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융합 시대를 맞은 미디어 시장에는 흔히 말하는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보다, ‘다른 서비스 다른 규제’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
임종수 세종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26일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주최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미디어 지형과 합리적 규제체계 마련방안 토론회’에서 “OTT 규제 방향과 대상이 무엇인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발제를 맡은 임종수 교수는 “미디어 시장이 디지털 전환 이후 세분화되면서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 원칙을 적용하는 것이 어려워졌다”며 “OTT는 표현 그리고 창작의 자유 관점에서 세부 규제 내용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유튜브나 아프리카TV처럼 개인 크리에이터들이 참여해 표현의 자유가 발현되는 시장과, 기존 방송과 영화 콘텐츠가 주류인 창작의 자유가 중심인 시장을 구분해, 맞춤형 규제체계를 정립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른바 ‘다른 서비스 다른 규제’다.
임 교수는 “OTT를 기존 방송모델이라는 프레임으로 재단하는 것이 합당한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만약 과거 라디오나 TV의 출현을 그저 ‘무선전화’로만 인식했다면 대단히 이상했을 것”이라며 “스트리밍 시대에 돌입한 지금은 네트워크-플랫폼-콘텐츠로 구분하는 명확한 시장 획정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선 국산 OTT 플랫폼이 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 등과 같은 글로벌 미디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진흥 중심의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주를 이뤘다.
성동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소비자들이 해외 OTT 플랫폼에 가입해서 시청하는 이유가 역설적으로 국내 콘텐츠를 보기 위함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국내 레거시 미디어는 종말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전문위원은 “OTT는 타 방송 서비스와 다르게 공적인 영역에서 수용된 것이 아니라, 시장에서 자연 발생한 것”이라면서 “그런데 그것을 공적인 영역으로서 방송 규제를 채택하려다 보니 충돌이 생기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선지원 광운대학교 법학부 교수는 미디어 시장에서의 자율규제 정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선 교수는 “자율규제 실현을 위해선 관계자의 참여와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이 바탕이 되는 거버넌스 실현이 선행돼야 한다”면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정책협의회 형태의 조직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내 OTT 산업 활성화를 위한 법제화가 오히려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은 “국내 OTT 플랫폼에 대한 역차별 문제를 해소하고, 또 국내 OTT 활성화를 위해 예산을 지원하려면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면서 “최소한의 규제 내용들은 들어가야 한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