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영업 신고 기한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야당을 중심으로 거래소 ‘줄폐업’을 막으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여당 및 금융당국이 신고기한 연장은 없다는 입장인 만큼, 야당의 시도가 성과를 내기까지 적지않은 난관이 예상된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민의힘 의원들을 중심으로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을 개정하려는 제안이 잇따라 나왔다. 현행 특금법에 따르면 거래소를 비롯한 가상자산사업자들은 일정 요건을 갖춰 9월 24일까지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영업을 신고해야 한다.
요건에 포함되는 건 ISMS(정보보호관리체계) 인증, 실명확인 입출금계좌(원화 입출금 제공 시) 등이다. 필수 요건임에도 불구, 기존에 실명계좌를 확보해둔 4대 거래소 외 다른 거래소들은 단 한 곳도 실명계좌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때문에 거래소 줄폐업이 예상됐고 가상자산 업계 내에서 항의도 빗발쳤다. 은행들이 금융당국 눈치를 보느라 실명계좌 발급을 꺼리고 있으며, 은행연합회에서 공개한 계좌 발급용 평가방안도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게 거래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은 가상자산 업계 민심을 잡으려는 제안을 내놓는 중이다.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특금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발의하며 실명계좌를 신고 요건에서 지우겠다는 파격적인 내용을 담았다.
개정안에서 조 의원 측은 “계좌를 발급해줄 수 있는 시중은행은 자금세탁 등 범죄연루의 위험부담으로 인해 가상자산사업자와 실명계좌 발급 계약을 체결하는 데 소극적”이라며 “이에 선발 가상자산사업자 일부를 제외한 상당수의 사업자들이 실명계좌를 확보하지 못해 폐업할 위기에 놓였고, 거래소를 이용하는 투자자들의 피해 역시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개정 취지를 밝혔다.
이어 “가상자산사업자의 신고수리 거부 사유인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확보 요건을 삭제하며, 사업자 신고 유예기간을 연장하고, 신고를 수리받은 후 금융거래 시 실명계정을 이용하도록 해 사업자들의 폐업과 투자자들의 피해를 방지하겠다”고 설명했다.
조 의원 개정안에 참여한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도 전날 비슷한 취지의 특금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거래소 줄폐업을 막는 것이 주요 목적으로, 취지는 비슷하나 실명계좌 발급용 ‘전문은행’을 도입하겠다는 계획이 담겨 더욱 구체적이다.
지난 3일 윤 의원은 거래소가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 발급 심사를 공정하게 받을 수 있도록 ‘가상자산 거래 전문은행 제도’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윤 의원은 “은행들이 심사 자체를 거부하거나 고의로 지연하는 행태가 계속되면 거래소와 이용자들이 억울한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다”며 “가상자산사업자가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 개설 요건을 갖추었는지 공정하게 심사받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줄 필요가 있다”고 법안 취지를 설명했다.
전문은행은 요건 검증 시 실명계좌 개설을 보장하는 게 핵심이다. 특금법 시행령을 통해 지정된 전문은행에 대해서는 지위와 책임에 합당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이처럼 야당을 중심으로 이 같은 시도가 나오고 있으나 실제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금융당국과 여당이 “신고 유예기간 연장은 없다”고 줄곧 강조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27일 더불어민주당 가상자산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거래소 신고 기한 연기와 관련, “연장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며 “오히려 불확실성만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도 강경한 입장이다. 지난달 금융위는 언론 보도를 반박하며 “가상자산 거래소가 오는 9월 24일까지 영업신고를 하지 못해 폐업하더라도 별도의 유예기간은 없다”고 못박은 바 있다.
또 ISMS만 획득하고 실명계좌를 확보하지 못한 거래소의 경우, 영업신고 없이 ‘비트코인마켓(원화 입출금 불필요)’으로만 영업을 할 수 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금융위는 “기존 가상자산사업자가 계속 영업을 할 수 있기 위해서는 예외없이 9월 24일까지 FIU에 신고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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