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카카오가 각종 갈등과 논란의 중심에 섰다. 문어발식 사업확장으로 동네상권을 침탈한다는 비판부터 외화벌이 대신 골목대장 노릇만 하고 있다는 핀잔까지, ‘국민메신저’ 카카오를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씩 달라지는 분위기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것은 카카오의 ‘리더십 부재’다. 수많은 계열사간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할 창업자 김범수 의장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각 계열사들에 전권을 위임하는 김 의장 특유의 ‘방생형’ 조직 전략이 결국 부작용을 낳았다는 분석이다.
9일 카카오의 올해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카카오 계열사는 해외 법인을 포함해 158개사에 이른다. 지난 2016년 70개사에서 5년 만에 2배 이상 늘었고, 카카오가 다음과 합병한 2014년(36개사)과 비교하면 4배 넘게 불어난 수치다. 이 같은 덩치에 힘입어 카카오 공동체는 시가총액 기준 100조원을 넘기기도 했다.
하지만 몸집이 커진 만큼 잡음도 늘었다. 특히 서비스 초반엔 무료로 이용자를 끌어모아 시장을 장악한 뒤 수익화를 추진하는 카카오식 전략이 누적되면서 이용자들의 반발은 물론 진출한 업계와의 갈등이 잦아지고 있다. 더욱이 카카오가 발을 걸친 시장은 택시호출과 대리운전, 스크린골프 등 골목상권이라는 점도 비판을 키웠다.
대표적인 게 카카오모빌리티다. 택시업계와 잦은 마찰을 빚고 있는 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이용자들을 대상으로도 스마트호출 요금을 최대 5000원까지 인상하겠다고 나섰다. 결국 극심한 반발에 부딪혀 철회하긴 했지만, 택시호출 시장 점유율이 80%에 이르는 카카오가 본격적으로 시장 지위를 남용하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이번 요금 인상 정책은 카카오모빌리티가 독자적으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재 성격이 강한 택시 시장에서 이처럼 사회적 파장이 큰 의사결정을 내리면서도 본사와의 소통이 없었던 것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최근 기업공개(IPO) 압박에 무리한 수익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의 상장 추진 과정 역시 불협화음이었다. 대기업 계열사들은 상장을 추진할 때 계열사끼리 최소 6개월 정도는 간격을 두는 것이 일반적이다. 두 회사는 그러나 일주일 차이로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고 결국 카카오페이가 일정을 늦추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계열사간 사전 조율이 없었단 뜻이다.
실제 카카오는 각 계열사가 철저히 독립경영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권한과 함께 책임을 지겠다는 전략이지만, 오히려 카카오모빌리티의 사례와 같이 책임지지 못할 의사결정을 낳기도 한다. 뚜렷한 컨트롤타워 없이 계열사들이 각자도생으로 움직이는 탓에 제대로 된 시너지를 기대하기도 어렵다는 평가다.
익명을 요구한 카카오의 내부 관계자는 “김 의장이 계열사를 ‘공동체’라고 부르고 있지만, 사실은 ‘카카오’라는 이름만 공유하고 실제로는 다른 회사로 굴러간다고 보는 게 맞다”며 “실제로 계열사들끼리는 조직문화도 다르고 회사에서 제공하는 복지도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구성원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많다”고 전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카카오가 공격적인 인수합병(M&A)으로 늘린 계열사들에 창업자인 김범수 의장의 리더십이 미치지 않는 상황”이라며 “김 의장은 동기부여를 위해 각 계열사들에 권한을 위임하는 스타일인데, 최근 상황을 보면 모든 리더십은 양날의 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진단했다.
위 교수는 “김 의장은 초기 창업 정신으로 돌아가 자신의 가치관과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각 계열사들에 공유하고 조직을 재정비할 때라고 본다”며 “또 현재 카카오를 둘러싼 대부분의 마찰이 중소사업자와 갈등이기 때문에, 이러한 분쟁을 일으킬 만한 M&A는 자제하고 자신들의 진정성을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