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공정거래위원회‧방송통신위원회 등 정부와 국회에서 플랫폼을 규제하기 위해 저울질을 하는 가운데, 오히려 역차별은 심화되고 정부 신뢰도는 저하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손지윤 네이버 정책전략총괄 이사는 23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주최 디지털플랫폼 정책포럼 2021년 최종보고회‧토론회를 통해 플랫폼 사전규제 문제점을 공유했다.
과거에도 플랫폼 기업을 향한 정부 규제가 이뤄졌지만, 산업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채 역차별만 심화시켜 사실상 구글과 같은 해외 플랫폼 사업자 배 불리는 데 일조했다는 것이다. 해외 사업자는 글로벌정책을 적용해야 해 한국 규제를 따르는 데 한계가 있거나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이에 정부 당국 집행력에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손지윤 이사는 “2011년 구글 선탑재 이슈와 관련해 인터넷 기업들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제소했고, 2년 후 무혐의 결론을 냈다”며 “구글이 유럽연합(EU) 제소를 받았을 때 자기 방어 논리로, 한국 공정위 무혐의 판결을 가지고 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구글 국내 검색 점유율이 올라간 계기에 공정위 무혐의 결론이 상당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2013년에는 미래창조과학부(현 과기정통부)가 검색광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바 있다. 광고영역에 음영을 넣고 광고 문구를 표시해야 하는 내용이다.
이와 관련 손 이사는 “네이버는 해당 규제 가이드라인을 자율규제로 지키고 있지만, 비슷한 검색사업을 하는 구글 등은 준수하지 않고 있다”며 “그래서 구글 등은 광고 영역에서 더 많은 실험을 하고 있으며, 이용자뿐 아니라 수많은 창작자가 글로벌 사업자로 이동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최근엔 ‘N번방 방지법’이 시행됐지만, 정작 이 문제를 일으킨 해외 메신저 ‘텔레그램’은 빠지면서 실효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법 제정 당시 사업자는 관련해 의견을 냈으나, 반영되지 않았다. 이러한 가운데, 정부는 온라인플랫폼 규제 관련 법안(온플법) 등을 추진하는 상황이다. 이 또한 플랫폼 시장에 대한 심도 깊은 조사와 사업자 의견 청취가 배제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손 이사는 “정부는 플랫폼을 규제하더라도 역차별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그간 쌓여왔던 역사를 봤을 때 어떠한 현상으로 사업자에게 다가오는지 한 번 봐주길 바란다”며 “정부가 사업자 이야기를 들어줄 의지가 없는지, 목적을 정하고 일하고 있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신뢰가 굉장히 많이 무너져 있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기존에는 정부가 사업자에 사회 인프라 등을 이용해 사업할 수 있도록 허가하고, 사회적 책무를 부여하는 방식을 채택해 왔다. 대표적으로 국가 자원인 주파수를 할당해 쓰는 통신사를 떠올릴 수 있다. 하지만, 현재 플랫폼 기업은 정부가 설계한 산업이 아닐뿐더러 국가로부터 부여받은 책무도 없다. 규모에 제한도 없고, 많은 국내외 사업자들이 자유롭게 뛰어들 수 있었던 배경이다. 산업 환경이 변했음에도, 전통 산업을 대하는 방식으로 플랫폼에 규제 잣대를 들이밀고 있다는 것이다.
손 이사는 “규제 받을 정도로 성장하면, 규제 목적이 되는 것 아니냐”라며 “정부가 선한 의도를 가지고 있는 정책도 현장에서는 그렇게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신뢰부터 회복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날 손 이사는 산‧학‧연 공동 연구조사와 함께 플랫폼 기업과 공식적인 대화 창구 마련을 요청했다. 정부와 플랫폼 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조치다.
손 이사는 “정부, 기업, 학계 모두 공유하고 활용할 수 있는 조직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설치에 대한 법률 근거가 있어야 지속 가능한 만큼, 예산과 전문 인력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투입할 것인 지 논의하면 좋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