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뉴노멀 시대에 대응하며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신사업 투자를 위한 자금조달이 중요해지면서 주요 성장기업이 속속 기업공개(IPO) 절차에 뛰어들고 있다. 기업가치를 높이면서(高) 적기에 IPO를 진행(GO)하는 게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다. 디지털데일리는 잠재적 성장성이 높은 기업들의 IPO 준비 과정을 집중 살펴본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거시경제 불확실성 속에서 SK스퀘어 보안전문 자회사 SK쉴더스가 상장 예정일 2주를 남겨 놓고 계획을 철회하자, 기업공개(IPO) 시장이 냉각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증시가 불안해지면서 투자심리도 위축되고 있는 만큼, 분위기 반전이 필요하다. 이러한 가운데 토종 앱마켓 ‘원스토어’가 예정대로 상장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며, SK스퀘어 첫 상장 타자로 나섰다.
앱마켓 전세계 최초 상장을 앞둔 원스토어는 9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에서 미디어 간담회를 열고 성장 전략과 상장 후 비전을 제시했다. 이날 이재환 원스토어 대표는 상장을 철회한 SK쉴더스와 달리 국내 유가증권시장(KOSPI) 상장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300조원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플랫폼 사업자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다.
원스토어 주당 공모 희망가는 3만4300원~4만1700원으로 상장 후 기업가치는 상단 기준 약 1조1111억원이다. IPO를 통해 총 666만주를 공모할 예정이다.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은 9일부터 10일까지, 일반인 청약은 12~13일 진행된다. 상장예정일은 오는 23일이다. NH투자증권, KB증권, SK증권이 공동 주관사를 맡았다. 하나금융투자와 대신증권은 인수회사로 참여한다.
원스토어는 애플 11.6%를 넘은 13.8% 시장점유율을 차지한 국내 2대 앱마켓 사업자다. 최대주주인 SK스퀘어는 47.49% 지분을 확보했고 네이버 24.97% SKS키움파이오니어 8.83% KT 2.95% 마이크로소프트 1.27% LG유플러스 0.70% 도이치텔레콤 산하 투자전문 자회사 DTCP 0.62% 등으로 구성된다.
◆어려울수록 옥석 가려지는 법 “원스토어는 옥”=이날 이재환 대표는 “(거시경제 불확실에 따른 비우호적 증시 상황에 대한) 우려가 있을 것이다. 시장 상황은 원스토어와 SK쉴더스나 같다”며 “경제상황, 금융시장이 어려울 때 옥석이 가려진다고 생각한다. 상장 철회 계획도 없고, 원스토어는 늘 옥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같은 (SK스퀘어) 계열사가 상장 철회한 점은 유감스럽고 안타깝지만, 원스토어는 다른 업종이며 성장 가능성이 크다”며 “어려운 상황이지만 상장을 쭉 밀고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원스토어는 비교대상 그룹으로 구글과 애플을 선정했다가 증권신고서를 정정 제출하며 텐센트, 네이버, 카카오, 넥슨으로 변경했다. 올해 예상 매출액 2815억원 적용 기준 주가매출비율(PSR)은 3.2~3.9배로, 비교대상 그룹인 텐센트, 네이버, 카카오, 넥슨 지난해 기준 평균 PSR 7.3배 대비 46.6~56.2% 할인된 수준이다. 이미 상당한 할인율이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김상돈 원스토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MS)가 들어왔을 때도 밴드 안에 들어간 4만원대 가격이었다”며 “고평가 논란은 앱마켓이라는 사업적 유니크에서 발생했으며, 적정한 비교그룹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왜 지금일까? “빅테크사 규제 흐름은 원스토어에 기회”=원스토어가 지금 상장을 고수하는 이유는 있다. 현재 미국과 유럽 등에서 나타나는 반독점 규제 칼날은 모바일 게임‧앱 유통시장 과점구조를 무너뜨리기에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애플 앱스토어에서도 제3자 마켓을 허용하라는 내용을 포함한 법안을 논의 중이다.
지난 1월 이용자수 5000만명 초과 앱마켓 사업자 인앱결제(앱 내 결제) 강제를 금지한 ‘오픈 앱마켓 법안’이 미국 상원 법사위를 통과했다. 유럽연합(EU)은 이르면 오는 10월 ‘디지털시장법(DMA)’를 시행할 전망이다. 구글·애플 등을 규제 대상인 게이트키퍼로 삼고, 특정 결제 서비스 강제 등을 막는 등 디지털시장을 독과점할 수 없도록 의무조항을 부과한다.
김상돈 CFO는 “재무적인 관점에서 공모 상황도 중요하지만, 사업적 기회가 더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공모를 통한 자금을 활용해야 하는 적정 타이밍이다. 내년이나 내후년으로 상장을 미룬다면, 글로벌 및 추가 성장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원스토어는 미국과 유럽에서 연내 이 법안이 통과되면, iOS 시장 문이 열리는 즉시 사업을 전개할 수 있는 준비를 갖췄다. 유럽 의회 및 이사회가 지난 3월 디지털시장법(DMA)에 합의하며, iOS 단말 대상 제3자 앱스토어 사업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와 관련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외부에서 앱을 내려받으면 아이폰 보안이 파괴될 수 있다며 비판하는 상황이다.
이 대표는 “애플 CEO까지 나서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개방의 압력이 강하다는 것”이라며 “연말 또는 내년 초 정도에 시장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다. 애플이 만약 써드파티 앱마켓을 특정하기 위해 규모, 역량, 과거 경험 등을 내걸더라도 원스토어는 그 중에서도 넘버원(NO.1)”이라고 자신했다.
◆코스피 입성에 ‘흑자전환’까지…대형 게임사 입점 가속화=원스토어는 수익성 개선에도 힘쓸 예정이다. 원스토어는 선제적 투자로 인해 지난해 적자전환했으나, 올해 실적 턴어라운드를 기대했다. 올해 영업이익 50억원 이상 올리겠다는 복안이다. 올해 게임사업은 20% 사업이익률을 달성하고, 스토리 콘텐츠 사업은 흑자전환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2025년 이후에는 영업이익 마진률 10% 이상 목표로 움직이고 있다.
원스토어는 구글과 애플로 양분된 전세계 앱마켓 시장에서 유의미한 성장세를 내놓고 있는 유일한 곳이다. 원스토어는 2018년 3분기부터 지난해말까지 14분기 연속 성장하며, 지난해 1조1319억원 거래액을 기록했다. 동기간 거래액 규모는 2배 이상 커졌다. 지난해 매출액은 2142억원으로 창사 6년만에 2000억원대를 돌파했다. 이는 원스토어 수수료 상생 정책에서 기인했다. 원스토어는 2018년 7월 업계 처음으로 앱마켓 수수료를 30%에서 20%로 낮추고, 자체 결제를 허용하며 수수료를 5%로 책정한 파격적 상생 정책 시행을 채택해 왔다.
이와 관련 이 대표는 “애플, 구글, 중국시장을 제외한 연간 2조원 시장 50% 이상을 원스토어가 점유한다”며 “원스토어 2018년~2021년 연평균 성장률은 31.3%로 같은 기간 국내 앱마켓사 성장률 19.2%보다 크다. 향후 게임사업 이익 증대와 스토리 사업 수익성 개선으로 전사 사업이익도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스토어 앱마켓에서 중요한 성장 동력은 게임이다. 원스토어 모바일 게임‧앱 유통사업 월 거래액은 900억원으로 국내 2위 규모다. 거래액 기준 안드로이드 톱(TOP)50 게임 중 원스토어 입점된 게임 수는 2018년 12개에서 지난해 24개로 늘었다. 지난해 톱50 게임 거래액은 4400억원으로 확대됐다. 게임 기준, 구매자 1인당 평균 결제액(ARPPU)은 32만원 이상 잠재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다음달 3일 출시 예정인 블리자드 ‘디아블로 이모탈’을 비롯해 신규 대작 게임들이 원스토어에 입점할 예정이다. 대만에서 인기를 끈 ‘헌터W’는 사전예약을 들어갔다. 개발사와 협의를 통해 하반기에도 기대작들이 나올 방침이다. 원스토어는 리니지를 개발한 엔씨소프트 게임 입점도 시사했다. 플레이투언(P2E) 트렌드도 수용할 방침이다.
이 대표는 “곧 출시하는 게임 2개가 탑5에 들어갈 수도 있다. 하반기에는 리니지를 만든 회사(엔씨소프트) 게임도 원스토어에 나올 계획”이라며 “(해외사업) P2E의 경우, 모회사 SK스퀘어가 관련 사업을 진행 중이다. 손발을 맞춰 해야 할 일들이 많이 있다”고 부연했다.
◆원스토어, 글로벌 진출 드라이브=원스토어는 ‘글로벌 멀티 운영체제(OS) 콘텐츠 플랫폼’을 목표로 삼았다. 원스토어는 마이크로소프트(MS), 텐센트 등 글로벌 IT기업과의 협업해 모바일 한계를 넘어 PC, 콘솔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사업영역 확장을 추진한다. 텐센트와 함께 선보인 크로스게임 플랫폼 ‘원게임루프’는 지난해 9월 베타 서비스 시작 후 현재까지 약 7개월만에 170억원 이상 매출을 달성했다. 여기에 더해 원스토어는 애플 iOS 시장으로 진입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또, 원스토어는 광고 사업에 진출해 신규 수익원을 확보한다. 국내외 유수 애드테크 기업과 구축한 광고 플랫폼 기반으로 올해 2분기 보상형 광고를 선보이고, 3분기 광고주가 직접 광고를 집행할 수 있는 ‘원스토터 광고센터’도 문을 연다. 원스토어는 광고를 보는 고객에게 원스토어 포인트를 지급한다. 게임과 앱 개발사가 광고 수익은 물론 추가 결제 수익까지 올릴 수 있다는 구상이다.
원스토어는 동남아, 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 드라이브를 건다. 올해 하반기에 대만과 동남아 6개 나라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후 유럽과 북미로 시장을 확장한다. 원스토어는 글로벌 원스토어 서비스 출시를 위한 플랫폼 구축을 완료했고, 시장별 차별화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원스토어는 글로벌 시장에서 지명도가 높은 게임과 K콘텐츠를 앞세워 인지도를 높이고 고객 확보에 나선다.
이 대표는 “국내 한 번 출시한 게임은 별도 개발 없이도 해외시장에 원클릭으로 출시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고, 타깃 시장별로 맞는 장르 게임을 선별해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라며 “동남아 지역에서는 현지 특화 결제 수단을 최대한 수용하고, 유럽시장에서는 현지 통신사를 규합한 유럽 원스토어를 만드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독일 통신사 3개사와 같이 사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