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게임

웹젠이 쏘아올린 ‘파업’, 속사정 알고 보니…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중견 게임사 웹젠 노조인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웹젠지회(이하 웹젠지회)가 임금 협상 결렬을 이유로 파업을 결정한 가운데, 같은 화섬 IT위원회 소속 노조와도 연대로 나아갈 지에 대한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13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쟁의권을 확보한 웹젠은 네이버, 카카오, 넥슨, 스마일게이트, 한글과컴퓨터, 포스코ICT 등이 속한 화섬 IT위원회와 지난 12일 ‘향후 진행 방향’에 대해 상의했다.

웹젠지회는 “조합원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며 “지난 12일 회사에 다시 한 번 대화를 촉구했으며 답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웹젠, 무슨 일이 일어난걸까=웹젠이 파업 카드를 꺼내든 이유의 시작은 지난해 3월8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김태영 웹젠 대표가 직원 평균 연봉을 2000만원 가량 상향한다고 사내 고지했다. 기본급, 인센티브 및 특별 성과급이 포함됐다.

당시 김태영 대표는 “올해 예년 대비 연봉의 전사 인상 재원을 크게 상향하고 개별 상승률은 다소 차이를 두기로 했다”며 “개별 상승률은 개인의 직무, 역량, 성과, 기여도 등을 고려해 책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직원들은 반발하고 일어섰다. 실제로 2000만원 수준으로 급여가 인상된 이는 저연차 사이에서 없었기 때문이다. 급여 인상폭이 직원별로 크게 다르기도 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내 회사 연봉 집계 데이터에 따르면, 웹젠 전체 부문 초봉은 2000만원대 후반에서 시작한다. 웹젠지회가 자체적으로 설문으로 조사한 중위연봉은 4739만원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웹젠 사업보고서에서 밝혀진 직원 평균 연봉은 7100만원이다. 등기이사 3명의 지난해 평균보수액은 2억6800만원이다. 최근 네이버에서도 미등기 임원 119명의 평균 급여(4억630만원)가 일반 직원의 3배가 넘어 내부 비판 목소리가 높았다. 김남선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내부망을 통해 이에 대해 해명하기도 했다.

어찌됐든 웹젠엔 결과적으로 ‘일괄 인상’이 아닌 적은 급여 인상폭을 기록한 직원이 많았고, 이 같은 상황에 직원들의 여러 불만까지 쌓이면서 노조 설립 동력이 구축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렇게 노조는 지난해 4월5일 출범했다. 한 해가 지나갈 무렵, 노조는 사측과 임금 교섭을 가졌다. 웹젠지회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지방노동위원회 2차 조정에서 김 대표는 노조가 쟁의권을 가져가더라도 ‘평균 10% 인상’이라고 최종 결론내렸다.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웹젠지회는 지난 5일 대규모 집회 이후 대표와 직접대화를 요구했으나 사측은 “추가 제안이 없다”며 대응하지 않았다.

이에 웹젠지회는 법적인 절차에 따라 쟁의권 찬반 투표를 실시했다. 조합원 중 92.78%가 투표에 참여했다. 참여인원 중 3분의 2 이상(미투표자 포함)이 찬성표를 던져 쟁의권 찬반투표가 가결됐다. 웹젠 파업은 결의됐지만, 시행 시기는 아직 미정인 상태다. 쟁의행위에 앞서 노조는 김 대표와 직접 대화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웹젠위드
사진=웹젠위드
◆정보기술(IT)·게임업계까지 ‘파업’ 강풍 불까=
웹젠지회는 지난 12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위치한 웹젠 대회의실에서 웹젠 노조의 향후 쟁의행위 진행방향을 공동 논의했다.

이날 네이버, 카카오, 넥슨, 스마일게이트, 한글과컴퓨터, 포스코ICT 등 노조가 한 자리에 모여 IT·게임업계 근로자 처우와 관련해 이야기를 나눴다. 웹젠 파업 결정 및 시행 시점이 명확해질 경우 업계 전반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피해갈 수 없는 사실 중 하나는, 웹젠지회가 쟁의 행위에 돌입할 경우 게임업계 ‘최초 사례’라는 점이다. 주변 IT업계 노조에도 해당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논란이 IT·게임업계 임직원 간 임금갈등 불씨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웹젠은 웹젠지회의 대화 요청을 받은 뒤 이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은 “회사는 노조 협상테이블로 돌아와 대화를 통해 해결책을 마련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웹젠은 지난 2020년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 연결기준 지난해 매출 2940억원, 영업이익 1082억원을 기록한 중견 게임사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전년 대비 각각 67%, 109% 증가하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냈다. 그러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각각 3.17%, 4.86% 줄어든 2847억원, 1029억원으로 집계됐다.
디지털데일리 네이버 메인추가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