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카카오에게 금융시장은 한차원 높은 곳으로 비상하기위한 화룡점정의 의미를 갖는다. 거대 빅테크 기업 완성의 마지막 퍼즐이 금융이다. 하지만 카카오는 결정적인 순간에 역풍을 맞이 하고 있는 형국이다.
빠른 속도로 몸집을 키워왔던 플랫폼 금융 비즈니스에 대해 금융당국이 칼을 뽑아 들었다. 물론 카카오 뿐만 아니라 국내 거대 빅테크, 핀테크 등 플랫폼 비즈니스 사업자들도 동시에 긴장해야할 사안이다.
앞서 금융권에서는 지난해말부터, 빅테크 사업자에 대한 지나친 수혜를 지적하는 ‘기울어진 운동장’ 비판론이 나왔다.
이에 금융 당국은 올해 2월, 금융업무 계획에서 이같은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기를 올해 주요 금융정책 과제로 선정한 바 있다. 이에따라 금융당국은 기존 전통적인 금융회사들에 대한 제도적 규제완화에 나서면서도 반면 기존 대형 빅테크 기업에는 더 이상의 혜택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균형을 맞추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이같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큰 흐름에서 금융 당국의 빅테크에 대한 제동을 해석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7일 ‘제5차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상황 점검반 회의’를 열고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에 대한 법 적용 검토 결과 빅테크 및 핀테크 업체가 소비자에게 금융상품을 소개하는 영업 행위를 ‘광고’가 아니라 ‘중개’로 봐야 한다고 해석했다.
휴대폰 앱 등 플랫폼을 통해 ‘나에게 맞는 최적의 카드’, ‘보험료 비교를 통한 맞춤 보험’ 등 그동안 광고 형태로 금융 상품을 소개하고 비즈니스로 연결 하던 기업들은 이러한 활동이 ‘광고’가 ‘중개’로 해석 받으면서 금소법에 따라 금융당국에 등록하고 금융사에 준하는 규제를 받아야 한다.
당장 카카오페이 등 빅테크 업체들은 반박에 나섰다. 앞서 8일, 카카오페이는 현재 자체적으로 또는 자회사를 통해 필요한 라이선스를 획득하는 등 제도적 요건을 준수하며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만큼 소비자보호 관점에서 추가로 보완할 부분이 있을지 적극 검토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투자, 보험, 대출 등 각 서비스에 대해선 각 금융업에 대한 라이선스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전개한 만큼 큰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이번 금융위가 발표한 내용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서비스가 없는 만큼 한발 물러서 있다. 토스, 핀크, 뱅크샐러드, 보맵 등 핀테크 업체들의 경우 9일 예정된 금융당국과 핀테크산업협회, 빅테크·핀테크 기업이 모이는 긴급 간담회를 통해 금융당국의 정책 배경을 듣고 의견을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마이데이터, 오픈뱅킹 등 기존 금융시장을 개방하면서 혁신 금융에 나섰던 금융당국이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이 아닌지 하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빅테크가 제시하는 비교와 추천 등 금융상품 서비스에 대한 ‘큐레이션(curation)’은 양질의 콘텐츠를 최적화된 인공지능, 딥러닝 알고리즘을 통해 맞춤형 고객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는 그들의 무기 중 하나였다. 빅테크 업체는 콘텐츠와 이커머스 분야에서 개인화 큐레이션을 통해 최적의 상품을 제시하고 고객을 확보하는 전략을 구사해왔다.
그리고 이를 금융 시장에 접목해 고객에 최적화된 상품을 추천하고 서비스 가입까지 연결해 플랫폼 사업자와 협력하고 있는 금융사에 수수료를 받음으로서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기도 했다. 카카오뱅크나 토스 모두 자신들의 플랫폼에서 파트너, 즉 기존 금융사들이 수익을 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플랫폼 기업과 금융사가 서로 윈-윈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금융사들은 이들 플랫폼 기업이 제시하는 고객 맞춤형 서비스가 자신들이 알수 없는 알고리즘에 기반해 제공되고 있다는 점을 문제삼기도 했다. 한 보험업체 관계자는 “고객마다 다른 요건을 반영해 최적의 상품을 제시한다고 하지만 그 알고리즘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알 수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금융당국도 빅테크 업체들의 알고리즘에 대한 편향성 논란을 정면으로 공격하기도 했다. 다양한 금융 상품이 상존하는 가운데 고객에 최적화된 금융상품을 추천하더라도 이를 추전하게 된 계기나 데이터에 대한 근거와 알고리즘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빅테크 업체의 자의적 판단이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고객 분석을 통한 알고리즘을 통해 최적의 상품을 제시하는 것은 빅테크 업체들이 장기를 발휘하는 분야였다. 특히 다양한 사업자들의 상품을 큐레이션해 제시함으로서 고객에게는 자신에게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받는 다는 신뢰를 쌓게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금융당국의 규제는 금융시장에서 빅테크 업체들의 장기를 순순히 발휘하지 못하게 하는 족쇄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플랫폼 비즈니스의 금융시장 접목은 현재 진행형이다. IPO를 통해 금융 대장주로 등극한 카카오뱅크도 결국 플랫폼 비즈니스를 금융시장에 선보이고 이를 확장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전과는 다른 금융 서비스를 위해선 빅테크 기반의 플랫폼 비즈니스가 유용하다는 판단 아래서다.
이후 등장할 토스뱅크를 비롯해 빅테크 기업들은 플랫폼 기반의 비즈니스를 중심으로 금융 시장을 공략할 태세다. 고착화되어 있는 금융 시장에서 플랫폼 기반의 서비스로 혁신 서비스 및 소비자 경험을 제고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하지만 이번 금융당국의 제동은 빅테크 및 핀테크 업체들의 플랫폼 비즈니스를 가능하게 만드는 타겟 고객 추출과 맞춤형 서비스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또 향후 중개 서비스에 대한 알고리즘 타당성 및 증명 문제가 제기될 수 도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