약김밥 등 식품 또는 음식점의 명칭에 ‘마약’ 용어 사용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지자체는 ▲식품접객업 영업신고서를 제출할 때 ▲가공식품의 품목제조보고를 할 때 ‘마약’ 단어를 사용하지 않게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상호나 제품명 등의 일부에 마약 단어를 넣지 않도록 영업자에게 적극 권고하며 홍보하기로 했다.
'마약' 단어가 주는 우려
그동안 마약 단어가 들어간 음식은 ‘맛있는 음식’으로 통했다. 유튜브에 업로드된 먹방을 보더라도 ‘마약’ 단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수많은 음식점에서도 대표 메뉴, 자신 있는 메뉴, 인기가 많은 메뉴에 ‘마약’ 단어를 붙여 판매해 왔다.
하지만 이러한 사회 분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계속 있어왔다. 전문가들은 “최근 미성년자인 10대부터 20대, 30대까지 마약사범이 증가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마약’이라는 표현을 자주 접한 청소년들은 마약에 대한 경계심을 갖지 않고 오히려 친숙하게 여길 수 있다”라고 지적해 왔다.
이에 정부와 지자체가 식품 등에 마약이라는 표현을 쓰지 못하도록 상업적 사용을 규제하기에 이른 것이다.
마약 단어 쓰지 않는 사회 만들기 위한 계획
정부는 마약 단어 사용금지 동영상을 제작하고 지방자치단체, 식품위생교육기관 등에서 교육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배포할 계획이다. 또한 영업자 스스로 ‘마약’이라는 표현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홍보할 계획이다.
이미 마약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는 음식점 등은 다음 달부터 소비자식품위생감시원이 직접 현장에 방문해 업소명 변경을 계도할 계획이다. 특히 간판과 메뉴판 등 교체에 따른 영업자의 경제적 부담 덜기 위해 비용을 지원할 방침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앞으로 ‘마약’ 용어에 대한 상업적 사용을 줄일 수 있도록 지자체, 관련 협회 등과 협력체계를 다질 것이다”라며 “합리적인 표시제도 개선안을 마련하는 등 마약 표현이 적절하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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