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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클로즈업] 롯데, ‘온라인 장보기’ 1조 베팅…쓱·쿠팡·컬리에 도전장


- 롯데쇼핑, 2030년까지 9500억원 온라인 장보기 투자
- ‘아마존 대항마’ 오카도 기술로 첨단물류·배송에 속도
- 증권가 전망은 “글쎄”…장기적 관점은 ‘중립’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이커머스 시장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던 롯데가 승부수를 던졌다. 2030년까지 약 1조원을 투자해 온라인 장보기 주문 및 배송 전 과정에 경쟁력을 갖겠다는 목표다. 쿠팡·SSG닷컴·마켓컬리 등 사이에서 롯데가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전날 오카도 스마트 플랫폼(OSP, Ocado Smart Platform_ 및 자동화물류센터(CFC)에 2030년까지 9500억원을 투자한다고 공시했다. 국내 온라인 장보기 시장 내 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해 영국 리테일테크 기업 오카도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는 설명이다. 오카도는 첨단 기술을 물류센터에 접목해 해외시장에서 ‘아마존 대항마’로 꼽힌다.

그간 이커머스 업계에서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인 롯데쇼핑은 오카도와 협력을 계기로 반전을 모색한다. 기존 롯데온은 명품·뷰티 분야에 특화시키며 온라인 장보기에 특화한 앱을 새롭게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론 온·오프라인 유통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롯데쇼핑은 오카도와 함께 2025년 수도권과 지방 각각 한곳에 CFC를 내는 것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6개 CFC를 열 계획이다. 롯데쇼핑은 CFC 부지 및 건축 비용, OSP 이용 수수료 등을 지불하고, 오카도는 CFC 내 풀필먼트를 위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제공, 유지 보수를 담당한다. 2032년 국내 온라인 장보기 시장에서 매출 5조원 달성을 목표로 삼았다.

지난해 기준 국내 온라인 장보기 시장은 약 135조 규모다. 반면 온라인 침투율은 약 25%로 다른 상품군에 비해 낮은 편이다. 온라인 구매 편의성을 경험한 소비자가 늘면서 코로나19 종식 후에도 온라인 장보기 사업은 지속 성장세다. 통계청이 조사한 9월 온라인쇼핑 동향을 봐도 온라인 장보기가 많아지면서 음·식료품 거래액은 전년동월대비 16.8% 늘었다.
롯데쇼핑은 이커머스 업계에서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여왔다. 온라인 장보기 시장에선 새벽배송 철수와 당일배송 축소로 비용 절감에 나서는 듯한 모습이었으나 첨단물류센터 설립에 ‘통 큰’ 투자를 결정했다. 그만큼 온라인 장보기 시장이 잠재성장률이 높다고 판단한 셈이다.

특히 온라인 장보기 시장은 소비자가 한 번 유입되면 중복구매가 꾸준히 이뤄지는 분야이기 때문에 이커머스 업체 입장에선 포기할 수 없는 분야다. 전날 롯데쇼핑과 오카도와의 협약식에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이 참석해 격려했다는 건, 롯데 온라인 장보기 시장 진출 의지가 그만큼 크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신선식품의 경우 공산품보다 보관부터 배송까지 전 과정이 까다로운 편이다. 신선식품 특성상 빠른 배송을 위해서는 도심과 가까운 곳에 냉장·냉동 물류센터가 있어야 하고, 콜드체인 설비 구축에도 많은 자금이 소요된다. 특히 폐기율을 줄이기 위해 데이터를 기반 수요예측 등 체계적인 접근도 필요하다.

온라인 장보기 시장에 진출한 쿠팡과 SSG닷컴, 마켓컬리, 오아시스마켓 등이 물류 자동화 및 데이터 분석에 힘주는 이유다. 마켓컬리가 폐기율 1% 미만을 유지하기 위해 빅데이터 분석 역량을 고도화하고 SSG닷컴·오아시스마켓은 일찌감치 각 사에 맞는 물류센터 자동화 전략을 세우고 있다. 물류 인프라 구축에 기반을 쌓은 쿠팡도 대전에 신선식품 중심 ‘프레시 풀필먼트센터(FC)’를 구축하고 있다.
롯데쇼핑이 온라인 시장 본격 진출을 선언하면서 영국 오카도와 손잡은 이유는 후발주자로서 더이상 속도를 지체하면 안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오카도가 영국에서 운영하고 있는 온라인 슈퍼마켓은 정시 배송 및 장바구니 정확도가 97% 이상이다. 롯데쇼핑처럼 오카도와 파트너십을 맺고 OSP를 도입해 운영하는 캐나다 소베이(Sobeys) 역시 정시 배송 및 장바구니 정확도가 98%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쇼핑이 온라인을 위한 자체 솔루션을 개발하려면 시간이 오래 소요되고 어려울 수 있다”며 “오카도 기술을 가져와 물류센터를 만들고 유지보수까지 해준다면 롯데가 박차를 가할 수 있다”고 전했다.

업계에선 롯데쇼핑이 후발주자임에도 불구 기존 유통시장 ‘강자’인만큼 시장 규모를 키우는 등 저력을 보일 수 있다고 내다본다. 단 증권가에선 롯데쇼핑 온라인 장보기 투자를 중립적으로 보고 있다. 오프라인 반등 시점에서 온라인 적자를 줄이지 못하는 건 단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쇼핑은장기적으로 물류 및 재고 관리 효율성을 높여 온·오프라인 플랫폼 간 시너지를 높일 것으로 기대되지만, 수수료 지출 고려 시 중립적”이라며 “롯데쇼핑 낮은 온라인점유율 고려 시 공격적 투자는 단기적으로 온라인 적자를 키우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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