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그렉 피터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가 인터넷제공사업자(ISP·통신사) 진영에서 요구하는 ‘공정한 망 투자 분담’과 관련해, 콘텐츠제공사업자(CP)에 대한 과금이 콘텐츠 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단 우려를 제기했다.
피터스 CEO는 2월28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IT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23’에서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의 미래’를 주제로 이같이 발표했다. 넷플릭스 CEO가 공식석상에서 망이용대가 문제를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피터스 CEO는 “브로드밴드 소비자에 더해 엔터테인먼트 회사들도 비용을 지불하라는 것은 ISP가 동일한 인프라에 대해 비용을 두 번 청구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통신사들이 주요 CP들에 ‘공정한 망 투자 분담’을 거듭 촉구한 것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피터스 CEO는 글로벌 히트작 ‘오징어 게임’을 언급하면서 CP에 대한 과금이 ‘소비자 피해’라는 결과를 만들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인터넷의 인기가 높아진 이유에는 소비자들이 어떤 콘텐츠를 언제 즐길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었던 점도 영향을 미쳤다며, 전 세계 넷플릭스 회원의 60% 이상이 적어도 한 편 이상의 한국 작품을 시청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피터스 CEO는 “(CP까지 망 이용료를 분담할 경우) 콘텐츠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고 창작 커뮤니티를 해칠 뿐 아니라 이로 인해 고가의 통신사 요금제가 가진 매력을 반감시킬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유럽소비자단체연합인 BEUC의 지적을 언급, “(ISP의 행동이) 소비자들을 위한 더 낮은 가격 혹은 더 좋은 인프라로 이어진다는 증거는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넷플릭스는 망이용대가가 아니라도 이미 자체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등 콘텐츠로 유발되는 트래픽을 낮추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넷플릭스는 10억달러(약 1조3250억원) 이상을 투자해 자체 CDN인 오픈커넥트를 만들었고 이를 ISP에게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며 “현재 175개국 6000여곳에 위치한 1만8000여대의 서버가 오픈커넥트의 일부로 연결작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CP에 대한 망 이용료 부과가 ‘이중과금’이라는 주장도 거듭 내세웠다.
피터스 CEO는 “트래픽을 사용하는 브로드밴드 소비자들은 이미 구독료를 통해 네트워크 개발을 위한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며 “소비자에 더해 엔터테인먼트 회사들 역시 비용을 지불하라는 것은 ISP가 동일한 인프라에 대해 비용을 두번 청구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더해 "“넷플릭스의 영업 마진이 브리티시 텔레콤, 도이치 텔레콤보다 현저히 낮다는 부분도 생각해볼 만한 지점이다"”라며 “예전 유료TV 시절의 방식을 생각해서 오히려 넷플릭스가 네트워크 사업자에게 콘텐츠 제작 비용을 같이 부담하라고 요구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반론을 제기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그것은 우리가 원하는 바가 아니다”며 “ISP와 CP가 각자가 강점을 가진 영역에서 자신의 역할을 한다면 상생과 공동성장을 이룰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같은날 네트워크 투자 주제와 관련된 장관급 세션에 참석한 딘 가필드 넷플릭스 정책부문 부사장도 패널 토론에서 ‘파트너십을 통한 성장’을 언급했다.
가필드 부사장은 “서로 공감하는 전제를 확인하는 데에서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며 “ISP와 CP는 상호이익 관계이며, 양자 간 파트너십을 이어나가면서 공동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를 보다 명확하게 살펴보면 성공적인 결과가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