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오병훈 기자] 카카오모빌리티와 티맵모빌리티의 대리운전 시장 진출 제한에 대한 구체적인 부속사항이 마련됐다. 유선콜 처리 상한선이 생겼으나, 앱 프로프그램 인터페이스(API) 연동은 문제 삼지 않기로 했다. 티맵모빌리티는 이번 동반성장위원회(이하 동반위) 결정에 대해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장을 선점한 카카오모빌리티에게 유리한 결정이라는 주장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와 관련해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서 표정관리에 들어간 모습이다.
최근 동반위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이하 중기업종)으로 지정된 대리운전 시장에 대한 대기업 진출·확장 제재와 관련한 부속사항을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5월 동반위가 대리운전시장을 중기업종으로 지정한데에 따른 후속 조치다.
부속사항으로는 ▲유선콜 확장자제 기준은 지난 2019년 대기업 개별 콜수로 확정 ▲API연동을 통한 콜공유를 허용 및 대기업 준수사항 명시 ▲현금성 프로모션 및 매체광고 자제 ▲‘대리운전산업발전위원회’를 구성해 이해관계자 의견조율 등이 있다.
이에 따라 카카오모빌리티와 티맵모빌리티가 처리 가능한 최대 유선콜 수는 각각 370만콜, 40만콜로 정해졌다. 이는 지난 2019년 유선콜 처리 실적이다. 다만, 플랫폼 API 연동을 통한 콜 처리수에는 상한선을 두지 않았다.
◆티맵 “카카오 독점력 공고화 유감”, 표정관리 카카오T=대리운전 호출 시장은 아직까지 유선콜이 우세하다. 전체 호출 중개 중 70~80% 정도가 유선콜, 나머지 20~30% 정도가 앱콜로 처리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앱콜에서 절대 강자로 자리 잡고 있다. 앱콜 중 99% 가량을 점유중이기 때문이다. 나머지 1%는 티맵모빌리티가 차지하고 있다.
티맵모빌리티는 이번 동반위 결정을 두고 ‘유감’을 표했다. 신규 가입자 유치를 위한 현금성 프로모션 및 광고에 제동이 걸렸을뿐더러, 콜 처리 가능 상한선 또한 카카오모빌리티에 비해 한참 낮은 40만건으로 한정돼 시장 영향력을 키우는데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티맵모빌리티는 “부속 사항에 대해서는 존중하며 받아들인다”면서도 “부속사항 중 대기업 경쟁 제한, 먼저 진출한 기업의 독점력 공고화, 기업의 경영상 자율권 침해 관련 사안이 포함된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다만 플랫폼 API 연동이 가능해진 것은 호출중개 플랫폼을 인수한 티맵모빌리티 입장에서 한시름 덜은 부분이다. 티맵모빌리티는 지난 8월 유선콜 배차 플랫폼 개발사 로지소프트를 인수했다. 로지소프트 대리운전 시장 내 유선콜 중개처리 점유율은 70%~80%에 달한다. 이 중 미처리 된 유선콜을 자사 플랫폼 티맵 내 대리운전 서비스와 연동할 수 있게 됐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적어도 경쟁사 티맵모빌리티에 비해 높은 콜 상한선을 가져오게 되면서 이번 동반위 결정에 한해서는 이득을 봤다. 더구나 카카오모빌리티도 지난 2020년 유선콜 중개호출 플랫폼 운영사 콜마너플러스를 인수해 운영 중인 상황이라 API 연동 허용에 있어서도 손해를 보지 않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카카오모빌리티는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으며 몸을 낮추는 모양새다.
콜 처리 상한선과 관련해 동반위는 ‘코로나19 상황 이전’을 기준점으로 잡았다는 입장이다. 동반위 관계자는 “코로나19 직전에 가장 정상적으로 영업되던 상황을 기준 삼기로 했다”라며 “중소기업 보호에 방점을 두고 이 같은 결정을 내렸으나, 양사 간 이해관계가 달라 이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기존 사업자와 갈등, 이제는 봉합되나=티맵모빌리티 경우 로지소프트 인수, API 연동 등과 관련해 지속적으로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이하 한대총)와 갈등을 겪었다.
한대총은 “로지소프트를 인수하겠다는 것은 곧 앱콜 점유율을 늘리겠다는 것인데, 앱 콜 점유율은 결국 유선콜과 경쟁관계에 있다”며 “유선콜 시장 보호한다던 동반위가 오히려 대기업 사업확장을 종용하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동반위는 “사업 영역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대리운전 유선콜 업체와 유선콜 중개 플랫폼은 법적으로 사업 코드가 다르다. 로지소프트와 같은 중개플랫폼이 자체적으로 유선콜을 발생시키는 것이 아니라 중소 유선콜 기업이 처리하는 콜을 중개해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카카오T대리 유료 서비스 중 하나인 ‘프로서비스’를 둘러싼 갈등도 봉합되고 있다.
그간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이하 노조)은 프로서비스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미가입자에게는 가입자가 남긴 격오지 콜, 초단거리 콜 등 일명 ‘똥콜’만 배정되고 있으며, 원활한 영업을 위해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 노조 측 주장이다.
이에대해 카카오모빌리티와 노조는 지난해 10월부터 1년간 본 교섭만 20여차례 이상 진행했다. 그 결과 카카오모빌리티는 노조 측 요구안을 받아들여 프로서비스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합의했다.
김주환 노조 위원장은 “어려운 과정을 통해 이뤄졌던 단체교섭이 첫 교섭이라는 어려움을 넘어 잠정 합의가 됐다. 아쉽고 부족한 면이 있지만 현장 대리운전노동자들에게 희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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