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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앱결제 골든타임]① 구글갑질방지법 ‘신중론’ 왜 만들어졌나

글로벌 앱마켓 공룡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 및 수수료 인상 정책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인터넷·콘텐츠 업계는 이로 인한 국내 앱 생태계의 구글 종속을 우려하며 현 시점을 ‘골든타임’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를 막기 위한 ‘구글갑질방지법’은 정처 없이 국회를 표류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와 구글갑질방지법을 둘러싼 논점들을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구글이 인앱결제 강행을 예고한 지 벌써 1년이다. 오는 10월이면 구글은 국내 모든 앱 콘텐츠에 자사 결제시스템을 강제하고 수수료를 매길 수 있게 된다.

정보기술(IT)업계와 콘텐츠업계는 강력하게 우려하고 있다. 국내 앱 생태계가 독점적 지위를 가진 글로벌 앱마켓 공룡에 종속될 수 있어서다. 또한 사실상의 수수료 인상은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돼 국내 모든 앱 콘텐츠의 가격 상승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이를 막기 위한 법제화 움직임은 더디기만 하다. 국회는 지난해부터 구글과 같은 글로벌 앱마켓 사업자의 특정 결제수단 강제를 막기 위한 법안들을 발의해왔지만, 정작 통과 문턱은 넘지 못했다. 현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에만 7건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이른바 ‘구글갑질방지법’이 계류된 상태다.

특히, 여당과 달리 야당은 신중한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작년만 해도 법안 처리에 여당과 함께 발을 맞췄지만, 국정감사 막바지에 돌연 ‘신중론’으로 돌아서며 지금까지 사태를 관망해왔다. 구글갑질방지법의 유불리와 부작용을 좀 더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미국과의 통상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덧붙인다.

업계는 그러나 속이 타는 입장이다.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인터넷업계 한 관계자는 “논의가 시작된 지 벌써 1년이 되고 있는데 아직도 야당이 ‘신중론’에 머무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국회 국정감사와 대선 이슈를 생각하면 이달 안에 법안 처리를 서두른다 해도 시간이 모자란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인앱결제강제금지법, 美 통상마찰 가능성 없다”

신중론을 펼치는 국회 일각에서는 앱마켓 사업자를 직접 규제하는 법안이 아직은 전 세계적으로 전무하다는 점을 이유로 꼽는다. 법안의 실효성과 부작용을 참고할 사례가 없다는 지적이다. 미국과의 통상마찰 우려가 거론되는 이유도 결국 같은 맥락이다. 미국 기업을 겨냥한 규제법을 가장 먼저 만드는 데 부담이 따른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한국에서 논의되는 인앱결제강제금지법이 특정 기업을 겨냥하고 있는 것을 우려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신중론이 실상 실체가 없는 것이라는 반박도 적지 않다. 정작 미국 의회에서는 앱마켓 규제 필요성이 계속해서 힘을 얻고 있는 추세기 때문이다. 미국 애리조나 주에서는 최근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이 하원을 통과했고, 노스다코다·조지아·플로리다·일리노이 등 주에서도 비슷한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미국 하원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일찌감치 구글의 반독점 행위 관련 보고서가 발간되기도 했다.

미국과의 통상마찰 가능성 역시 근거가 없다는 지적이다. 애리조나주에서 인앱결제강제금지법을 주도한 레지나 콥 하원 의원도 지난 8일 여당이 주도한 ‘글로벌 앱공정성 방향’ 국제컨퍼런스에 참석, 국내 구글갑질금지법에 대해 “한국과 미국의 통상마찰을 유발하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국가간 힘을 합칠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종채 법무법인 정박 변호사는 “외국 기업에 대해서만 차별적 규제가 이뤄진다면 통상마찰이 발생할 수도 있겠지만, 이 법안은 모든 기업에 적용되는 일반법”이라며 “전기통신사업법은 국내외 관계 없이 독점적 사업자라면 다 적용되기 때문에 내국민 대우 원칙을 해친 것이라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 인앱결제 데드라인 코앞, 멈춰버린 국회시계

그럼에도 국회에서 구글갑질방지법 통과를 두고 여야가 의견 합치를 이룰 가능성은 지극히 낮은 것으로 보여진다. 당초 과방위는 17일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법안2소위)를 열고 ‘구글갑질방지법’ 처리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사실상 무산됐다. ‘TBS 감사청구권’ 상정 여부를 두고 여야 대립이 심해지면서 야당이 이달 모든 과방위 일정에 불참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4월까지 총 세 번의 2소위 심사가 있었지만, 여야간 의견 불일치로 법안은 통과되지 못했다. 두 달 만에 잡힌 이번 네 번째 2소위 일정까지 사실상 파행되면서 구글갑질방지법은 기약 없이 국회에 다시 표류할 전망이다.

문제는 시간이다. 구글이 정책 시행 시점을 오는 10월로 예고한 상황이지만 현실적으로 법안 통과가 가능한 시점은 6월로 촉박하다. 통상 7~8월은 법안소위가 잘 열리지 않고, 9월부터는 국정감사와 예산안 처리 그리고 대선 이슈까지 겹쳐 국회 문이 굳게 닫힐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법안이 처리돼도 시행령 마련 등에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이달 안에는 결론을 내야 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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