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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쿠팡에 밀린 대형마트, 규제완화 필요하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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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지난달 말 대통령실에서 불쑥 등장한 ‘국민제안 톱10’에 유통업계가 술렁였다. 대형마트 업계 염원이던 ‘의무휴업일 폐지’안이 후보에 들었기 때문. 정부가 국민투표를 통해 상위 3개안을 국정에 반영하겠다고 약속, 의무휴업 폐지안이 줄곧 상위권을 유지하면서 업계 기대감을 심어줬다.

8일간 진행한 국민투표에서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는 약 57만개 ‘좋아요’를 받고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정부는 중복 투표 등 어뷰징이 발생했다는 이유로 국정 반영을 무효화 했다. 이런 결정에 누군가는 김이 빠졌고, 누군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민감한 사안임에도 충분한 논의 없이 ‘톱10’에 포함한 대통령실 무능함은 아무 변화 없이 사회적 갈등만 키웠다.

정부의 섣부른 움직임으로 촉발된 이해관계자 간 갈등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일부 대형마트 노조는 의무휴업 폐지에 앞서 노동자 휴무권을 보장하라고 주장하는 한편, 전통시장 상인들은 다음 주 ‘마트휴업 폐지’ 반대 집단행동을 예고했다. 대형마트 업계는 의무휴업일 폐지를 바라면서도 갈등이 첨예한 만큼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논란만 만들어낸 국민제안 톱10에서 그나마 확인할 수 있었던 건 전통시장을 위협하는 대상이 더이상 대형마트가 아니라고 소비자들이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10여년 전 만들어진 유통산업발전법은 당시 유통시장 상황을 고려한 사회적 합의를 담았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정한 건 전통시장을 최소한으로 보호하기 위한 장치였다.

하지만 현재 전통시장과 대형마트를 포함한 모든 유통기업은 쿠팡 등 온라인에 전부 밀리고 있다. 전통시장에 위협적 존재는 침체기를 걷는 대형마트가 아닌 온라인몰이다. 전통시장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보호막이라는 기능마저 유명무실해진 유통법은 새로운 사회적 합의에 따라 변해야 하는 것이 맞다.

사실 대형마트들이 유통법 개정안에 절실한 이유는 단순히 주말 매출을 더 올리기 위해서가 아니다. 유통업계 판도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기운 현재와 다가올 미래에 대처하기 위함이다. 전용 물류센터가 없는 지역 대형마트는 영업일에만 온라인 배송이 가능하다. 즉 의무휴업일이 껴있는 날엔 온라인 배송도 멈춘다.

이러한 모바일 사용자경험은 불만족을 야기한다. 결국 소비자들은 대형마트 앱을 삭제, 쿠팡 같은 온라인몰로 향하게 된다. 온라인 장보기 시장이 커갈수록 대형마트들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위기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단순히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은 유지냐, 폐지냐 단적인 결론으로 해결할 사안이 아니다. 첨예한 이해관계 속에서 합의점을 찾을 수 있도록 정부가 보다 면밀하게 움직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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