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통령 선거가 오는 3월9일 열린다. 이에 앞서 주요 대선후보들 모두 대한민국의 비전을 담은 공약들을 하나 둘 발표하고 있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그 중에서도 우리나라의 미래 기반이 될 정보기술(IT) 산업에 대한 공약이다. 각 후보들이 내세우는 IT 분야 공약들은 천차만별로 갈라지고 있다. 이 가운데서는 다소 현실성이 부족해보이는 공약들도, 후보들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논란의 공약들도 있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IT로 바라보는 대선’이라는 의미를 담아 [IT’s대선] 기획을 선보인다. 각 후보들의 주요 IT 공약을 면밀히 분석하고, 총 여섯 가지의 소주제 속에서 산업별 화두를 제시한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강소현기자]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지원에 대한 대선 후보들의 관심이 뜨겁다. 국내외 콘텐츠 시장이 OTT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어서다. 후보들은 토종 OTT를 통해 K-콘텐츠의 글로벌 영향력을 키우겠다는 전략을 공통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대선 후보들이 마련한 OTT 지원책을 두고 ‘재탕 공약’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정부가 2020년 발표한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방안’의 내용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정책과제는 부처 간 관할권 다툼으로 해결되지 못하고 차기 정부로 넘어갔다. 그런데 이를 마치 새것처럼 포장해 내놓은 지원책에 의문부호가 달린다.
◆토종 OTT 구제 나선 대선후보들…지원책은 ‘부실’
토종 OTT는 좁은 시장을 두고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들과 격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9월 기준 넷플릭스의 국내 OTT 시장점유율은 47%로, 전년동기대비 5%포인트 늘었다. 넷플릭스는 한국 상륙 이래 꾸준히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다.
반면 토종 OTT의 점유율은 답보 상태다. 같은기간 웨이브는 2%포인트 떨어진 19%, 티빙은 2%포인트 오른 14%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시즌의 점유율은 8%로 전년동기대비 2%포인트 떨어졌다. 이런 추세라면 10년 이내 해외 OTT에 속절없이 안방을 내줄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OTT 경쟁력의 차이는 통상 자본력에서 비롯된다. 콘텐츠를 제작하는데 평균 수백억원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월 구독료로 수익을 내는 OTT사업의 특성상 100억원대 콘텐츠를 제작하려면 최소 100만명의 유료 가입자가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2억명 이상의 가입자를 가진 넷플릭스와의 경쟁에서 불과 수백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토종 OTT가 밀릴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이에 대선 후보들은 간접적으로 OTT를 지원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들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먼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지난 2월22일 발표한 대선 정책공약집을 통해 국내 OTT 콘텐츠 활성화를 위한 지원 강화를 약속했다. ▲OTT 콘텐츠 제작을 위한 정책자금 지원 확대 및 오리지널 OTT 콘텐츠 제작 펀드 조성·운용 ▲OTT 콘텐츠 제작 투자에 대한 세제지원 검토 ▲K-OTT 콘텐츠의 글로벌 시장 진출 강화를 위한 국내 OTT 플랫폼 활성화 정책 추진이 그 내용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역시 지난 2월18일 문화예술 관련 7가지 공약을 발표한 가운데 OTT 생태계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중소 콘텐츠 사업자들의 해외 현지 제작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양 후보의 OTT 지원 공약은 크게 눈길을 끌지 못했다. 현 정권에 미디어 정책과제를 그대로 옮겨놓은 모양새였기 때문이다. 앞서 정부는 2020년 6월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방안’을 마련하고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활성화 ▲OTT 특화 기술 개발 ▲제작 시설 설비 지원 ▲해외 진출 지원 ▲지속발전 기반 마련 등을 약속한 바 있다.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수석 전문위원은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방안’과 공약의 차이에 대해 “2020년 디지털미디어생태계 발전방안은 선언만 한 채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며 "이번 새 정부에서 정부조직개편과 함께 핵심 국정과제로 반드시 이행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상콘텐츠 제작비용에 대한) 현행 세액공제율을 대기업 3%·중견기업 7%·중소기업 10%에서 확대하고 콘텐츠 펀드 투자에 대해서도 세액공제를 도입한다. 나아가 OTT 콘텐츠 제작 투자에 대해서도 세제 지원을 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작비에 대한 세제지원 내용 역시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방안’의 후속조치로 마련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담긴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새로운 공약이라 보기 어렵다.
관련 업계 전문가는 “대선 후보가 공약으로 제시하면 이를 인수위원회에서 국정과제 만들고 추진방안 만드는 절차를 반복해야 한다”며 “그렇게 되면 OTT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은 또 몇 달 이상 혹은 1년 가까이 늦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부처 다툼에 발목잡힌 지원책…공약은 이 사실을 놓쳤다
공약의 실효성도 함께 지적된다. 그동안의 OTT 지원 방안들이 부처 간 관할권 다툼에 발목이 잡히면서 통과되지 못했던 가운데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방안'을 그대로 답습한 공약들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현재 OTT 정책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방송통신위원회·문화체육관광위원회 등 세 부처가 담당하고 있다. 앞서 세 부처는 모두 OTT의 컨트롤타워를 자처하며 부처 영역으로 편입시키고자 신경전을 벌여왔다.
이 후보가 공약으로 내세운 제작비 세액공제 역시 부처 간 이견으로 정권 내 통과되지 못한 과제 중 하나였다.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세액공제를 하긴 위해선 사업자가 특정돼야 하는데, OTT사업자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에 대해 부처 간 합의를 보지 못하면서다. 과기정통부는 OTT를 특수한 유형의 부가통신사업자로, 방통위는 시청각미디어서비스로 정의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OTT 성장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 정권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선 현재 OTT업계가 처한 상황을 면밀히 분석하고 세부 이행 계획을 공약으로 세워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OTT업계 전문가는 "사실상 현재의 OTT 지원방안 통과는 한 개 부처가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두 개 이상의 부처가 나서 조율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세액공제가 목표인거지, 사업자 정의가 중요한 게 아니다. 부처의 이해관계로 OTT업계의 골든타임을 놓쳐선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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