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전세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자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는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최근 미국 등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확산되면서, 경제활동과 일상생활이 재개됐다. 집에서 OTT를 보는 것 대신, 외부활동을 선택하는 이들이 증가한 셈이다.
이는 지난 1분기 글로벌 OTT 성장세에 찬물을 끼얹었다.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HBO맥스를 비롯해 아마존프라임, 애플TV플러스, 훌루 등 OTT 사업자들이 속속 등장하며 경쟁구도가 가속화된 가운데, 코로나19 영향으로 제작 환경까지 위축됐다. 새로운 구독자를 유인할 신작이 과거보다 많지 않은 상황에서, 사람들은 일상생활로 눈을 돌리게 된 것이다.
이에 넷플릭스뿐 아니라 디즈니플러스까지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내놓았다. 지난 1분기 넷플릭스 신규 가입자는 4년만에 가장 적은 수에 머물렀다. 1분기 넷플릭스 전세계 유료구독가구는 2억800만을 돌파했지만, 신규 구독자는 398만명에 그쳤다. 금융정보기관 팩트셋이 예측한 620만명과 비교하면 반토막이다.
글로벌 OTT로 군림하는 넷플릭스 아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분기 영업이익 19억6000만달러를 기록해 전년동기대비 105% 증가하는 실적을 거뒀음에도, 가입자 수 둔화는 시장 기대감을 꺾었다. 높은 제작비용 부담, 경쟁사 위협이 맞물린 상황에서 구독자 순증세는 위험요소라는 판단이다. 최근 넷플릭스는 영화관으로도 영역을 확장했다. 오리지널 영화 ‘죽은 이들의 군단’은 오는 21일 미국 영화관에서 우선 상영한다.
넷플릭스를 가장 위협하는 디즈니 OTT 디즈니플러스도 상황은 비슷하다. 1분기 디즈니플러스 글로벌 유료가입자 수는 1억360만명으로, 870만명 순증했다. 1억9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던 시장은 실망했다. 가입자당평균매출(ARPU)도 줄었다. 지난해 인도와 인도네시아에서 출시한 저가형 ‘디즈니플러스 핫스타’ 영향으로 서비스 APRU는 5.63달러에서 3.99달러로 하락했다. 핫스타를 제외한 ARPU는 5.61달러 수준인데, 지난 분기 북미지역 넷플릭스 ARPU가 전년동기대비 9% 증가한 14.25달러라는 점을 감안하면 낮은 편이다. 디즈니 훌루 SVOD(월정액 가입형 주문형비디오) 서비스 ARPU는 12.08달러로 다소 높지만, 전년동기대비 2센트 늘었을 뿐이다. 훌루 가입자는 약 3780만명이다.
그럼에도 디즈니는 2024년까지 2억3000만~2억6000만명 가입자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아직 신규 시장에 진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성장 여력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1분기 신규 구독자 증가에는 새롭게 공개된 마블시리즈 ‘완다비전’ ‘팔콘 앤 윈터솔져’ 등이 영향을 미쳤다. 아직은 넷플릭스보다 서비스 상용화 국가가 적은 만큼, 마블을 비롯한 강력한 지적재산권(IP)을 바탕으로 해외 진출을 확대하면 성과를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북미, 인도,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 서비스되는 디즈니플러스는 연내 한국 진출을 예고했다.
반면, HBO맥스는 선전했다는 평이다. AT&T는 HBO와 HBO맥스 1분기 미국에서 4420만 가입자를 확보했다. 전년동기대비 1100만명 이상 늘었다. 1분기 미국에서 HBO맥스 성장은 넷플릭스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워너브라더스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대규모 제작 영화 ‘고질라 vs 콩’이 한몫했다. HBO와 HBO맥스 ARPU는 11.72달러로, 디즈니플러스보다 약 3배 많다. HBO맥스 월정액 가격은 약 15달러로 비싼 편이다. HBO맥스는 오는 6월부터 글로벌 진출을 본격화하고, 연내 라틴아메리카와 유럽으로 서비스할 예정이다.
한편, 한국에서는 SK텔레콤과 지상파3사 합작 ‘웨이브’ KT ‘시즌’ LG유플러스 ‘U+모바일TV’ CJ ENM ‘티빙’을 비롯해 ‘왓챠’ ‘쿠팡플레이’등이 OTT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