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국에서는 팔로알토네트웍스와 같은 글로벌 보안기업이 없을까? 대기업은커녕 기업가치 1조원을 넘는 사이버보안 유니콘기업조차 전무한 실정이다. 전세계적으로 기술 발전과 함께 보안산업은 성장하고 있지만, 아직 한국에선 제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못하고 만년 유망주에 머무르는 국내 보안산업, 더 이상 이대로는 안 된다. <디지털데일리>는 특별기획을 통해 국내 보안산업 현주소를 진단한다.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김보민기자] 글로벌 보안 시장에서 '무서운 속도로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는 대표적인 기업은 팔로알토네트웍스다. 2005년 출범해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이한 팔로알토네트웍스는 고급 위협 탐지에 특화된 차세대방화벽(NGFW)으로 사업을 시작했고, 현재 클라우드·엔드포인트·위협 인텔리전스까지 광범위한 보안을 지원하는 사이버보안 전문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팔로알토네트웍스 성장 비결은 무엇일까. <디지털데일리>와 서면 인터뷰로 만난 사이먼 그린(Simon Green) 팔로알토네트웍스 일본·아시아태평양(JAPAC) 지역 총괄사장은 '통합'의 힘을 강조했다. 고객이 팔로알토네트웍스의 보안 기술을 단일 플랫폼에서 만나볼 수 있도록 솔루션과 서비스를 통합 제공할 뿐만 아니라, 인수·합병(M&A)한 회사와 사업을 통합하는 것 또한 주효했다는 설명이다.
그린 사장은 "팔로알토네트웍스는 20년간 축적된 노하우와 전문성을 바탕으로 사이버보안 업계에 독보적인 위치를 확보하고 있다고 자신한다"며 "설립 초기부터 끊임없이 변화하는 사이버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며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이버 공격이 고도화되면서 통합 보안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는 설명이다. 한국 또한 통합 보안이 필요한 국가 중 하나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지난해 사이버 침해사고 신고 건수는 1800건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2년(1142건)과 2023년(1277건)과 비교했을 때, 크게 증가한 수준이다.
문제는 대다수 공격이 첨단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는 부분이다. KISA에 따르면 지난해 침해사고 종류는 서버해킹, 분산서비스거부(DDoS·이하 디도스) 공격, 랜섬웨어 위협, 악성코드 감염 등 다양했는데 인공지능(AI) 기반 사이버 공격 또한 원인 중 하나로 꼽혔다. AI 기반 사이버 공격은 서버 해킹에 특화된 위협으로 알려졌다.
그린 사장은 "위협 행위자들은 경제 상황과 관계없이 빠르고 깊숙하게 침투하고 있고, 사이버 위협 또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북한발 위협이 고도화되고 있는 한국 내에서 보안의 중요성이 커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금융 및 지정학적 위협을 동시에 내포한 랜섬웨어가 주요한 보안 우려 사항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랜섬웨어 공격이 정교해지고, 치명적인 피해를 야기하고 있는 만큼 기업들은 보안 태세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팔로알토네트웍스는 통합 보안을 통해 조직이 위협에 대한 가시성을 높이고, 공격을 사전에 막고 침투에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 교과서라고 보고 있다. 그 일환으로 기계학습(ML), 심층학습(DL), 생성형 AI를 실시간 애플리케이션에 통합한 프리시전 AI를 선보였다. 프리시전 AI는 팔로알토네트웍스의 보안 플랫폼인 스트라타(Strata), 프리즈마(Prisma), 코어텍스(Cortex)에 통합 운영되고 있다.
팔로알토네트웍스가 통합 플랫폼 전략에 성공 사례를 만들 수 있었던 이유는 지난 20년간의 노하우에 있다. 총 19개 기업과 인수·합병(M&A) 결단을 내리며, 각 솔루션과 서비스 및 기술을 융합했던 작업이 성장에 가속을 붙였다.
그린 사장은 "대표적인 사례로 2023년 보안 웹 브라우저 기업 탈론 사이버 시큐리티 인수가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프리즈마 액세스 브라우저(Prisma Access Browser)의 빠른 도입을 이끌어내며, 보안 접속(시큐어 액세스·Secure Access) 솔루션 분야에서 리더십을 공고히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지난해 정보기술(IT) 업계 관심을 모았던 IBM 큐레이더(Qradar)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인수 또한 차세대 통합 보안에 힘을 보탤 것으로 전망했다. 그린 사장은 "큐레이더 SaaS를 AI 기반 보안운영자동화(XSIAM) 플랫폼과 통합해 자동화, 지능화, 사용자 경험 개선 등을 통해 보안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M&A 뿐만 아니라 파트너사와 역량을 결합하는 것 또한 주효했다고 진단했다. 그린 사장은 "특히 IBM과의 협력은 양사가 최고 수준 위협 방지 솔루션을 고객에게 제공하겠다는 목표를 보여준다"며 "기술을 연계해 기업들이 보안 운영을 단순화하고 복잡해지는 사이버 위협을 관리하도록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통합 전략을 펼치고 있는 기업은 팔로알토네트웍스뿐만이 아니다. 포티넷은 지난해 단일 통합 AI 플랫폼을 출시했고 클라우드 네이티브 애플리케이션 보호 플랫폼(CNAPP) 전문 기업 '레이스워크', 내부자 위험 및 데이터 보호 기업 '넥스트DLP', 협업 및 이메일 보안 기업 '퍼셉션포인트'를 연달아 인수하며 통합 반열에 올랐다. 체크포인트소프트웨어테크놀로지스 또한 클라우드가드, 하모니, 퀀텀 등 플랫폼 방식의 보안 솔루션과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이러한 글로벌 흐름과 달리 국내 보안 시장은 플랫폼 전략에 더딘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M&A에도 소극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오랜 기간 '해외 진출'을 숙원사업으로 꼽고 있지만, 규모의 경쟁을 하기에 역부족인 실정이다.
그린 사장은 연례 콘퍼런스 '이그나이트 온 투어(Ignite on Tour)'를 통해 한국 보안 기업을 만났고, 그때마다 플랫폼 전략에 고민이 커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최근 몇 년간 한국의 사이버 보안 산업은 전 세계 및 아시아태평양 시장에서 성장 잠재력을 보여줬다"며 "이러한 상승세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보안 솔루션과 데이터를 통합된 플랫폼으로 결합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필수"라고 제언했다. 이어 "거버넌스 프레임워크를 발전시키고, AI에 대한 신뢰를 구축하며, AI를 보안 운영 핵심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한국 보안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국제적으로 두각을 나타내는 요소가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팔로알토네트웍스는 올해 한국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장하는 데 집중한다. 플랫폼에 AI 기술을 적용하는 작업을 본격 추진한 만큼, 올해는 고도화가 핵심이 될 전망이다.
그린 사장은 "팔로알토네트웍스의 핵심 임무는 진화하는 사이버보안 환경에서 앞서 나가며, 고객들이 새로운 위협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프리시전 AI를 전 제품 포트폴리오에 통합하고 있다"고 현황을 전했다. 프리시전 AI는 잠재 위협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공격을 자동화 탐지 및 예방하는 데 특화돼 있다.
한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보안 기업들 또한 경기 하락 속 '올해 시장이 어렵다'는 의견을 내고 있지만, 위기를 기회로 승화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그린 사장은 "여러 산업 부문에서 경제적 불확실성이 존재하지만, 사이버 보안은 여전히 기업의 최우선 과제"라며 "기업은 보안 제품을 보통 3~5년 주기로 구독하고 있어, 이 기간 보안 솔루션을 변경할 가능성을 적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팔로알토네트웍스는 구독 기반 플랫폼 전략 또한 경쟁 기업 대비 승부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린 사장은 "팔로알토네트웍스는 고객이 구독 종료 시점에 대비해 유연한 접근 방식을 채택하도록 돕고 있다"며 "현재 구독 잔여기간을 구매하고 플랫폼으로 전환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하는 방식이라 서비스 중단 없이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Copyright ⓒ 디지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OTT레이더] '슬의생' 종영이 아쉽다면, 티빙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
2025-04-13 11:24:08통신3사, 1분기 예상실적 ‘청신호’...“비용절감 효과 본격 가시화”
2025-04-12 17:56:23[딜라이트닷넷] 통신3사, ‘AI 브랜드’ 강화 나섰다…AI 전문기업 전환 속도
2025-04-11 17:31:18'ICT 협력채널' 한일중 ICT 장관회의 개최…7년만에 재개
2025-04-11 17:13:15[전문가기고] “지역경제 숨통, 케이블TV 지역광고 규제완화가 마중물”
2025-04-11 14:32:28[랜선인싸] 성악과→헤어디자이너→숏폼퀸까지… 대구언니 '아랄라'
2025-04-13 12:14:00‘출범 3년’ 넥슨게임즈, 신작 투자로 글로벌 도약한다
2025-04-13 12:07:00[툰설툰설] 청춘들의 찬란한 성장 서사시…약한영웅 vs 아홉수 우리들
2025-04-13 11:58:00‘닌텐도 스위치2’ 전용 인기 타이틀 ‘美 관세게임’…베트남산 ‘부랴부랴’
2025-04-12 08:57:38카카오 김범수, 재판 불출석…"수술 회복중, 당분간 참석 어려워"
2025-04-11 18:1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