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부상 이스트소프트의 전체 실적 부진의 원인은 계열사인 줌인터넷으로 보인다. 줌인터넷은 2021년 매출액 287억원, 영업이익 67억원을 기록하며 알짜 사업으로 평가됐으나 2022년에는 매출액 229억원, 영업이익 –7억원을 기록하며 ‘애물단지’가 됐다.
포털사이트 줌(ZUM)을 운영하는 줌인터넷은 2022년 금융으로 사업 영역 확장을 꾀했지만 번번히 실패했다. 줌인터넷이 KB증권과 함께 설립한 합작법인 프로젝트바닐라는 야심차게 출시한 모바일거래시스템(MTS) ‘바닐라’가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못한 채 지난 4월 청산했다. ‘한국형 로빈후드’, ‘토스증권의 대항마’를 자처했던 것이 무색한 결과다.
또 2022년 5월 출시한 비상장 주식 정보제공 및 거래 플랫폼 ‘겟스탁’도 출시 이후 별다른 성과를 보이지 못했다. 겟스탁의 장외주식 거래 기능도 1개월 만에 중단됐다. 금융 사업에서 잇따라 실패한 상황이다.
이밖에 계열사들도 부진했다. 증강현실(AR) 기술을 이용한 안경·선글라스 쇼핑몰 ‘라운즈’의 적자도 큰 폭으로 늘었다. 라운즈는 2021년 매출액 52억원, 당기순이익 –28억원을 기록했는데 2022년에는 매출액 67억원, 당기순이익 –70억원을 기록했다.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인 사이버보안 계열사 이스트시큐리티의 매출액은 2021년 대비 26.9% 상승한 227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8900만원가량이다. 매출 상승은 고무적이나 2022년 사이버보안업계가 유례없는 호황기를 누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적자 마감은 아쉽다.
이스트소프트는 지난 몇년간 인공지능(AI)에 사활을 걸고 있다. AI 버추얼 휴먼 제작 기술을 바탕으로 ‘AI 스튜디오 페르소’를 출시한 뒤 교육, 증권 등 분야와 손잡고 버추얼 휴먼을 제작하는 사업을 이어가는 중이다. YBM과 한국어와 영어 발화가 가능한 AI 토익스피킹 강사를, 한국투자증권과는 AI 애널리스트를 선보인 바 있다.
이스트소프트의 AI 사업이 성공을 거둘지는 미지수다. 오픈AI의 AI 챗봇 ‘챗GPT’가 흥행하며 AI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지만 자연어처리(NLP) 기반의 AI에 대한 관심이 이스트소프트가 집중하고 있는 AI 인간으로까지 이어질지가 관건이다.
금융사업에 집중했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한 줌인터넷의 사례를 무시할 수 없다. 계열사들의 수이성이 악화되는 가운데 모회사인 이스트소프트 역시도 신사업을 위한 투자를 지속하는 중이다. 2018년 이후 2022년까지 5년간 이스트소프트의 영업이익 합은 –24억원으로 적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