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정부가 ‘티빙’과 ‘시즌’ 합병을 공식 승인하면서 국내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는 새로운 1등 사업자가 탄생하게 됐다. 티빙-시즌 합병법인은 오는 12월1일 출범할 예정이다. 국내 OTT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31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티빙이 KT 시즌을 흡수합병하는 내용의 기업결합을 심사하고 이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소비자 구독료 인상 우려 ▲CJ 계열사가 콘텐츠를 합병 OTT에만 공급할 우려 ▲반대로 합병 OTT가 자신의 계열사로부터만 콘텐츠를 공급받을 우려가 모두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양질의 콘텐츠를 보다 효과적으로 수급할 수 있고 콘텐츠 제작에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는 합병 OTT 출범으로 이어지는 만큼, 궁극적으로는 OTT 구독자들의 후생 증가와 국내 OTT 시장 경쟁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합병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가 승인으로 결론나면서, 양사의 합병 절차도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통상 5~6개월이 걸리는 기업결합 심사가 약 3개월 정도로 쾌속 마무리가 된 것이다. 유료방송 사업자와 달리 OTT 사업자간 결합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나 방송통신위원회의 승인 절차도 따로 없다.
OTT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압도적으로 점유율을 차지하는 국내 OTT 시장에 오히려 경쟁을 활성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양사 합병 승인은 예상된 결과”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티빙과 시즌 합병은 예정대로 12월1일에 이뤄진다. 시즌은 하루 전인 11월30일 서비스를 종료할 예정이다. KT 관계자는 “합병기일은 예정대로, 서비스 종료일은 일부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 티빙-시즌 합병법인 경쟁력 기대…CJ-KT 협력 시사
티빙과 시즌은 앞선 7월 통합을 결정했다. 티빙이 시즌을 흡수합병하고, 시즌의 100% 지분을 보유한 KT스튜디오지니가 새롭게 출범하는 합병법인의 지분을 취득해 3대 주주 지위를 확보한다. 티빙과 시즌의 합병 비율은 1대1.5737519다.
양사 합병이 이뤄질 경우, 티빙은 국내 OTT 사업자 점유율 기준 1위 사업자로 올라서게 된다.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티빙과 시즌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각각 402만명, 157만명으로 집계됐다. 합병 시 총 559만명 이용자를 보유하게 되는 셈이다. 이는 국내 OTT 업체 중 1위였던 웨이브를 제치는 결과다.
물론 티빙과 시즌의 이용자가 단순히 물리적으로 결합되고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탈하는 가입자도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 OTT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가입자나 점유율이 합쳐지는 것만으로는 의미가 없고, 새로운 가입자를 유입시키고 유지할 수 있는 합병법인만의 독자적인 경쟁력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업계에선 CJ ENM과 KT의 콘텐츠·마케팅 등 전방위적 협력을 기대하고 있다. 양사는 올해 초부터 각사 주요 임원이 참여하는 사업협력위원회를 구성해 OTT 플랫폼과 콘텐츠 관련 전방위 협력 방안을 논의해왔다. 이 위원회에는 강호성 CJ ENM 대표, 윤경림 KT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와 같은 협력관계를 고려하면, 합병법인 출범 이후 티빙과 KT IPTV 및 인터넷 요금제의 결합상품 출시도 예상할 수 있다. 티빙 관계자는 “합병 이후의 상황에 대해선 양사가 다각도로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