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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클로즈업] 이태원 참사, 기지국 정보로 재난알림이 왔다면?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300여명의 사상자를 낸 이태원 압사 참사 이전에 이동전화 기지국 정보(CPS)를 바탕으로 한 재난사고 예방 시스템이 구축돼 있었다면 어땠을까?

실제, 이태원 압사 참사 당시 용산구청이 발송한 긴급재난문자는 최초 신고(밤 10시15분)에 비해 두 시간가량 늦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밀집도가 위험 수준에 도달하면 경보를 보내거나 행정력이 해산 안내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기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는 최대 13만명(서울교통공사 지하철역 이용 기준)에 달하는 인파가 운집했다. 핼러윈을 앞두고 주말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이태원 일대에 최소 10만명(경찰 추산) 넘게 몰린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밀집 인원을 분산시키기 위한 긴급재난문자 시스템은 제때 작동하지 않았다. 용산구청은 ‘이태원역 인근 안전사고 발생으로 추가 피해가 우려되니 시민 여러분은 속히 귀가하시고 방문을 자제해달라’는 내용의 긴급재난문자를 30일 오전 12시11분과 1시38분에 두 차례 발송했다. 이는 최초 신고 시점보다 약 두 시간 늦은 시점이다.

이에 사고 발생 전 휴대전화 사용자들의 CPS 데이터를 당국에 사전 공유함으로써 더 일찍 분산 조치를 취할 수 있었다는 의견이 나온다. CPS를 기반으로 밀집도가 위험 수준에 도달하면 경보나 재난 문자를 보내거나 행정력이 해산 안내 또는 질서 유지에 나서는 데 활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KT는 서울시내 관광지 및 주요 상권 등의 인구 혼잡도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서울 실시간 도시 데이터’를 지난 9월부터 공개하고 있다. 주요 지역 기지국에서 5분 동안 수집된 휴대폰 신호를 집계한 뒤 이를 KT 시장 점유율로 환산해 해당 지역 인구 밀집도를 추산하는 방식이다. 이태원 사고가 난 29일 오후 10시 당시 데이터를 보면 이태원관광특구 일대는 최대 5만8000명이 몰린 ‘매우 붐빔’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는 KT와 서울시가 협약을 맺고 진행한 사업이기 때문에, 통신사 CPS 데이터를 정부기관이나 지자체와 공유하는 시스템은 없는 실정이다. 행정안전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당장 이번 사태와 관련해 논의하고 있는 사안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사고 직후 긴급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과학기술과 디지털 기술 등을 활용한 재난 예방대책과 사후조치 방안을 선제 검토할 것”을 지시한 상황이다.

개인의 통신 데이터를 수집해 활용하는 데 따른 논란도 난관이다. ‘재난및안전관리기본법’에 따르면 중앙대책본부장 또는 지역대책본부장은 재난 대응에 필요한 경우 재난피해자 등에 대한 정보 제공을 통신사에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행정부 차원에서 긴급히 필요하지 않은 개인정보를 사전에 제공받아 활용하는 것은 침해의 소지가 있어 보인다.

통신업계에선 CPS 기반 재난경보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CPS 데이터를 어떤 상황에서 어느 범위까지 공유할 것인지 명확한 기준과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개인정보를 익명화해서 인구밀집 정보만 활용할 수 있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기준이 명확해야 개인정보 침해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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