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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지각변동①] 뭉친 티빙과 시즌, 매각설 나온 왓챠

자본력을 앞세운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공세 속에 토종 OTT들은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이들은 출혈경쟁 속에 독자행보를 가속화할지, 다른 OTT사업자와 연합전선을 구축할 지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이 가운데 KT와 CJ ENM으로 인해 OTT 간 각축전은 새 국면을 맞았다. KT와 CJ ENM이 자사 OTT법인을 통합하기로 결정하면서다. 이제 남은 토종OTT는 왓챠와 웨이브. 이들 OTT의 향방을 짚어봤다.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 내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CJ ENM과 KT의 OTT 통합이 그 신호탄을 쏘아올린 데 이어 최근 왓챠 역시 매각설에 휩싸였다. 이를 두고 업계는 이미 예고됐던 수순이라고 보고 있다. 포화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OTT사업자 간 치열한 경쟁이 시작됐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투자은행(IB) 업계에선 왓챠의 매각설이 제기됐다. 왓챠 측은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인 가운데 업계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가 나온 것 같다”고 반박했지만 왓챠가 프리IPO(상장 전 투자유치)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은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왓챠는 앞서 상장 주관사를 선임하고 1000억원 규모의 프리IPO에 나섰다. 하지만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으며 최근 사업구조 개편에 나섰다. 내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고 있으며, 진행 중이던 프로젝트는 모두 중단했다.

프리IPO에 앞서 손익분기점(BEP) 달성이 급선무라는 내부 결정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실제 왓챠는 매각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토종 OTT인 왓챠의 매각설에 “충격적이다”라는 누리꾼 반응이 잇따르는 가운데 업계에선 사실상 예고됐던 수순이라는 입장이다.

그동안 국내 OTT는 매해 적자를 감수하며 어려움을 겪어왔다. OTT 사업은 전형적인 '규모의 경제' 싸움인 가운데 국내 OTT는 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OTT와 비교해 자본력이 크게 뒤떨어졌기 때문이다.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과감한 투자 속에 지난해 웨이브는 558억원, 티빙은 762억원, 왓챠는 248억 원의 영업 손실을 냈다.

전문가들 역시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만큼 자사를 특정할 경쟁력을 갖추지 않으면 도태되는 시점에 왔다고 보고 있다. 한정된 시장을 두고 가입자를 뺏고 빼앗기는 무의미한 ‘제로섬 게임’이 이어지고 상황에서 살아남으려면 기존 가입자를 락인(Lock-in·잠금)시킬 만한 경쟁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CJ ENM과 KT 역시 각사의 OTT 법인인 티빙과 시즌의 합병안에 결의했다. 오는 12월 KT의 OTT 시즌이 CJ ENM OTT 티빙에 흡수되는 형태다.

이로써 티빙은 웨이브를 따돌리고 토종 OTT 가운데 1위 사업자로 우뚝선 것은 물론, 시즌의 가입자와 KT 가입자 모두를 흡수할 수 있게 됐다. 마케팅 툴도 확보했다. 이미 KT는 지난 6월 마이케이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티빙 서비스 혜택 사전 알림 신청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상품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진행한 바 있다.

KT 역시 티빙을 통해 글로벌 시장으로 콘텐츠를 유통할 수 있게 됐다. KT는 올레TV·스카이TV(skyTV) 등 다양한 유통채널을 갖췄지만 글로벌 유통채널은 부재했다. 시즌을 글로벌 유통채널로 키울 수도 있지만, 독자적인 OTT로서의 확고한 입지를 가지고 있지 못한 상황이었다.

티빙과 시즌이 불러일으킨 OTT업계의 지각변동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왓챠가 지속적인 수익모델을 마련하지 못하면 결국 매각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가운데, 웨이브 역시 상황이 여유롭지만은 않다. 왓챠와 달리 뒤에 SK텔레콤과 지상파가 버티곤 있지만 ‘밑빠진 독에 물 붓는’ 식의 투자가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천혜선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시장 규모는 작지만 사업자 수는 굉장히 많다. 또 이들 사업자가 거의 유사한 서비스 형태로 경쟁을 하고 있다”라며 “SVOD 시장에서 강자와 경쟁자 하나 정도를 제외하곤 시장 재편이 이뤄질 것 같다. 비슷한 유형의 서비스 사업자들끼리는 아무래도 매각이 되거나 구조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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