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안나 임재현 기자] 25일 오전 11시 KT 유·무선 인터넷 서비스에서 1시간가량 장애가 발생했다. 점심 피크시간을 노리던 자영업자와 배달기사들은 몰려오는 주문을 받지 못하고 오류 난 스마트폰과 포스기만 바라보고 있어야 했다.
이날 점심 영업을 앞둔 상황에서 소상공인들은 어느 회사 통신망을 사용하는지에 따라 피해 유무가 극명하게 갈렸다. SK텔레콤·LG유플러스 망을 사용하는 자영업자는 전국적 ‘먹통’ 상황인지 인지하지도 못한 반면, KT망을 사용하던 자영업·편의점들은 식당을 찾은 고객을 그냥 돌려보내 매출 감소를 걱정해야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서울 마포구 카페 운영업체 사장 A씨는 “SK텔레콤 망을 사용해서 불편이 없어, KT가 먹통이 됐는지도 몰랐다”고 전했다. 근처 식당을 운영하는 B씨는 “먹통이 된 것은 알았지만, 별도 단말기가 있어 다행히 잘 넘어갔다”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반면, 홍대입구역 근처 고깃집을 운영 중인 C씨는 “KT전화망을 써서 포스기뿐 아니라 전화·무선인터넷 등 모두 불편을 겪었다”며 “현금을 갖고 다니는 사람이 없다보니 손님들에게 일일이 설명하고 납득시키는 데 큰 수고가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현 화재때도 비슷한 시간대 불편을 겪었지만 피크 시간 때가 아니었던걸로 기억해서 체감상 이번 피해가 더 크다”며 “손님들이 많이 돌아갔다. 매출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씁쓸해했다.
근처 편의점을 운영하는 D씨도 “오피스가에 위치해 점심시간 매출이 가장 높은데 오류로 인해 제대로 영업하지 못했다”며 “본사와 통화가 되지 않아 화가 날 정도 였고 원인을 뉴스를 보고 알았다”고 답답해했다.
배달 접수를 하고 소비자에게 이를 전달하기까진 모든 과정이 유무선 인터넷망을 통해 이뤄진다. 특히 자영업자들이 상점에서 이용하고 있는 포스기가 ‘먹통’이 되면서 이와 관련한 모든 업무가 마비됐다. 작게는 주문 관리부터 배달 요청 승인도 하지 못한 꼴이다. KT 무선랜(Wi-Fi, 와이파이)을 사용하는 상점에선 코로나19 QR코드 전자출입명부 확인도 진행하지 못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배달대행업체 관계자는 “오전 11시20분부터 12시까지 짧은 시간 오류가 났는데 시간이 생명인 배달 라이더들은 3건이나 배달할 수 있는 시간”이라며 “다른 통신사를 사용하는 라이더 스마트폰 등을 통해 오류 관련 문의들이 대거 몰려왔다”고 전했다.
배달의민족이나 바로고 등 배달앱·배달대행 업체들은 실시간으로 자영업자 및 라이더에게 안내사항을 알리진 않았다는 설명이다. 초기 시스템이 오류가 난 사항을 파악하던 중 자체 서버 장애가 아닌 외부 통신망에 의한 오류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금세 정상화됐기 때문이다.
점심 대목을 놓친 자영업자·배달기사에 보상이 이뤄질 지는 미지수다. 배달업계 관계자는 “자체 서버 장애가 아니고 외부 통신망에 의해 이뤄진 것이라 현재는 정확한 피해 사례나 구체적 장애 상황들을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아현동에서 불났을 때도 통신요금 정도만 보상하고 2차 피해에 대해선 통신사들이 보상을 안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날 사례가 선례가 될 것 같아 온전히 보상을 해주진 않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KT는 이날 오후 2시29분경 “사고 원인을 초기에는 트래픽 과부하가 발생해 디도스로 추정했으나, 면밀히 확인한 결과 라우팅(네트워크 경로 설정) 오류를 원인으로 파악했다”며 “정부와 함께 더욱 구체적인 사안을 조사하고, 파악되는 대로 추가설명을 하겠다”라고 공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