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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프로 "하이니켈 94% 양극재 상용화 착수…망간계와 천하삼분" [소부장박대리]

- 하이니켈 상용화 적정선은 94%...그 이상은 완성차 탑재 부담 따를 수 있어
- 기존 미드니켈은 망간계가 대체...하이니켈, 망간계, LFP 시장 3분화 전망

[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양극재 니켈 비중 96%까지 개발은 가능하다. 하지만 의미있는 상용화가 가능한 수준은 94% 정도로 본다. 올해는 94% 양극재 상용화를 위한 개발에 본격 착수하겠다."

에코프로비엠 양제헌 연구개발팀 이사(사진)는 13일 SNE리서치가 주최한 '넥스트 제너레이션 배터리 세미나(NGBS 2023)'에서 이렇게 말했다. 현재 니켈함량 90% 수준의 삼원계 배터리 성능이 지금보다 개선될 수 있다는 얘기다. 니켈은 전기차용 2차전지(배터리) 양극재에서 에너지 밀도에 영향을 미치며 전기차 주행거리를 좌우하는 중요 소재다.

에코프로비엠을 비롯한 한국 주요 양극재 제조사들은 일찍이 해외 경쟁사들보다 앞선 하이니켈 기술로 글로벌 배터리 제조사, 완성차 업체들과 긴밀한 비즈니스 관계를 맺어왔다. 중국이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중심의 중저가 시장에서 맹렬히 추격 중이지만, 시장의 대세는 여전히 하이니켈 삼원계 배터리다.

양 이사는 "향후 양극재 시장에서 하이니켈 제품군이 여전히 8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할 것"이라며 "다만 1~2만톤 정도 파는 걸 의미 있는 상용화라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니켈 비중 94%가 그 이상의 수율, 판매량 확보가 가능한 수준으로 본 이유다. 96%는 배터리 안정성 측면에서 완성차 업체들이 신경 써야 할 점이 많아질 수 있다고 부연했다.

LFP 외에 망간계 양극재 수요도 증가할 전망이다. 양 이사는 "테슬라는 양극재 시장을 하이니켈 삼원계와 LFP로 이분화했지만 이는 너무 단순한 분류"라며 "LFP의 꾸준한 수요와 더불어 당분간 망간계 양극재도 함께 양극재 시장을 3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망간계는 삼원계 내에서 망간 비율이 25%~60% 사이인 양극재를 말한다. 니켈 비중은 하이니켈보다 낮지만 망간 비율이 높으면 배터리의 화학적 안정성은 높이고 가격은 낮출 수 있다. 화재 위험성도 하이니켈보다 낮다.

양 이사는 기존 NCM(니켈, 코발트, 망간) 삼원계 배터리 중 NCM 523, NCM 622 (숫자는 니켈, 코발트, 망간 비율을 의미) 시장을 망간계가 이어받을 것으로 봤다. 이는 가성비를 무기로 앞세운 LFP와 성능을 앞세운 하이니켈 삼원계 배터리의 틈새 수요를 채울 것으로 보인다.

에코프로도 잠재적으로 NMX, LMX 등 망간계 양극재로 기존 미드니켈 양극재를 대체해 나가겠단 전략이다. 다만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양 이사는 “미드니켈을 요구하는 고객사들이 계속 있어 미드니켈 사업화에 대한 내부적 검토는 있고, 구체적 계획은 아직 없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양 이사는 양극재 시장에서 리사이클링(재사용)의 중요성도 높아질 거라 예측했다. 최근 미국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세부지침 공개에 따라 당분간 소재 가공만 FTA 체결국(한국 포함)에서 하면 되지만 소재 수급은 여전히 중국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극복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폐배터리에서 핵심 원료를 다시 추출해 쓰는 리사이클링 기술이 최근 배터리 업계에서도 꾸준히 언급되며 이목을 끄는 이유다.

양 이사는 “다수의 배터리 리사이클링 업체가 있지만 리사이클링 프로세스 전반을 다룰 수 있는 배터리 소재 기업, 도시광산 업체, 광물 정련·제련 회사들이 진짜배기”라며 “단순 리사이클링 기술만으론 부가적 가치 창출이 제한적이다. 리사이클 소재로 전구체, 리튬화합물, 양극재 합성까지 다 할 수 있어야 시장에서 앞서 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배터리 리사이클을 통해 광산, 염호 중심의 배터리 핵심광물 의존도가 가시적으로 줄어드는 시점은 2030년~2035년 정도로 예측되고 있다. 양 이사도 “그때까지만 잘 견디면 된다”고 말했다. 적잖은 시간이 남은 만큼 당분간은 기존 생태계 내에서 핵심 소재 수급처를 다변화하고 리사이클 기술 투자를 병행하는 전략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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