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구글이 인앱결제 수수료를 현행 30%에서 일부 15%로 낮추는 방안을 들고 나온 가운데, 국회에 표류된 이른바 ‘구글갑질방지법’ 향방에 관심이 모아진다. 구글이 필사적으로 법안 통과를 막으면서 입법 시계가 늦춰진 전례가 있어서다. 구글의 수수료 인하 카드에도 국내 콘텐츠 업계 반응이 냉랭한 이유다.
16일 구글은 오는 7월부터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개발사를 대상으로 자사 앱마켓 구글플레이의 인앱결제 수수료를 일부 인하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구글플레이를 통한 연매출 100만달러(한화 약 11억3500만원)까지는 수수료율을 절반으로 인하한 15%를 부과하고, 그 이상 매출부터는 기존대로 30%를 부과하는 것이 골자다.
구글은 “이번 정책으로 대·중·소 기업규모에 관계없이 구글플레이에서 유료 콘텐츠를 파매하는 거의 대부분의 국내 개발사가 수수료 인하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 세계 개발사의 99%가 연매출 100만달러를 넘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다. 또 매출 구간에 따른 수수료율 구분 적용 없이 연매출 100만달러 이하 기업을 대상으로만 수수료를 인하한 애플보다도 혜택이 커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국내 콘텐츠 업계는 이를 두고 “생색내기”라며 반발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구글이 연매출 기준 99% 기업에 혜택이 돌아간다는데 이는 숫자놀음에 불과하다”며 “나머지 1%에서 플레이스토어 매출 대부분이 나오는데 여기에는 수수료율을 그대로 부과하니 구글은 잃을 게 없는 계산법”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매출 11억원을 넘는 1%의 앱이 전체 이용률의 99%를 차지한다고 보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거꾸로 보면 이용률 1% 앱에 수수료를 낮춰주고 생색내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김재환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정책국장은 “본질은 수수료보다도 구글이 국내 사업자에 인앱결제를 강제한다는 것”이라며 “글로벌 대형 앱마켓 사업자의 독점적 지위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특정 결제수단 강제를 금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독점적 앱마켓 사업자의 인앱결제 강제를 막고 불공정행위를 견제하는 ‘구글갑질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는 점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이원욱 위원장은 구글의 수수료 인하 방침이 공식화된 전날 보도자료를 내고 “구글의 수수료 인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이 걸음이 더 큰 의미를 갖도록 과방위 소속 의원들과 함께 인앱결제 대응 정책 등 앱마켓의 지속적 공정성 확보를 위한 입법 노력을 기울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과방위 관계자는 “구글갑질방지법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의미”라며 “일단 수수료 자체는 법으로 규정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구글의 자발적 결정을 환영하는 것이지만, 앱마켓 사업자의 갑질을 막기 위한 법적 논의는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글이 사실상 법안 통과를 막기 위해 인앱결제 정책 연기를 발표하거나 수수료 인하 방침을 내세울 때마다 국회에서는 구글갑질방지법 입법 동력을 잃은 전례들이 있어 업계의 우려가 여전하다. 특히 야당인 국민의힘은 구글갑질방지법에 대해 중복규제 가능성과 통상문제 등을 거론하며 신중론을 펼치고 있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 8일 성명을 내고 “구글이 가까운 시일 내 대·중소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15% 이하 수준으로 수수료를 인하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는 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 상황상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소기의 성과를 충족한 셈이어서 그 이상의 적극적인 대처가 나오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한편, 과방위 소속 야당 의원실 관계자는 “구글이 수수료 인하 방침을 공식화 했으니 관련 내용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